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악단에 팔려간 소년... 큰 깨달음을 주다
[리뷰]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Remi: Nobody's Boy)>
▲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프랑스 동화작가 엑토르 말로(1830~1907)의 소설 <집 없는 아이 : Sans Famille>를 원작으로 한 따뜻한 영화가 찾아왔다.
파리 채석장에서 일하는 제롬은 길에 버려진 갓난쟁이 레미를 우연히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아내에게 키우게 한다. 아기 이불이 비싼 걸 보고 부자인 친부모가 곧 찾으러 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그러나 친부모는 나타나지 않고, 친자식처럼 레미를 키운 아내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11살 된 레미는 결국 떠돌이 악단에 팔려간다.
매우 단순한 스토리 구조이지만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에 있지 않다. 등장인물 간 소통으로 보여주는 상호 치유의 아름다운 '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인생의 여정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이를 극복해가는 것은 늘 큰 숙제가 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길에 버려진 주인공 레미는 말할 것도 없고, 비탈리스는 음악가로서 최고 명예를 누렸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레미의 영원한 동반자 로즈는 늘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레미를 친 자식처럼 키운 양엄마는 레미를 허망하게 보내고 슬픔에 몸부림치고,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가난에 허덕이게 되자 레미를 버린 양아버지도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괴로워한다. 10년을 하루 같이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친엄마 매리에게도 아픔의 운명은 비껴가지 않는다.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어
▲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이렇게 각 주인공은 조금씩 일그러진 퍼즐 조각 모습으로 만나지만, '사랑'과 '화해'의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 만남과 이별을 이어가면서. 때로는 잔인한 운명이 이들을 갈라놓지만, 이 또한 치유의 과정이다.
아이가 어른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귀족도 떠돌이 악단과 사랑하고,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게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나이, 계급, 성별, 편견을 초월하는 이들의 우정을 보면서, 일차적 공동체인 가족에게 버림받은 보육원의 아이들을 생각났다. 아이들은 시혜적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스승이며 친구라는 것을 이 멋진 영화 한 편으로 다시 배웠다.
<시네마 천국(1990)>에서 어른 토토로, <오션스(2010)> 다큐 해설자로 잘 알려진 배우 자끄 페렝이, 노인 레미도 출연한다. 그의 온화한 미소 앞에 행복해하는 어린이들의 눈물과 웃음이 매우 훈훈하다. <카페 벨에포크(2020년)> <제8요일(1996)> <여왕 마고 (1994)> 등으로 친숙한 다니엘 오떼유가 길거리 악사 비탈리스로 열연한다.
힐링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파리 나무 십자가 합창단의 노랫소리 또한 놓치면 안 되는 감상 포인트이다. 뭉클한 감동과 순수 영혼의 힘이 그대로 선율에 묻어난다. 가사를 한 번 따라 부르는 것도 권하고 싶다.
두려워 마 너와 나 함께 노래해
들리나요 내 노래
나를 찾는 노래만 있다면 우~린
이 노래는 우리 둘 사랑의 다리
비바람 쳐도 날개를 펴고 날아요
멀리 있어도 우린 알아요
노래만 있다면 우~린
오늘 하루도(지치고) 내일도(고단해)|험난한 여행
하지만 우리 가는 곳|어디든 행복해
노래만 있다면 우~린
▲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레미 : 집 없는 아이> 영화 정보 |
개봉일 : 2020년 5월 28일 수입 : ㈜SY코마드 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감독 : 앙트완 블로시에르 출연 : 다니엘 오떼유, 자끄 페렝, 루디빈 사니에, 비에르지니 르도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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