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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의 자발적 자가격리: 나는 비교적 잘 지낸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⑦

등록|2020.05.08 11:15 수정|2020.05.08 11:15
천선영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사회학자로서의 성찰을 담은 칼럼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아직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처럼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데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만큼 강력한 방어기제가 없는지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실시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답답증과 우울감

겪어보지 못했던 시간을 잘 살아내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는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적잖은 사람들이 답답증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다. 나도 나름 사교적인 인간이라(아니 그렇게 보이는 인간이라)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가 겪는 어려움은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티끌'만큼이라 내세울 바가 전혀 없지만, 일상이 멈춘 것은 물론 내게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사실 비교적 잘 지냈고, 잘 지내고 있다.

정말 죄송하지만 나는 잘 지낸다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뜻하지 않게 마치 스님이 동안거, 하안거에 든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주위가 조용하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고요히 머물러 있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고요함이라니.

고백하건대 나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사회의 너무 많은 연결과 소통에 자주 힘들었고, 대도시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대중 속 높은 밀접도 때문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터다. 지나치게 가까운 타인과의 거리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주 부담스러웠다. 이것은 나도 사회적 존재이고, 남 보기에는 비교적 사교적 인간이라는 사실과 상대적으로 무관하다.

나는 평소에도 이 문제적 상황을 어느 정도 조절,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의 장치들을 마련하고는 있다: SNS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민 카톡도 쓰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전화보다는 소통 시간을 내가 비교적 잘 통제할 수 있는 문자를 선호한다. 주말에는 업무 이메일은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능한 대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움직인다. 복잡한 엘리베이터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보낸다. 지하철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만 간신히 걸쳐 앉는다(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하는 고육지책). 고속열차 이용 시 옆자리가 빌 가능성이 높은 역방향을 선호한다.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서는 사람을 피하고자 가방 등을 적절히 이용한다. 식당에서는 가능한 대로 다른 테이블 사람들과 멀리 앉는다. 어떤 지역 방문 시 그 지역축제 기간은 웬만하면 피한다 등등.

적고 나니 내가 참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떠들고 다니지도 못했다. 이상하게 보일까 봐. 그리고 나도 안다. 이렇게 살면 뭔가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생각했고,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암튼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가 내가 오랫동안 속만 썩으면서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예전엔 나만 너무 예민한, 살짝 이상한 인간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이 시기가 지나면 사람들은 또 잊고, 적절한 사회적 거리를 확보해주지 않을 것 같아 벌써 걱정이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이전 같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적어도 나는 이제 내 개인적 예민함에 대해 '공중보건'이라는 '명분'도 얻었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사회가 올까: '조모족'과 '자발적 낙오자'도 온다

사스 이후 온라인 시대가 큰 진전을 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보다 급진화된 온라인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 같다. 연결은 되어야 하니, 온라인으로 이동한다고 보는 것이겠지. 전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작용은 거의 항상 반작용을 견인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나는 이번 사태가 우리가 과밀하게 모여 살고 있고, 너무 많이 접촉하고,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더 끌어올리게 되리라 생각한다.

나만 이리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벌써 포모(Fear of missing out)족, 조모(Joy of missing out)족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더라. 조모족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을 이르는 것이리라. 비연결상태에 대한 자발적 추구.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자발적 낙오자(voluntary dropout)'라는 말을 써왔는데 말이다.

어쨌든 초연결사회는 나 같은 인간들도 만들어냈고, 만들어낼 것이다. 다수는 아니겠지만, 이런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다양성의 사회이기도 하고, 나 같은 인간들 또한 다름 아닌 초연결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초연결사회이기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홀로있음의 가치가 새로이 인식되는 세상 또한 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혼자도 잘사는 사람이, 같이도 잘 산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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