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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장에게 백선엽 장군 '서울 안장' 압박한 통합당

백 장군 장지 문제 두고 신경전... 박삼득 처장 "서울 현충원 만장, 대전 현충원 모실 수 있다"

등록|2020.05.28 18:23 수정|2020.05.28 18:23

주호영 원내대표 만난 박삼득 보훈처장박삼득 보훈처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한기호 미래통합당 당선인: "근데 (국가보훈처에서) 백선엽 장군은 왜 찾아가신 건가. 처장님이 시키셨나. 왜 가셨나."

박삼득 보훈처장: "지난 1월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으시다고 들었다. 백 장군님이 현대사에 미친 영향을 볼 때 관심의 대상인데, 그래서 건강 상태와 (안장 여부) 진행 정도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국립묘지 관리는 제 소관이다."

한 당선인: "서울 국립현충원은 국방부와 협조해서 논의해야지, 처장이 일방적으로 한다면 그건 좀 지나친 것 아닌가."

박 처장: "'(백 장군님이) 서울 현충원으로 가신다 못 가신다', 그런 말이 아니라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 있다는 거다."

한 당선인: "그것 자체가 지나치지 않냐는 거다. (백 장군이) 건강은 안 좋으셔도 살아계시는데. 처장님도 군 생활 하셨지 않나."


2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미래통합당 인사들과 박삼득 보훈처장 사이 오간 대화 일부다. 국가보훈처가 최근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을 찾아 장지(葬地: 장사하여 시체를 묻는 땅)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통합당 인사들은 이날 박 처장을 만나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백 장군 예우·공적 등을 거론하며 서울 현충원에 안장할 것을 보훈처에 요구했다.

이날 면담 자리에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종배 정책위의장, 예비역 장군 출신인 한기호 당선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등이 참석했다. 전날(27일) <조선일보>는 '6·25 전쟁 영웅에 현충원 1평도 내줄수 없다니'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보훈처 직원 2명이 지난 13일 백 장군 측을 찾아가, '서울 현충원에는 백 장군 묘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는 취지로 보훈처를 비판했다.
 

박삼득 보훈처장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삼득 보훈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박 처장을 만난 주 원내대표는 발언 서두부터 "어제오늘 사이, 백 장군 예우 문제 관련해 많은 분이 걱정하고 화내고 분노하고 있다"며 "백 장군은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육군 대장이다, 정권 바뀌고 달리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예우가 소홀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취임한 뒤, 국립묘지 안장에 있어 여러 가지로 우리(통합당)와 다른 의견을 내고 해 우려스럽다"란 지적이다. 동석한 한기호 당선자 또한 백 장군 측을 찾은 방문 이유와 목적을 물으며 박 처장을 압박했다.

백 장군은 6·25 '전쟁영웅'으로 알려져있지만, 독립군 토벌대 활동 이력 탓에 2005년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에서 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되는 등 '친일파'란 지적도 있다.

보훈처장 "서울 현충원 장군묘역이 가득 찬 상태"

박 처장은 이에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 대상이다. 그 부분에선 전혀 다른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역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만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관이고 대전현충원은 보훈처 소관인데, 서울이 현재 만장 상태이니 (추후에) 대전 쪽에 오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나라를 지킨 공적에 맞지 않는 예우를 (정부가) 해선 안 된다"라며 에둘러 '서울 현충원 안장'을 주문했다.

"보훈처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나, 신중하지 못한 게 아닌가(한기호)"라는 등 통합당 측의 공세가 이어지자 박 처장은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훈처 입장에서는 보통 분이 아니니 미리 찾아 뵙고 말씀을 나누자는 취지였는데 그게 확대된 것"이라며 "보훈처 입장을 좀 좋게 해석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가보훈처는 국민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며 "공적에 걸맞게 예우하라. 여당(더불어민주당) 눈치를 본다든가, (백 장군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게 예우에 신경써달라"고 보훈처에 당부했다. 이들은 비공개로 30여 분간 더 면담을 나눈 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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