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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첫 여성 국회부의장... 한국언론 수준은 고작 '고민정 시집'

여전히 낮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 언론은 '가십' 정도로만 취급

등록|2020.05.25 10:20 수정|2020.05.25 10:20

▲ 더불어민주당 4선 김상희(경기 부천시병) 의원. 사진은 지난 15일 국회부의장에 출마의사를 밝히는 모습. ⓒ 김상희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25일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당선인 총회를 열고 박병석 의원(6선, 대전 서구갑)을 국회의장으로 김상희 의원(4선, 경기 부천병)을 국회부의장 후보로 추대할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원래 경선을 통해 의장단 후보를 선출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경쟁보다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앞서면서 박병석·김상희 의원이 단독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민주당 의장단 후보는 6월 초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김상희 의원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 됩니다.

'첫 여성 국회부의장'이라는 타이틀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들의 위상이 높아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역대 최다 여성의원 57명 당선... 여성의원 비율은 OECD 최하위권
 

▲ 역대 총선 결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여성 정치대표성 강화방안: 프랑스·독일의 남녀동수제 사례분석' 보고서 중. ⓒ 국회입법조사처


21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은 57명입니다. 20대 총선 여성 당선자 51명보다 6명이 늘었습니다. 역대 최다 여성 당선입니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16대 국회까지도 여성 국회의원 수는 300명 중 6%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부터 10%를 넘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17대부터 여성 의원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여성 할당 규정이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여성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여성 의원의 비율이 증가했지만, 대한민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17년 기준 OECD 평균 28.8%보다 10%p 낮은 수준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여성 정치대표성 강화방안: 프랑스·독일의 남녀동수제 사례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보다 여성의원 비율이 낮은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5개국에 불과합니다. 여성의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녀 성비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전세계 여성 국회의장 비율 20.5%
 

▲ 지난해 12월 18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을 당시 모습. 의사봉을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는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국정연설 원고를 찢어서 책상에 던져 버리는 충격적인 모습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원고를 찢은 하원의장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원입니다. 낸시 펠로시는 2001년 여성으로는 처음 민주당 원내총무가 됐고, 이후 2007년 미국 연방 하원의장에 취임했습니다.

낸시 펠로시는 2018년 민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2019년에 또다시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시 계승 승위상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 3위에 해당합니다.

국제의원연맹(IPU)의 2020년 자료를 보면 전세계 여성 국회 의장 비율은 278명 중 57명(20.5%), 여성 국회 부의장 비율은 582명 중 147명(25.3%)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보다 정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만 해도 이미 1993년 도이 다카코 의원이 여성으로는 첫 중의원 의장에 취임했습니다.

한국은 첫 여성 부의장이 탄생한다고 난리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 첫 여성 국회의장, 가능할까?

김상희 의원이 첫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유력해지면서 여성 국회의장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한국의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입니다. 21대 국회의장으로 민주당 6선의 박병석 의원이 후보로 추대된 이유입니다. 선수로만 따진다면 다음 총선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현 법무부장관)이 당선한다면 국회의장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횟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은 정치적인 능력보다는 수동적인 면을 강조하는 보조적인 역할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스> 김혜인 기자의 <고민정 보도는 왜 '시집 잘가'에 집중했나>라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 여성 정치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보도하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 한국 언론의 여성 정치인 보도를 비판한 미디어스의 기사. ⓒ 미디어스 갈무리


한국의 언론은 여성 정치인을 외모나 가십거리 대상 정도로만 취급하고, 이는 여성 정치인들을 가로막는 사회적 제약으로 존재합니다.

언론과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지만, 여성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정치 능력도 요구됩니다. 실제로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가톨릭 신자임에도 동성 결혼이나 낙태를 적극적으로 찬성했습니다. 일본 도이 다카코 전 중의원 의장은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평화헌법 수호자였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남녀동수제 도입 이후 여성 의원 비율이 증가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후보자 추천 비중을 늘리는 법적 제도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성 정치인이 나온다면, 머지않아 여성 국회의장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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