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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득점-쐐기홈런' 이성규, 삼성 새 토종거포 탄생?

[KBO리그] 13일 키움전 교체 선수로 투입돼 장타 2방 터트리며 맹활약, 삼성 5-0 승리

등록|2020.05.14 07:09 수정|2020.05.14 07:10

홈런이요!지난 4월 2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경기. 2회말 2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삼성 이성규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이 선두 키움을 꺾고 연패에서 탈출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5안타를 때려내며 5-0으로 승리했다. 최근 연패를 당하면서 공동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던 삼성은 선두 키움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완승을 거두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3승5패).

삼성은 선발 제임스 뷰캐넌이 7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타선에서는 2회 1사3루에서 2루 땅볼을 친 이원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지만 사실 이날 경기의 진짜 주역은 따로 있었다. 1회말 부상으로 빠진 타일러 살라디노의 교체 선수로 투입돼 2회 2루타와 결승득점, 그리고 9회에는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리며 삼성 팬들을 설레게 만든 거포 유망주 이성규가 그 주인공이다.

이승엽-최형우 이후 씨가 마른 삼성의 토종거포 계보

삼성은 '헐크' 이만수와 김성래(한화 이글스 타격코치), '라이언킹' 이승엽, '소년장사' 심정수, '코리안 마쓰이' 최형우(KIA타이거즈)까지 총 5명의 홈런왕을 배출했다(놀랍게도 통산 351홈런을 자랑하는 양준혁은 홈런 2위만 3차례 올랐을 뿐 커리어 내내 한 번도 홈런왕에 등극하지 못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삼성보다 많은 홈런왕을 배출한 팀은 없다.

하지만 삼성은 2011년의 최형우를 끝으로 지난 8년 동안 홈런왕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최형우가 2013년,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2015년 홈런 부문 2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언제나 정상의 자리에는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었다. 삼성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다린 러프라는 걸출한 외국인 타자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러프 역시 홈런 6위가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작년에도 삼성은 팀 홈런 122개로 10개 구단 중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의 삼성을 '거포들이 즐비한 홈런군단'이라고 이야기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작년 시즌 10개구단에서 나온 1014개의 홈런은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으로 꼽히던 2013년(798개) 이후 6년 만에 나온 가장 적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삼성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22홈런의 러프였다.

삼성 역시 거포를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엽의 은퇴와 최형우의 이적으로 삼성 내 거포형 타자들은 씨가 말랐다. 최형우의 뒤를 이은 삼성의 새로운 간판타자 구자욱은 정확한 타격이 돋보이지만 거포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원석이 지난 3년 동안 57개의 홈런포를 터트렸지만 이원석 역시 작년까지 프로 15년 동안 통산 홈런이 110개에 불과한 선수다.

삼성은 2018년 12월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2018년 SK 와이번스에서 27홈런을 기록했던 거포 외야수 김동엽을 영입했다. 삼성은 김동엽이 거포기근을 해소해 줄 것이로 기대했지만 손목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김동엽은 1,2군을 오르내리며 60경기에서 타율 .215 6홈런25타점으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렇게 거포 부재에 허덕이던 삼성에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가 바로 5년 차 내야수 이성규다.

28세의 오래된(?) 유망주, 올해는 1군에서 두각 나타낼까

광주 동성고와 인하대를 졸업한 이성규는 대학시절 정확한 타격과 파워를 두루 겸비한 내야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대학시절 이성규의 주포지션은 유격수였다). 한때 연고구단 KIA의 1차 지명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이성규는 대학 4년 동안 21개의 실책을 저지를 정도로 불안한 수비 때문에 2차 4라운드 31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KIA는 이성규 대신 광주일고 투수 김현준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이성규는 프로 입단 후 3루수로 변신했다. 유격수 포지션에는 김상수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었던 반면에 박석민(NC다이노스)이 떠난 3루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 아롬 발디리스의 조기 퇴출로 이렇다 할 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 경험이 부족하고 수비에 약점이 있는 이성규는 루키 시즌 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원석이 가세한 2017년에도 15경기에 출전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2018년 퓨처스리그에서 71경기에 출전해 31홈런79타점을 기록한 이성규는 2019년 8월 전역 후 16경기에서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거포 유망주로 떠올랐다. 올 시즌부터 1루수로 변신한 이성규는 개막 2번째 경기였던 6일 NC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고 13일 키움전에서 삼성을 연패에서 탈출시키는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한 살라디노 대신 1회말부터 대수비에 들어간 이성규는 2회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친 후 이어진 이원석의 땅볼 때 홈을 밟았고 이는 이날 경기의 결승득점이 됐다. 이후 두 타석에서 연속 삼진으로 물러난 이성규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키움의 3번째 투수 임규빈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큰 홈런이었다.

아직 프로에서 실적을 올리지 못하며 '유망주'로 불리고 있지만 대졸에 군대까지 다녀온 이성규는 어느덧 한국나이로 28세가 된 중견 선수다. 이성규와 나이가 같은 박민우(NC)나 한현희(키움) 등은 각 팀의 간판 선수로 활약하며 3~5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이성규 역시 또래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올해 무조건 1군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성규의 성장은 거포부재에 시달리는 삼성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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