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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궁금해서

김희경 지음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고 생각해 본 우리에게 필요한 반성

등록|2020.06.18 17:29 수정|2020.06.18 17:29

뉴스를 보던 나는 화가 난다. 그 화가 가라앉기 전에 또 다른 화가 내 안에 가득해진다. 지난 1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9시간 동안 여행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9살 어린이가 끝내 사망한 사건. 나는 아이가 발견된 상황과 그 이면에 있던 학대 상황에 화가 났다. 마음이 아팠다. 화가 나고 아픈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사건은 또 발생했다.

창녕에서 한 어린이가 4층 빌라에서 탈출했다는 뉴스였다. 무려 4층 높이의 지붕을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탈출하던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관련 기사를 찾아본 후 나는 아이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만약 아이가 탈출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나는 그 뒷일을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생각했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들로 나는 그들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책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다.

"아이를 억압하는 부모라는 권력"
 

내포된 내용과 다르게 밝은 표지를 가진 책문재인 대통령이 읽고 나서 직접 저자에게 편지를 보낸 책, 읽고 나서 그 이유가 이해되었다. ⓒ 신은경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자녀를 소유물처럼 대하고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증명하려 드는 부모라는 권력이다."

프롤로그의 한 부분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녀에 대한 소유욕이 은연중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무자비한 폭력만이 아동 학대가 아니다. 아이는 폭언이나, 비난하는 눈초리, 표정으로도 학대 받는다. 나 역시 '내 아이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는지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내려앉았다.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 받음."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 아이들이 맞았던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위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반성한다는 느낌을 말한 아이는 없다. 체벌은 교육적 효과를 가진 게 아니라 정서적 피해를 야기한다.

비단 외국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책에서 다룬 2014년 한 시설에 거주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부모에게 잦은 체벌을 당했던 아이였는데 상담 과정에서 '내 몸은 소중해요'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책에선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내 몸이 왜 소중한지 잘 모르겠어요. 매일 맞고 불행한데 뭐가 소중하다는 건지"라고. 

아이들에게 가족이 진정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밖에서 어떤 일을 당해도 집에 오면 내 편인 가족이 있다는 안도감을 그동안 나는 당연시했었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신체적 체벌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힘의 차이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불평등함을 인지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과 권력에 따른 불평등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 쉽다'라고 했다.

그 예로 문제없는 가정에서 자신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저는 맞아도 싸요"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나만 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이다.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친권'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이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격리하고 긴급보호를 위해 친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가능해졌다."

일시적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책에서는 스웨덴의 사례를 보여준다. 가족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아동인권을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참신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체벌금지법이 통과한 후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처벌 내용을 알리는 것 이외의 훈육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16페이지짜리 설명서를 만들어 자국어를 포함해 독일어, 영어, 불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아이가 있는 전국의 모든 가정에 배포했다. 전 국민이 알고 실행할 수 있었다.

금지가 최상의 방법은 아니다. 대안이 있어야 금지도 지켜질 수 있다. 스웨덴은 그 대안까지 국가가 책임졌다. 해결책을 국가가 제안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체벌 금지가 실행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반성

책을 읽는 내내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을 생각했다. 그 기준이 무엇일까. '믿을 건 가족뿐'이라는 잘못 만들어진 신념과 그 속에서 '정상'만 우리 편이라는 잘못된 생각. 그 안에서 가장 약자인 아이들은 상처받고 있다. 바뀌어야 한다. 그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2016년 봄 아동학대 사망사건들이 잇따르자 '엄마의 눈으로 남의 아이도 내 자식처럼 돌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반성들이 이어졌다. 나 역시 2020년 창녕의 어린이에게도 같은 반성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력에 반대하는 개인의 인권의식이지 남의 아이도 내 자식처럼 돌보는 엄마의 눈, 전 사회의 '확대 가족화'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았을 때 항의하고 신고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더 약한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인 것이지, 우리가 모두 이웃의 아이를 함께 지키는 대가족 구성원의 마음자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같은 반성을 반복할 뻔 했다. 나는 스웨덴을 마냥 부러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미비하지만 우리도 변하고 있으니까. 2016년 겨울부터 전국을 달궜던 촛불집회에서 저자는 그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어떤 공동체에 속하지 않고도 각 개인이 광장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음을.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 (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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