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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제초라니?

제초원정대, 새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풀을 제거하다

등록|2020.05.25 15:24 수정|2020.05.25 15:36
등에 땀이 흐른다. 어릴 적 김매던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앉은 자리에 풀을 뽑으며 즐거워한다. 23일 금강변 모래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과 활동가가 금강을 찾아가 제초작업을 진행했다.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제초라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이게 MB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후 사라졌던 모래가 강변에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펄층이 남아 있어 풀이 자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풀이 없는 모래밭이었다. 펄층이 사라졌다는 풀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큰물에 떠내려 가거나,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20여년전 금강에 풀이 모래사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를 다시 재현하기 위해 풀이 자라는 모래톱을 복원하기 위해 풀을 뽑는다"는 김종술 기자의 말에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함께 하기로 했다.
 

제초가 완로된 지역에서 기념촬영중인 제초 원정대의 모습. ⓒ 이경호


2019년부터 '제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고마나루 앞에 작은 모래사장에 풀을 뽑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김종술 기자는 매일 풀을 매며 축구장 1개정도의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래사장도 풀들이 점점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여름철 밭을 매본 사람들은 안다. 쉴세없이 자라는 풀을 제거하는 어려움을 말이다.

2020년에는 본의 아니게 이런 풀을 매는 작업도 잠시 멈췄다. 갑자기 모래사장에서 번식을 시작한 흰목물떼새 때문이다. 번식기에 사람들이 와서 작업하는 것이 새끼를 기르는데 부담을 줄 수 있는 걱정에 잠시 발길을 멈췄다.
 

풀을 메고 있는 모습. ⓒ 이경호


번식을 마친 것을 확인한 이후 김종술 기자는 다시 풀을 매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역시 이를 확인하고 23일 집행위원과 활동가들이 금강을 다시 찾은 것이다. 이미 3월과 4월에 두차례 제초활동을 진행했었다. 잠시 멈춘 사이 모래사장에 풀은 그야말로 쑥쑥자라났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쑥쑥자라는 풀들은 왜래종이 더 많다. 척박한 토양에 더 잘 적응하는 왜래종의 번식력 때문이다.

제초제나 장비를 이용하면 쉽지만, 제초제는 오염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장비 역시 지자체가 진행하게 되면서 본래의 목적과 취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염려로 사람들을 모아 아름아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본격적인 제초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향후에는 제초를 진행하는 곳과 풀을 그대로 둔 곳의 지형변화도 확인하여 모니터링 해볼 계획이다. 제초원정대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금강이 다시 과거처럼 풀없는 모래사장이 유지되는 그날까지.
 

김종술 기자가 만든 모래톱에서 제초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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