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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골' 조규성 퇴장으로 뒷맛 씁쓸한 전북

[2020 K리그 1] 전북 현대 2-0 대구 FC

등록|2020.05.25 10:17 수정|2020.05.25 14:16
월드컵 무대였다면 조규성 앞으로 '가힌샤 클럽' 새내기 가입 확인서가 날아왔을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K리그 1 개막 이후 세 경기 연속 승리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조규성의 퇴장 명령에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4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3라운드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전북, 후반전 두 골로 우승 확인

전반전을 득점 없이 끝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후반전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완승을 확인했다. 후반전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브라질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무릴로 엔리케가 놀라운 첫 골을 기록했다.

47분, 동료 이승기의 횡 패스를 받은 무릴로가 놀라운 가속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먼저 달려든 대구 FC 간판 수비수 홍정운을 따돌린 것도 모자라 드리블 속도를 무섭게 높여 정승원까지 따돌리고 낮게 깔리는 왼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은 것이다.

드리블 방향 전환 타이밍도 좋았지만 마지막 순간 정승원을 따돌리는 가속 드리블이 압권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공격 물꼬를 열어주었던 로페즈를 떠나보낸 뒤 측면을 걱정했던 전북이 무릴로 덕분에 큰 고민을 떨쳐버릴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무릴로의 데뷔골에 이어 또 하나의 데뷔골이 전북의 완승을 알려주었다. 그 주인공은 레전드 이동국 다음으로 전북의 골잡이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조규성이었다.

69분,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도 않고 편안하게 넘어올 때부터 골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은 쿠니모토가 헤더로 골을 노렸고 대구 FC 골키퍼 최영은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앞에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이 기회를 조규성이 놓칠 리 없었다. 긴 다리를 뻗어서 왼발 끝으로 가볍게 밀어넣은 것이다.

FC 안양에서 다재다능한 골잡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자랑한 덕분에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조규성은 지난 2월 12일 전주성에서 열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게임에서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렸고, 이번에 터뜨린 추가골로 K리그 1 데뷔골 기록까지 완성시킨 것이다.
 

▲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 전북현대 조규성이 공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징야 없는 대구 FC, 89분에 첫 슈팅 기록

어웨이 팀 대구 FC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노련한 골잡이 데얀이 들어와서 에드가와 호흡을 맞추었지만 퇴장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뒷심을 낼 수조차 없었다. 86분에 미드필더 김선민이 전북 교체 선수로 들어온 김보경을 향해 깊은 태클을 시도하는 바람에 김대용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쫓겨났다.

10명으로 게임을 끝낸 대구 FC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세징야의 빈 자리도 너무 컸다. 하마터면 슛 기록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날 뻔했던 것이다.

이 게임 대구 FC의 공식 슛 기록은 '2'로 끝났다. 89분에 아주 먼 거리에서 에드가의 무기력한 롱 슛이 첫 번째 기록으로 남았고, 종료 직전 에드가의 헤더가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정면으로 날아든 것이 두 번째 기록일 뿐이었다. 세징야의 빈 자리가 이 정도로 큰 구멍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대구 FC의 보기 드문 슛 기록 말고도 믿기 힘든 기록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나왔다. 69분에 골을 넣은 전북 조규성이 추가 시간 2분에 대구 FC 에드가를 향해 불필요하게 발을 치켜드는 바람에 두 번째 경고로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조규성의 연속 경고 기록 자체도 놀랍다. 1분 전도 아니고 46초 전에 첫 번째 경고 카드를 받고 곧바로 또 받은 것이니 초록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쳐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골 넣은 뒤 23분만에 퇴장당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두 장의 옐로 카드 발급 시차가 46초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이다.

2020 K리그 원 3라운드 결과(24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

전북 현대 2-0 대구 FC [득점 : 무릴로(47분,도움-이승기), 조규성(69분)]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조규성(90+2분-경고 누적 퇴장)
AMF : 무릴로(70분↔벨트비크), 쿠니모토, 이승기(84분↔이수빈), 한교원(64분↔김보경)
DMF : 손준호
DF : 김진수,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73분↔정치인), 에드가, 고재현(46분↔데얀)
MF : 황순민, 류재문(46분↔츠바사), 김선민(86분-경고 누적 퇴장), 정승원
DF : 김동진, 정태욱, 홍정운
GK : 최영은
덧붙이는 글 가힌샤 클럽(Garrincha Club) :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뒤 파울로 퇴장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말. 1962년 FIFA 월드컵(개최지 - 칠레) 득점왕이기도 한 브라질의 가힌샤 선수가 칠레와의 준결승전에서 2골을 넣은 뒤 퇴장당한 일로 이런 축구 용어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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