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죽음 재조명해야죠"
[이영광의 '온에어' 32] <그 해 봄> 연출한 반태경 CBS TV PD
지난 18일은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방송사들은 40주년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그 중 하나가 CBS TV가 준비한 토크멘터리 <그 해 봄>이다. <그 해 봄>은 5.18 당시 활동했던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그 해 봄>을 연출한 반태경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반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5.18과 기독교 연결하는 것 쉽지 않았다"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특집 토크멘터리 <그 해 봄>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감은.
"14명 정도 인터뷰를 해서 4월 초부터 방송했고, 그 인터뷰를 또 재구성해서 '토크멘터리'라는 개념으로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5.18 40주년에 CBS와 기독교계에서 5.18을 재조명하고 5.18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요. 개인적으로 뿌듯한 면도 있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많아요."
- 어떤 부분이 아쉬웠어요?
"다큐멘터리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한계와 제작환경의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도 어쨌든 5월 18일에 방송을 했죠. CBS 라디오와 CBS TV시청자들은 좀 다른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뭔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 제목이 <그 해 봄>이에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일단은 기독교와 5.18의 관계를 다루는 거니까 '5월의 십자가'로 갈까 했지만 너무 진부하잖아요. 그래서 '5월의 봄'으로 할까 했는데 그것도 진부해요. '그 해 봄' 하니까 딱 맞는 거예요. 비하인드가 있는데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으로 보면 '그해'가 붙고 '봄'이 떨어져야 맞는 거예요. 그런데 '그 해 봄'으로 다 띄어서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보니까 이게 틀린 게 발견 됐죠. 예고까지 다 나가고 있었어서 바꿀 수 없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썼죠. '그 해'가 1980년인데, '그'와 '해'를 띄어쓰기 하면 거기서 '그'는 1980년 즉 'that year'가 아니라 'the year'로 정관사가 붙죠.
또 봄이라는 단어가 'spring'도 있지만 '보다(see)'는 의미도 있죠. 2020년에 40년 전의 '그때'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컨셉을 잡았으니, 그런 의미를 따지면 나름 이름을 잘 붙였다고 봐요."
- 5.18과 기독교를 연결시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거든요.
"그렇죠. 되게 어려운 과정이었어요. 교인들의 참여는 엄청 많았는데, 교회의 공식적인 참여는 거의 드물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해요. 홍보 컨셉도 교회의 참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참여라고 한 이유예요."
- 왜 그리스도인들은 많은데 교회의 참여는 없었을까요.
"당시는 너무 엄했던 시기잖아요. 예를 들어서 유신 시기에도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른바 NCC라고 하는 진보적인 그룹들이 계속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의 선봉에 섰어요. 그걸 교회가 했다고 표현하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광주에서도 교회는 참여하려고 했지만, 공식적으로 하기에는 좀 어려웠죠."
- 인터뷰이 선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스텝이 없었어요. 김의기 열사의 누님이나, 류동운 열사의 동생분은 제가 직접 섭외했어요. 기장총회가 그때 광주지역에서 활동했던 분들을 접촉해서 만나게 해주셨어요. 좀 아쉬웠던 게 평범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안 찾아졌고 실제 교회에서 만났던 분들 중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했는데 난 안하겠다"고 거절하셨 분들도 계세요."
- 7부작으로 개별 인터뷰를 먼저 방송하고 모아서 다시 한 작품으로 했잖아요.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7부작 인터뷰 하나가 15분 편성이에요. 하나하나 완결성 있게 편집하려고 했지만 짧은 인터뷰로 5.18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인터뷰들을 50분으로 재구성해서 인터뷰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5.18의 기독교를 재조명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겠단 생각을 했죠."
-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 기독교의 몰랐던 역사가 되게 많아요. 방송에서 나온 문용동, 류동운, 김의기는 그나마 기념 사업회도 있고 알려진 분들인데 아예 몰랐던 그리스도인들의 죽음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10년 뒤면 50주년 희년이잖아요. 저희 CBS든 연구하는 학자든 누구든 5.18 과정에서 희생당하고 자기 목숨을 헌신했던 그런 분들을 더 발굴해내고 재조명 할 필요가 있겠죠."
-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 있나요?
"5.18 국립묘지의 수많은 십자가가 기억나요. 항상 하는 얘기인데 제가 5월 26일 전남도청에 들어가 있고 내일 새벽에 분명히 계엄군이 들어온다면 (그곳에) 남아있었을까 생각해봐요. 어떻게든 도망쳤을 것 같아요. 거기 남는 건, 곧 죽음이잖아요. 그걸 선택했던 사람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면 좋겠죠."
- 시청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북간도의 십자가>의 메인 성경 구절이 떠올랐어요. '눈물로 씨를 뿌리면, 기쁨으로 거둔다'는 거죠. 3.1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광주는 그분들이 눈물이 아니라 피를 흘렸고 우리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죠. 앞으로도 5.18정신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해주세요.
"CBS에서 근현대사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왔어요. 올가을에는 전태일 열사 분신 사망 50주기예요. 그래서 후배 PD가 프로그램 제목도 <기독 청년 전태일>이라고 확정 짓고 다큐멘터리 준비하고 있어요. CBS의 역사 재해석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그 해 봄> 못 보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서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9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그 해 봄>을 연출한 반태경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반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그 해 봄>을 연출한 반태경 CBS TV PD ⓒ 이영광
"5.18과 기독교 연결하는 것 쉽지 않았다"
"14명 정도 인터뷰를 해서 4월 초부터 방송했고, 그 인터뷰를 또 재구성해서 '토크멘터리'라는 개념으로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5.18 40주년에 CBS와 기독교계에서 5.18을 재조명하고 5.18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요. 개인적으로 뿌듯한 면도 있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많아요."
- 어떤 부분이 아쉬웠어요?
"다큐멘터리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한계와 제작환경의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도 어쨌든 5월 18일에 방송을 했죠. CBS 라디오와 CBS TV시청자들은 좀 다른데 그분들을 대상으로 뭔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 제목이 <그 해 봄>이에요. 왜 그렇게 하셨어요?
"일단은 기독교와 5.18의 관계를 다루는 거니까 '5월의 십자가'로 갈까 했지만 너무 진부하잖아요. 그래서 '5월의 봄'으로 할까 했는데 그것도 진부해요. '그 해 봄' 하니까 딱 맞는 거예요. 비하인드가 있는데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으로 보면 '그해'가 붙고 '봄'이 떨어져야 맞는 거예요. 그런데 '그 해 봄'으로 다 띄어서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보니까 이게 틀린 게 발견 됐죠. 예고까지 다 나가고 있었어서 바꿀 수 없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썼죠. '그 해'가 1980년인데, '그'와 '해'를 띄어쓰기 하면 거기서 '그'는 1980년 즉 'that year'가 아니라 'the year'로 정관사가 붙죠.
또 봄이라는 단어가 'spring'도 있지만 '보다(see)'는 의미도 있죠. 2020년에 40년 전의 '그때'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컨셉을 잡았으니, 그런 의미를 따지면 나름 이름을 잘 붙였다고 봐요."
- 5.18과 기독교를 연결시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거든요.
"그렇죠. 되게 어려운 과정이었어요. 교인들의 참여는 엄청 많았는데, 교회의 공식적인 참여는 거의 드물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해요. 홍보 컨셉도 교회의 참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참여라고 한 이유예요."
- 왜 그리스도인들은 많은데 교회의 참여는 없었을까요.
"당시는 너무 엄했던 시기잖아요. 예를 들어서 유신 시기에도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른바 NCC라고 하는 진보적인 그룹들이 계속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의 선봉에 섰어요. 그걸 교회가 했다고 표현하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광주에서도 교회는 참여하려고 했지만, 공식적으로 하기에는 좀 어려웠죠."
- 인터뷰이 선정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스텝이 없었어요. 김의기 열사의 누님이나, 류동운 열사의 동생분은 제가 직접 섭외했어요. 기장총회가 그때 광주지역에서 활동했던 분들을 접촉해서 만나게 해주셨어요. 좀 아쉬웠던 게 평범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안 찾아졌고 실제 교회에서 만났던 분들 중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했는데 난 안하겠다"고 거절하셨 분들도 계세요."
- 7부작으로 개별 인터뷰를 먼저 방송하고 모아서 다시 한 작품으로 했잖아요.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7부작 인터뷰 하나가 15분 편성이에요. 하나하나 완결성 있게 편집하려고 했지만 짧은 인터뷰로 5.18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인터뷰들을 50분으로 재구성해서 인터뷰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5.18의 기독교를 재조명하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겠단 생각을 했죠."
-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 기독교의 몰랐던 역사가 되게 많아요. 방송에서 나온 문용동, 류동운, 김의기는 그나마 기념 사업회도 있고 알려진 분들인데 아예 몰랐던 그리스도인들의 죽음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10년 뒤면 50주년 희년이잖아요. 저희 CBS든 연구하는 학자든 누구든 5.18 과정에서 희생당하고 자기 목숨을 헌신했던 그런 분들을 더 발굴해내고 재조명 할 필요가 있겠죠."
-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 있나요?
"5.18 국립묘지의 수많은 십자가가 기억나요. 항상 하는 얘기인데 제가 5월 26일 전남도청에 들어가 있고 내일 새벽에 분명히 계엄군이 들어온다면 (그곳에) 남아있었을까 생각해봐요. 어떻게든 도망쳤을 것 같아요. 거기 남는 건, 곧 죽음이잖아요. 그걸 선택했던 사람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면 좋겠죠."
- 시청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북간도의 십자가>의 메인 성경 구절이 떠올랐어요. '눈물로 씨를 뿌리면, 기쁨으로 거둔다'는 거죠. 3.1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광주는 그분들이 눈물이 아니라 피를 흘렸고 우리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죠. 앞으로도 5.18정신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해주세요.
"CBS에서 근현대사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왔어요. 올가을에는 전태일 열사 분신 사망 50주기예요. 그래서 후배 PD가 프로그램 제목도 <기독 청년 전태일>이라고 확정 짓고 다큐멘터리 준비하고 있어요. CBS의 역사 재해석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그 해 봄> 못 보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서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 해 봄> 포스터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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