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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롯데, 개막 2연승 이끈 '오뚝이' 정훈

[KBO리그] '개막시리즈 맹타' 롯데 정훈, 5년 만에 풀 타임 활약 기대

등록|2020.05.07 17:51 수정|2020.05.07 17:51

▲ kt 선발 쿠에바스를 상대로 쐐기 3점포를 날린 롯데 정훈 ⓒ 롯데 자이언츠


지난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분풀이라도 하듯 개막 이후 매서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날 펼쳐진 개막전에서 새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의 역전 3점포에 힘입어 기분좋은 시즌 첫승을 거둔 롯데는 다음날 이어진 6일 경기에서 타선이 다시 한 번 폭발하며 9-4로 kt 위즈를 꺾고 개막 3연전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개막 이후 2경기에서 모두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낸 주역은 바로 정훈이었다. 개막전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정훈은 2루타-볼넷 등으로 출루하며, 이날 맹타를 터뜨린 7번타자 마차도 앞에 풍성한 밥상을 차렸다.

여기에 이어진 6일 경기에서는 해결사 본능까지 발휘했다. 3-0으로 앞선 3회초 2아웃 1, 2루 상황에서 쿠에바스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1호 홈런을 기록했다.

ESPN 등 미국 방송사에 송출되어 해외 팬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한 정훈의 시원한 배트 플립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정훈의 홈런 덕에 롯데는 여유롭게 연승을 챙길 수 있었다.

개막 이후 맹타를 휘두르는 정훈에 대해 예상외의 활약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사실 시즌 전부터 롯데 벤치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허문회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성실하고 모범적인 훈련 모습을 보인 정훈을 캠프 MVP에서 선정했다. 팀 훈련, 개인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등 여러 훈련 프로그램에서 가리지 않고 가장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 이가 바로 정훈이었다는 것이 허문회 감독의 평가였다.

훈련의 성과는 연습경기 이후 쭉 이어지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한 정훈은 4번타자 이대호와 함께 1루수,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으며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고 있다. 경쟁자들을 모두 이겨냈기에 현재의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풀타임을 소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롯데 정훈의 최근 7시즌 주요 타격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민병헌, 전준우, 손아섭, 이대호, 안치홍 등 상위타선에 연달아 배치되어 있는 국가대표급 타자들에게 풀타임 소화는 평범한 일일 수 있겠지만 6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정훈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훈은 과거 2014년과 2015년 좋은 방망이 실력을 보여주며 팀의 2루수 주전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바 있다. 하지만 타격 실력에 비해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서서히 주전에서 밀리고 말았다.

특히, 앤디 번즈나 카를로스 아수아헤 등 팀이 외국인 타자로 2루수를 선발한 이후부터는 주전과는 거리가 꽤 멀어졌다. 이후, 정훈은 2루수 대신 백업 1루수와 외야수, 대타 등의 역할로 밀리며 1군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캠프 MVP로 선정된 정훈 ⓒ 롯데 자이언츠


일단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던 선수가 후보군으로 밀려나게 되면 상실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훈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궂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오뚝이처럼 살아남았고, 이후 다시 주전으로 뛸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롯데는 지난해 최하위를 차지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고양된 팀 분위기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훈같은 선수들의 노력이 뭉친 결과이기도 하다. 개막 시리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인 정훈이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나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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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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