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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지막 Show당' 리짓군즈와 딩고의 동행

등록|2020.05.04 17:54 수정|2020.05.04 17:54
리짓군즈와 딩고 프리스타일의 동행은 3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이자 작곡가 코드쿤스트가 '리짓군즈 프로젝트'에 앞서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알렸다. 지난 2일, 음악중심 출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9개의 콘텐츠가 딩고 프리스타일에 올라왔고 두 곡이 음원으로 발매됐다.

한 달 반 동안 '리짓군즈의 마지막 SHOW당'은 마치 콩트처럼 진행됐다. 평소에도 애드리브를 즐겨 한다는 이들은 딩고와의 콘텐츠에서도 가감 없이 그 능력을 발휘했다. 이 콘텐츠는 '힙합 그룹 아이돌의 데뷔'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리짓군즈의 멤버들인 김진우(뱃사공), 주일우(BLNK), 이준호(Jayho), 이재현(Jaedal)이 음악PD 콘셉트인 조성우(코드쿤스트) 아래에서 힙합 아이돌로 탄생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미와 음악성에 서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잡아냈다.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개성을 살린 콘셉트를 잡았고, 딩고 프리스타일과 협력해 영상에 담았다. 특히 재달과 블랭의 역할이 돋보였다. 재달은 바보 같으면서도 때로 막 나가고, 때로는 실력파이자 개성파인 연습생으로 재미를 주었다. 또 블랭은 코드쿤스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는 캐릭터로 일명 '뱀새끼'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사이 사이에 멤버들의 애드리브와 재미 요소를 넣어 한 편의 짧은 웹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매번 최종 목표로서 언급되었던 '음악방송 출연'이 지난 2일, <음악중심>으로 실현됐다.
 

▲ 리짓군즈의 신곡 ⓒ 딩고 프리스타일


사실 그동안 리짓군즈는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 적은 편이었다. 고작 해봐야 힙플라디오의 '내일의 숙취'에 나온 정도였다. 몇 년 새 코드쿤스트와 뱃사공이 여러 차례 미디어와 가까워졌지만 리짓군즈 전체가 함께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유독 리짓군즈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리짓군즈 3집 < Junk Drunk Love >가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힙합 앨범상을 수상했던 2018년에도 여전히 저평가됐다. 아직도 리짓군즈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편이다. 그런 와중에 올해 뱃사공을 연결고리로 딩고와 만났다.

<내일의 숙취>, <라디오스타>에서 입담을 한껏 뽐냈던 뱃사공은 <주X말의 영화>를 통해 딩고와 연결되었고 카메오로 시작해 활약하면서 <월 300의 사나이> 콘텐츠가 시작됐다. 평소에도 "리짓군즈와 하나 하자"라며 팀에 애정을 드러냈던 뱃사공 덕분에 딩고와 함께하는 <리짓군즈의 마지막 SHOW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리짓군즈는 네 명의 래퍼를 포함해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포함된 크루이자 레이블이다. '진짜'라는 뜻의 Legit과 '멍청이들 집단'이라는 뜻의 Goons가 합쳐져 탄생됐다. 블랭과 어센틱이 이름을 지었고 실용음악 학원에 세 들어서 살았던 2013년, 뱃사공과 빅라이트 등까지 합류하며 그룹 실체가 그려졌다.

이후 제이호가 들어오고 블랭과 친했던 코드쿤스트까지 합류하여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코드쿤스트는 'DF 썰'에서 당시 이들이 홍대의 비트메이커라는 음악 학원에서 레슨이 끝난 시간에 눈치를 보며 학원 한편에서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후 발매했던 앨범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고 학원을 나와 작업실을 마련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며 해체 위기에 놓인다. 뱃사공과 블랭이 슈퍼챔 레코드와 계약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고난을 겪고 나서야 한국에서 제일 힙한 크루가 될 수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유독 더 돈독해 보이는 이들은 음악적 색채도 확실하다. 건들거리지만 붐뱁 속 특이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뱃사공, 랩과 프로듀싱에 사진/영상까지 접수한 BLNK, 속삭이는 듯한 래핑에 중독성을 가진 제이호, 색감 있는 랩에 리릭시스트인 재달까지 음악적 캐릭터도 확고하다. 이들이 모이면 다른 크루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이 나온다. 'Burn'과 'Party & Bullshit'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드쿤스트의 비트 아래, 중독성 있는 훅과 조화로운 벌스들이 듣기 좋은 음악을 구성하고 있다.

◇ Burn (Prod. CODE KUNST) _ 리짓군즈 [Dingo X Legit Goons (Part 1)] - 2020년 3월 27일

멤버들의 목소리가 개성 있는 탓에 이들의 노래 속 훅은 중독성이 있다. 곡 전체적으로 리짓군즈에 대한 자부심과 그룹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다. 특히 뱃사공의 가사는 그들이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결국 올라왔음을 표현하는 듯하다.

"13년도 군즈에 가입, 맨손으로 쳤지 바위
슬램덩크 같은 시나리오, 결국 박살 난 건 바위
고수해 우리 방식" - Burn 속 뱃사공 가사


잔잔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목소리가 겹쳐지고 여기에 코드쿤스트의 톡톡 튀는 듯한 비트가 잘 어우러졌다. "오빠들 없이도 채워진 공연장 yeah"와 "고수해 우리 방식"라는 표현을 통해 '리짓군즈' 장르로 확립한 자신들은 앞으로도 지금의 방식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돈이 없어도 가오가 있어야 한다는 표현처럼 리짓군즈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왔다.

◇ Party & Bullshit (Prod. CODE KUNST) _ 리짓군즈 [Dingo X Legit Goons (Part 2)] - 2020년 4월 24일

딩고와의 프로젝트에서 정점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준 곡이다. 이야기 개연성에 정점을 찍고 다 함께 안무 동작을 맞추며 무언가 잔잔함을 전달해 준다. 곡의 콘셉트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즉 세상의 바이러스를 피해 집에 있는 우리들에게 이겨낼 파티가 필요하다는 것. 블랭의 의견으로부터 출발했으며 평화를 염원하는 주제로 곡의 분위기를 잡았다.

"세상에 Virus 같은 유행피해 왔네
전쟁처럼 사는 너를 위해 건배 yea"


이번에도 훅 파트가 곡의 전체 분위기를 살려냈다. "We need the party and Bullshit"은 실제 파티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많은 리스너들이 쿨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평소 코드쿤스트가 자주 쓰는 비트 기법이 사용되어 몽환적인 파티장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블랭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진 뮤비도 볼 만하다. 가벼운 안무 동작과 함께 힙한 파티장의 모습을 그려냈다. 원형 렌즈에 비친 아티스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문적인 기법과 복고적인 색감이 합쳐져 아름다운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 각자의 아티스트마다 캐릭터가 있다. 또 딩고와의 프로젝트에서 나온 재미 요소들을 뮤비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곡을 더 즐기기 위해서는 <리짓군즈의 마지막 SHOW당>을 정주행하길 추천한다.

조회수를 떠나서 딩고 프리스타일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짧지 않은 프로젝트를 통해 재미는 물론 음악성에 캐릭터까지 살려냈다. 딩고 박동준 PD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조회수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가"를 더 중시한다고 한다. <월 300의 사나이> 역시 뱃사공이 좋아했고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콘텐츠도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속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음악을 합쳐낸 새로운 시도였다. 분명 지금은 비교적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언젠가 재평가 받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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