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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구하라 오빠, '구하라법' 통과 못한 이유 살펴보니...

"취지 공감하지만, 부양 의무 범위-정의 등 추가 논의 필요"... 21대에 다시 추진될 듯

등록|2020.05.22 12:16 수정|2020.05.22 12:18
 

눈물 흘리는 고 구하라 오빠 구호인씨고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구하라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구하라법'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경우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권우성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진짜 분했습니다. 제 동생(가수 구하라)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때문에 동생이 너무 불쌍해서,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하지만 저희가 겪은 이 아픔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으면 해서 나섰습니다."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가수 고(故) 구하라씨 오빠 구호인씨의 말이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그는 "정말 분하고 힘들었다"라고 말하던 중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그는 "'구하라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소급해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며 "그럼에도, 어린 시절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외로움·그리움으로 고통받았던 하라와 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게 제가 동생에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선 꼭 잘 처리해달라"는 부탁이다.

구씨가 언급한 '구하라법'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경우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 오르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는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이 지난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자동 폐기됐다"라고 말했다.
 

▲ 고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구하라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 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경우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씨의 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서영교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 권우성

 "취지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범위·정의 등 구체적인 법조문 추가논의 필요"

구씨는 지난 3월 중순께, 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변호사를 통해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않은 부모도 자녀 사망 시 보상금·재산 등을 상속받게 되는데, 이는 보편적 정의와 인륜에 반한다"며 국회에 입법 청원을 올려 10만 명 동의를 얻었다(직접 보기). 구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동생이 사망하자, 지난 20여 년간 연락이 없던 친모가 찾아와 동생 소유 부동산 매각대금의 절반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심사'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법안 발의가 조금 늦어지면서, 상임위를 열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법사위 민주당 간사 송기헌 의원 또한 "(법사위에서) 더 논의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은 '해당 법안이 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송 의원의 답변이다.

"법안 소위에 참여한 의원들 모두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법안 조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양의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해태'의 범위는 뭔지, 상속 결격사유를 어떻게 해석할지 등을 둘러싸고 법적인 명확성을 요구하는 의원·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조문 등 법률 용어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에 추가 요청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는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함께 온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현재 민법상 상속 결격사유는 가족 살해·유언장 위조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만 인정하고 있다. 반면 기여분(공동상속인 중  동거·간호 등으로 부양한 이에 상속분 인정) 제도는 법원이 매우 좁게 해석해 해결책이 못 된다"며 법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사회가 변한 만큼 법도 변화에 발맞춰 정비가 필요하다"며 21대 국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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