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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도 하나는 버린다, 인간은 무엇을 버렸는가

코로나19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③

등록|2020.04.27 12:49 수정|2020.04.27 13:13
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 27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제이미주병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등이 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제위기 덕분에 경제 공부를 하고, 온난화 덕분에 기후 공부를 하고... 이번에는 바이러스 덕분에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가 있고, 전염력이 높은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이다. 사스, 에볼라가 전자의 예라면, 코로나19는 후자의 예이다. 사스나 에볼라도 아주 위험한 바이러스였지만, 그나마 국지적인 성격을 보였던 것이 높은 치명률 때문이었단다. 숙주 자체를 죽여버리는 바이러스라 멀리 퍼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들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력이 훨씬 높다. 그래서 일상 체감도는 이번 경우가 훨씬 더 높고, 전 세계 정치경제적 영향범위와 정도도 사스나 에볼라를 훌쩍 뛰어넘는 듯하다.

치명률 또는 전염력, 하나를 택하다

바이러스의 의학적 측면이나 정치경제적 측면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바이러스의 치명률과 전염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 바이러스도 하나는 버리는구나.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버렸는가.

코로나19 사태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인류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물론 인간이 심각한 경고장을 받아든 것이 어찌 이번뿐일까만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인간

근대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많은 문제는, 그것이 자연재해'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생산된 리스크'의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문제들과 다르다. 온난화 문제와 미세먼지 문제가 그러하고, 바다에 가득한 플라스틱 문제와 핵문제가 그러하고, 이번 코로나19사태가 그러하다.

물론 이러한 근대적 문제들은 인류가 이룬 눈부신 성취의 부작용 또는 반작용 같은 것이어서, 그 성취를 포기할 수 없는 한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역사를 되짚어봐도 인류가 자신의 성취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에. 그나마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벌인 일의 부작용과 반작용을 가능한 한 최대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욕심 많은 인간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일 터이니...

그러나 그것만으로 부족한 때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인류 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려면, 지금까지 고집해온 발전의 방법과 방향과 속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오래전 시작된 경고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부디 이 경고를 무시하지 않을 성찰의 힘이 인류에게 남아있기만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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