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장미' 볼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기억해 주세요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 공동체 위한 '파란장미운동'
▲ 2017년 9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했다. ⓒ 신지수
몇 해 전 서울시교육청은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세울 계획을 세웠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발달장애 학부모들은 "장애 학생이라고 해서 장애를 먼저 보지 마시고 학생을 먼저 봐 달라"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관련 기사: 무릎 꿇은 장애인 학생 엄마들 "우리 아이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http://omn.kr/o492)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발달장애인직업훈련센터 설립을 앞두고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에도 발달장애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했다.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 스스로 노력한다 해도 세상으로 나오기 쉽지 않다.
우리는 발달장애를 흔히 '장애 속에 장애'라 부른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대인관계 형성도 잘 안 되고, 자해와 타해도 있어서 사회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발달장애인에 대해 인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발달장애인도 얼마든지 지역사회 안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도시는 진정 품격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 안도현 시인은 지난 2017년 산돌학교에서 진행한 발달장애인과 더불어살아가는 지역사회 공동체운동인 파란장미운동을 응원했다. ⓒ 안도현
이를 위해 필자가 교장으로 있는 발달장애 대안학교인 산돌학교는 '파란장미운동'을 시작했다. 파란장미운동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역사회공동체 운동이다. "파란장미를 볼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작은 목소리를 담고 있다.
본래 파란장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물연구자들에게 파란장미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파란장미가 기적처럼 탄생했다. 그 결과 파란장미는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뜻에서 '기적'이라는 꽃말을 갖게 되었다.
이 꽃말의 의미처럼 발달장애인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며, 기적 같은 삶을 꿈꾸길 바라는 마음에서 '파란장미운동'을 산돌학교 학생들과 시작하게 되었다.
발달장애인은 불편한 대상이거나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다. 오히려 발달장애인들 때문에 더 품격 있는 사회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발달장애인들의 순수한 언어가 들려온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발달장애인들은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산돌학교가 현재의 위치로 이사 오고 나서 지역사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범지대였던 동네에 술 먹고 고성방가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골목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줄었고, 노상 방뇨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골목길에 가로등이 생기고 악취가 사라졌다. 이 동네에 오래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은 필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동안 이 골목은 늘 술 취한 사람들이 노상 방뇨하고 쓰레기만 가득한 우범지대였는데 산돌학교 들어오고 나서 거리도 깨끗해지고, 골목에 아이들 소리까지 나니 사람 사는 동네 같네."
산돌학교 아이들은 그저 이곳으로 이사 와서 신나게 놀고 있을 뿐인데...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발달장애대안학교 산돌학교 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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