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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배경음악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을까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창녕 아동학대 사건 보도, 자극적 연출 자제해야

등록|2020.06.18 17:51 수정|2020.08.10 17:47

▲ KNN 6월 12일 <물고문, 쇠사슬 '부모 아닌 악마였다'>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 창녕 초등학생 학대 사건은 부산 지역 지상파 방송 중에서는 KNN이 유일하게 주요 리포트로 다뤘습니다.

KNN은 지난 12일 첫 번째 리포트 <물고문, 쇠사슬 '부모 아닌 악마였다'>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9살 아이의 지옥 같은 여정을 재구성"해서 보여줬습니다.

'고문에 가까운 고통'과 탈출 당시의 긴박감을 강조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이 뉴스는 배경음악을 활용했습니다. 피해 아동이 찍힌 편의점 CCTV 화면과 이 아동이 살던 빌라 위를 촬영한 드론 샷, 작업용 접착 총과 욕조를 촬영한 화면 위에 시종일관 긴박감을 자아내는 음악을 깔았습니다.

뉴스의 말미, 기자가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내려도 학대가 아이에게 남긴 고통을 덜거나 지우지는 못할 것입니다"라는 멘트를 할 때는 배경음악이 돌연 슬픈 분위기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은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일부 보도처럼, 개별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춰 가해자의 잔혹함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논의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주 특수한 개인이 저지른 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대 방법과 도구, 탈출 과정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는 특히 경찰 수사가 발표되고 난 후, 그 내용을 옮기면서 심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선정적 보도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도 8일에서 10일까지는 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 담임교사의 가정방문이 차단됐었던 사실을 기사로 내다가 경찰 발표 이후인 12일에 각각 <쇠 목줄 채우고, 발 지지고… 9살 소녀 난간 타고 필사의 탈출>(국제신문, 2면), <쇠사슬 목줄에 하루 한 끼…다락방에 갇혀 살았다>(부산일보, 3면)를 주요 면에 배치함과 동시에 학대의 잔혹함을 헤드라인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최근의 아동 학대 사건 보도에서는 '의붓아버지' '계모'라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특수함을 부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서술은 '계부', '계모'가 학대의 원인이라는 편견을 강화합니다. 그러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학대 가해자는 친부모인 경우가 77.2%입니다. 병력 관리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가해자가 과거 '조현병'을 앓았다고 보도하는 것도 역시 성급한 진술입니다.

KNN은 14일 <뉴스아이>('창녕 아동학대' 계부 구속영장 신청)과 15일 <모닝와이드>(자녀 학대, 법제화로 막을 수 있을까?)에서 법무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인데, 부모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게 된다는 것과 체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등 쟁점이 있다며 상황을 정리해주기도 했습니다.

잇따르는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아동 학대 근절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모으는 데는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큽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리포트처럼 선정적인 보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http://bssiminnet.or.kr/wp/)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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