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코로나로 경제성과에 위기감, 극렬 적대감으로"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간담회..."남북 통신선 다시 연결될 것"
▲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6.10 ⓒ 연합뉴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남북 직통전화가 끊어졌다고 하는데 선을 자른 것이 아니라 안 받은 것일 뿐, 북한이 필요를 느끼면 다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회고록 <판문점의 협상가> 출간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남북 연락·통신선 폐쇄와 관련, "이명박 정부 때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북한이 비슷한 태도를 보였지만, 평창올림픽 특사단을 내려 보내겠다면서 국정원을 통해 다시 연락을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은 그나마 최고존엄에 대한 인민들의 존경으로 끌고 가는 건데, 직격탄으로 위선자니, 형님을 죽인 살인자니 이런 식의 삐라(전단)를 뿌리니 그렇잖아도 속이 터져서 화를 내고 싶은데 남쪽 삐라가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올해 경제적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제재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은 지난 1월 28일 국경이 폐쇄됐고 4월에 초중고 개학을 해야 했지만, 6월 1일에야 개학을 했다"면서 "이는 이미 코로나19가 (북한에서) 돌았다는 이야기로 청정지역이라는 말과는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수석부의장은 "노동신문에도 강원도에서 격리 해제자가 300명, 황해남도와 평안남도에서 700명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다, 코로나19가 (북한 내부에) 전파되고 있고 어른들이 공장․기업소에서 작업을 못하고 협동농장에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니 생산성이 형편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남쪽에서는 보건의료협력 같은 것을 말하니 아마 척 받고 싶었겠지만 이후 대북제재 저촉 등으로 발목 잡히면 아무 것도 못할 테니 그걸 제치고 나올 수 있는지 확인되면 받자고 하고 기다리다 시간이 흘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수위 높은 대남 비방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선 "북한이 남한에 관한 열등의식 때문에 터무니없이 자존심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면서 "일부 언론보도처럼 정부가 김 부부장의 말에 벌벌 기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남·북한 사이에 격차가 크다 보니 북한 입장에서는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가 있고, 이것이 터무니없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외문제는 김여정에 맡기고, 김정은은 경제에 주력"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대외 문제를 맡기고 자신은 경제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것 같다"면서 "최근 노동신문에 보면 김 부부장을 '당 중앙'이라고 한 부분이 있다, 이는 1970년대 말쯤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우며 '당 중앙'으로 부른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김 부부장이 직접 '최고 존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정 수석부의장은 정부가 대북 제재를 앞세우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갖가지 이유를 대서 일을 못하게 하면 통일부 장관이 직접 가서 평화 유지를 위해선 이것밖에 길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가시철망을 뚫고 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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