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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재명의 이 한 마디에 배송직원 명단 내놨다

[인터뷰 ①] 코로나19 '행동주의 방역'... "나는 포퓰리스트 아니라 실용주의자"

등록|2020.05.30 11:44 수정|2020.05.31 00:52
 

▲ 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행정은 선행이 아니다."

신천지 강제 조사, 종교단체 집합금지 긴급명령, 재난기본소득 등 신속하고 과감한 코로나19 방역으로 주목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이재명 지사는 "보여주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28일 <오마이뉴스>(오마이TV)와 생중계 인터뷰에서 "(행정은) 잘못한 것을 다 찾아내서 구체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이건 이렇다'고 모범을 보여줘서 다른 사람이 따라 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로 지방정부가 대체 어떤 역할 하는지 알게 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있는 가평 별장까지 쫓아가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게 한 게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이만희 총회장이 (검사를) 받아야 신도들이 따라 할 것 아닌가"라며 "행정기관이 부탁하거나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명령하면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되고, 체포를 당해서 강제로 검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애초 쿠팡 측이 배송직원의 명단을 넘기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 지사의 강제조사 방침이 전해지자 곧바로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재명 지사는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보일 수밖에 없는 혁신적인 정책,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들을 해서 그런 것"이라며 "저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지방자치제에서 시장, 군수, 도지사도 국민이 뽑은 법률상 대표체이기 때문에 법에 의한 권한과 명령권이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지방정부가 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앙정부 관료들도, 국민도 알게 된 것이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와 인터뷰 중 코로나19와 관련한 부분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물류센터 감염 전파 위험성 커... 쓰나미? 작은 파도?" 
 

▲ 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자칫하면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를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얘기한 '큰 쓰나미'가 온 것인가?
"저 멀리서 뭔가 오긴 하는데 그게 쓰나미인지 아니면 우리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높은 파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파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강력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큰 쓰나미일 수도 있고, 큰 파도일 수도 있고, 적절한 수준의 작은 파도로 소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취약한 곳이 도사리고 있는데.
"콜센터는 많이 모이고, 말을 많이 하는 등 활동양식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런데 물류센터는 많이 모이기도 하지만, 이 사람들이 감염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다니기 때문에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성이 크다. 그 위험이 (지금) 현실화한 것이다.

물류센터의 위험성도 인지했지만, 거길 막으면 유통 대란이 벌어지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해주길 바랐다. 아쉽게도 방역수칙이 잘 안 지켜진 것 같다. 거기에 더해서 감염된 후에도 많은 사람을 모아서 통보하고, 그냥 계속 작업을 하게 하고, 심지어 며칠이 되도록 대외 배송직원들 명단(제출)을 협조하지 않는 등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 위험을 현실화시켰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도 이런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막는 데 필요한 조치들의 비용 일부를 저희가 지원해주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빨리 발견하는 것이다. (위험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씨는 어딘가에 싹 뿌려져 있고, 어딘가에서 자란다. 자라면 이게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데, 우리가 어느 단계에서 개입해 정확하게 제거하느냐에 따라서 피해 규모가 전혀 달라진다. 조금만 방치하면 또 자라서 씨를 뿌리니까. 자라는 싹이 났을 때 최대한 빨리 발견해서 싹을 잘라야 한다."

- 쿠팡 측에서 대외 배송직원 명단 제출을 안 하다가 이 지사의 강제조사 방침 소식을 듣고 협조하기로 했다. 지난번 신천지 강제 조사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쿠팡 측이) 전산으로 몇 분만 두들겨 봐서 (배송직원 명단) 파일만 보내면 되는데, 입수를 못 하고 있다고 해서, 뭔가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회의 도중에 특사경(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포렌식 팀에게 (쿠팡 물류센터에) 가라고 지시했다. (쿠팡 측에) 전화통보를 하니까 바로 (명단을) 제출했다. 사안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이 좀 낮은 것이다. 어쨌든 바로 명단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제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서도 굳이 쫓아가서까지 검사를 한 이유가 있다. 당시까지 사람들이 (방역 행정에) 협조하는 것이지, 안 하면 그만 아니냐는 인식이 아주 강할 때였다. 제가 행정명령, 긴급명령 등 '명령'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러 그 단어를 많이 쓴다. 보통은 '조치'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제가 '명령'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사실 의도가 있다. '왜 건방지게 도지사가 나한테 명령하느냐' 이런 사람도 있긴 하더라.

그런데 원래 정부를 운영하려면 말로 해서 안 될 때 강제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게 권한이다. 그 권한을 다른 데에 쓸 수 있으니까, 부당이득 얻으려고 노리는 사람들이 없진 않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다. 권한은 법률과 규칙, 규정에 의해서 일반적으로 명령한다. 특별히 필요한 부분에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를 명령이라고 한다. 이 명령은 물론 대통령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자치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군수, 도지사도 국민이 뽑은 법률상 대표체다. 여기도 명령권이 있다. 법에 의해서 의무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

경기도지사나 성남시장은 대통령이 시키는 걸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행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그건 아니다, 지방자치제라는 것을 국민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해서, 도지사도 행정의 일환으로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측면이 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지자체장의 책무와 권한이 명시돼 있다.
"법에 근거가 있다. 그럼, 부탁해야 하나? 아니지 않나. 신천지 사태 때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신도) 명단을 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하니까, 조사도 못 하고. 그렇게 일주일을 넘겼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명령하고, 명령에 불응하면 처벌하고, 또 현장에서 강제할 수가 있는데, 그냥 부탁만 하는 거다. 복지부 등 중앙정부까지도. 그래서 제가 '이건 아니다. 이건 강제할 수 있다'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직접 간 것이다.

이만희 총회장한테도 빨리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으라고 했는데, 안 하는 거다. 원래 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할 수 없이 간 것이다. 일단 이만희 총회장이 (검사를) 받아야 신도들이 따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행정기관이 부탁하거나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명령하면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되고, 체포를 당해서 강제로 검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준 것이다. 워낙 긴급한 상황이었고, 꼭 필요했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드시 관철해야 했다."

-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30일이 됐다. 신천지, 구로 콜센터, 이태원 클럽 등 돌아보면 몇 가지 변곡점이 있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이 지사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곡점은?
"대한민국에서 지방정부가 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중앙정부 관료들도, 국민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손발이다. 전에는 손발이 머리하고 잘 안 맞아서 같이 잘 안 놀았다. 지방정부를 아래로 내려다보고, 잘 돼도 모른 척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게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심지어 회의에서 경기도나 서울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신속하게 벤치마킹해서 시행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분기점은 지방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이번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신천지 강제 조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하면 쉬운데, 무슨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해서 하느냐, 그렇게 안 하고도 가능하네!' 이런 걸 보여줬다. 다른 지방정부가 다 따라 하게 됐다. 중앙정부가 손발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을 지방정부가 한 것이다. 그런 것들이 아마도 큰 변곡점이 아니었나 싶다."

- 코로나19 국면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방역 일선의 야전 지휘관 역할을 수행했다.
"박근혜 정부 때 제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니까 인권침해 했다고 얼마나 음해를 했나. 고통스러웠다. 이름을 알려준 것도 아닌데. 그런데 지금은 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게 조심하니까 감염률도 떨어뜨리고, 지금은 정착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뭔가 제안을 하면 아주 쉽게 받아들인다. 사실 그 점에서 행복하다."

"지금은 벼룩 아닌 돼지 정도... 내가 염색을 못 하는 이유는?"
 

▲ 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 신천지 강제 조사 등을 위해 현장에 간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쇼 아니냐? 일은 안 하고 보여주기만 한 것 같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렸지만 보여주기 측면이 있다. 행정은 선행이 아니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잘못한 것을 다 찾아내서 구체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이건 이렇다'고 모범을 보여줘서 다른 사람이 따라 하게 하는 것이다. 그게 비용이 적게 든다. 누군가가 위반하게 해서 다 잡는 것보다는 다 위반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고다.

그런데 그게 예방이 되나? 보지 않으면 잘 안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만희 총회장도 강제로 검사 명령을 받을 수 있구나, 안 하면 이재명 같은 사람한테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체포를 당해서 강제 검사를 당할 수 있구나, 명단을 안 내? 압수수색 안 하고도 할 수 있네!' 이런 걸 보여주면 검사 거부하는 일이 없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행정은 선행이 아니라 공무 수행이기 때문에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는 제가 하는 행동이 좀 튀어 보일 수 있다. 그 튀는 이유는, 과거에는 일부러 좀 튀려고 했던 것이 분명히 있었다. 벼룩인데 봐주지도 않고, 무시하고. 벼룩이 맞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다. 그러니까 비명 지르고, 일부러 높이 튀고, 요란한 자세로 튀고 했다. 그렇게 벼룩이 맞고 있구나 하면서 국민께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나. 지금은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굳이 얘기하면 돼지 정도 됐는데, 옛날에 벼룩처럼 튀면 다리 부러진다. 일부러 그런 측면에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고, 인지도를 올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하는 행동들이 전에 없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지사가 (신도) 명단을 강제로 입수해? 강제로 체포해? 이러니까 사람들이 '쇼한다, 자기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얘기가 많았지 않나. 원래 저는 이만희 총회장한테 갈 생각이 없었다. 제가 가기 전에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했는데, 안 했다. 그런데 가니까 검사를 받지 않았나. 그다음부터 협조하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남들이 안 하는, 또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것이다.

계곡·하천 단속도 마찬가지다. 불법이 (오랜 시간) 방치된 것 아닌가. '지역화폐 깡'을 한다고 하더라. 특별팀 만들어서 수사하기 위해 비상대기를 시켜놨더니, 경기도에서 '지역화폐 깡'은 없었다. 다른 지역은 여전히 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띄는 거다.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보일 수밖에 없는 혁신적인 정책, 남들이 하지 않는 정책들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다."

- 이재명 지사 업무 스타일상 공무원들이 매우 힘들 것 같은데.
"공무원들을 누르는 건 아니고 일을 시키는 건데 공무원들이 힘든 건 사실이다. 제가 미안하고 고맙죠.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15일 만에 정책 결정해서 조용히 다 집행했다. 아무 말(비판)이 없다. 지금 중앙정부에서 하는 건 시끄럽지 않나. 그것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 공무원이 한 거다. 그런 점에 대해서 포상 추진을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서 어제 빨리하라고 했다. 좀 힘들어도 노력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우리 모두의 운명이 달렸는데."
 

▲ 이재명 경기도지사 ⓒ 이희훈

   

- 염색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바빠서 그런가?
"사실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제가 거짓말을 잘 못 해서...(웃음) 이번에 생활방역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염색하려고 일정을 잡았는데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거다. 결국은 또 못하고 말았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눈치 보여서 그런 것이고, 또 마음 한편으로는 누구는 죽네 사네, 사업이 망하네 흥하네, 이러고 있는데 외모 때문에 몇 시간씩 쓴다는 것이 마음에 꺼려져서, 다시 염색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 시청자 질문이다. 생활 방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이 조기에 제압한 이유는 국민의 일상생활을 완전 원천봉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로를 차단하고, 심지어 아파트 단지 입구도 차단하고, 어떤 경우는 집 대문을 용접하기도 하고, 길에 다니는 사람을 전봇대에 묶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럴 수 없지 않나.

우리가 잘한 것은 원천봉쇄를 통해서 확산을 초기에 제압한 것이 아니라 나름 일상 활동을 하면서 초기에 빨리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위대함이다. 다른 나라는 다 폐쇄하고도 못 막았다. 특히 미국이 못 막고 있지 않나. 이미 너무 늦었다. 우리는 초기에 싹이 작게 올라왔을 때 자르고 있다. 너무 자라버리면 제거하기도 어려워서 밑에 싹 자라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러면 사실 대응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이 사실 거의 비슷한 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 강도를 조정하긴 해야 할 것 같다. 저번처럼 완전히 폐쇄해서 학교도 안 가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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