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히트작을 원했던 작가의 실수
[리뷰] 연극 <데스트랩> 대학로에 '악성 반전 바이러스'를 퍼뜨리다
▲ 연극 <데스트랩> 공연 장면 ⓒ 주식회사 랑
누구에게나 있는 성공의 욕망. 그 욕망을 실현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어떤 이는 그저 상상일 뿐,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느냐 말할 것이며 누군가는 사후 계획까지 단번에 세워버린다. 여기, 이야기의 주인공 시드니 브릴은 따지자면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도끼, 철퇴, 단검 등 보기만 해도 음산한 무기들이 가득 메운 집안. 스릴러 극작가인 그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한 수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떠오르는 샛별처럼 문학계에 등단하지만, 데뷔작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는 작가다. 그런 그에게 수업을 듣는 한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으로부터 매력적인 희곡, '데스트랩'이 등장한다.
▲ 연극 <데스트랩> 공연 장면 ⓒ 주식회사 랑
연극 <데스트랩>은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에 의해 탄생하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블랙코미디 스릴러다. 지난 2014년 국내 초연을 올린 <데스트랩>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늘 특유의 재치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제작사 '랑'은 첫 티켓 오픈 당시 '스포(일러) 입막음 떡하나 할인'을 제공할 만큼 작품 매력의 80%는 반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비교적 오래 전 초연을 올린 작품이지만 기존 제작사의 악재로 한동안 만나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공연 안에서 나오는 말인 '악성 스릴러 바이러스'처럼 계속 반전, 음모, 갈등을 조장한다. 클리포드의 '데스트랩'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작품이고 작가에게 부와 명예를 줄 작품이었다.
▲ 연극 <데스트랩> 공연 장면 ⓒ 주식회사 랑
반전은 이미 50년 전 이야기다 보니 쉽게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 연출과의 합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다만 올해 공연부터 인터미션이 생겼는데, 인터미션이 없었더라면 좀 더 치밀하고 스피드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해 좀 더 스릴러 장르의 장점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데스트랩>에는 1막의 주축인 시드니, 클리포드, 마이라 외에 두 명의 등장인물이 더 등장하는데 심령술사 헬가와 시드니의 변호사 친구 포터다. 3인극으로 충분한 반전을 보여주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분위기 환기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이들이다. 또한, 이들의 진면목은 두 사람만 등장하는 에필로그에 있다.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두 사람은 또 하나의 '데스트랩'이란 무대의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작품은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는 되풀이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 연극 <데스트랩> 공연 장면 ⓒ 주식회사 랑
공연을 지켜보는 동안 반전을 미리 알지 않길 바라는 마니아 관객들은 스포일러 부분에서 놀라는 초심자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연극 <데스트랩>은 이도엽, 최호중, 박민성, 안병찬, 송유택, 서영주, 전성민(김유영), 정서희, 이현진, 강연우가 열연하며 오는 6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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