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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뭐가 무서워 야당에 법사위 못 주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72]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등록|2020.06.22 11:33 수정|2020.06.22 11:33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도 어느새 20여 일이 지났다. 21대 국회는 달라질까 싶었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은 힘들어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그와 상관없이 원구성 협상에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인다.

현 정치 상황을 보수 측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한 커피숍에서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만나 원구성 협상과 총선 후 2개월 통합당 행보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조 전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 조대원 제공


"법사위 놓고 대립 중인 국회... 180석 여당, 통 크게 하면 안 되나"

- 결국 보수 진영이 빠진 채 국회가 개원하고, 가장 논란이 된 법사위를 민주당이 가져갔어요, 21대 개원 후 2주간 어떻게 보셨어요?
"좀 바뀔 줄 알았는데 21대 국회도 과거에 보여준 모습과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여요. 어찌 보면 지금이 더 심하단 생각까지 들어요. 이걸 어느 한 당의 잘못으로만 몰고 싶지는 않아요. 야당은 어쨌든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해요. 여당 역시 열린민주당 포함해서 국민이 약 180석을 몰아 준 거 아닙니까. 그러면 좀 여유 있게 포용하면서 국정을 잘 이끌 줄 알았는데, 여전히 과거 소수 야당 때 모습에서 탈피하질 못해요."

- 여당이 아직도 소수 야당 때 모습에서 못 벗어났다고 보세요?
"네, 제 눈엔 그렇게 보여요. 보수 야당이 여당에 대해 지적 하나만 하려 해도 '당신들은 지난 50년 동안이나 집권하며 다 말아먹었잖아, 우린 이제 겨우 13년 했는데 아무렴 당신들보다 더하랴?'란 식이에요. 보수 야당이 똑바로 못 해서 국민에게 매 맞고 탄핵까지 당하며 정권을 잃은 건데, 고작해야 비교우위를 강조하며 안도하는 수준이에요."

- 21대 국회 원구성은 어떻게 보세요?
"법사위 놓고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잖아요. 여당이 180석이나 가졌는데 좀 더 통 크게 하면 안 됩니까? 자꾸 여상규가 어땠고 권성동이 어땠고 하는데, 그게 다 구차한 변명처럼 들려요. 사실 180석이면 개헌 발의까지도 가능한 의석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야당이 그렇게 애걸복걸하는 법사위를 뭐가 무서워서 못 줍니까? 20대 국회 때 보수 야당이 법사위에서 사사건건 발목 잡았다는데, 그럼 18대, 19대 국회에서 현 여당이 법사위 갖고 있었을 땐 어땠고요? TV 토론에서 제가 '그렇게 양쪽이 모두 지긋지긋해하는 법사위라면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자'고 얘기했더니 여당 패널이 그건 또 아니라고 하더군요."

- 법사위가 '상임위의 상임위'라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걸 바꾸는 게 낫지 않나요?
"제가 여당 지도부라면, 저는 야당이 '법사위 없으면 안 된다'라고 목을 매면 법사위를 야당에 준 뒤 그간 문제 됐던 체계 자구 심사 조항을 수정하자며 협상했을 거예요. 여당이 그렇게 나왔으면 지금보다 더 호평받았을 거고, 야당 역시 거부할 명분은 없었을 거예요.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도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눠서, 여야가 번갈아 가며 한 번씩 맡자고 했다잖아요, 그걸 여당이 거부했다고 하고요.

여당 주장처럼 그간 야당이 발목을 잡아 개혁법안 통과를 못 시킨다면 법제위 기능만 가져가면 되잖아요. 그런데도 사법위 기능까지 모두 가지려는 이유는 그래야 검찰·법원을 장악하고 통제하기가 쉽기 때문 아닌가요. 이제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눠서, 적어도 집권 여당의 영향력으로부터 사법부가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 통합당도 여당 할 때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맞아요. 그랬었지요. 그렇다 보니 야당이 지금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안 먹히는 거예요. 그러나 지금처럼 야당 말이라면 깔아뭉개보는 게 과연 국가 발전에 최선인가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예요. 여당이 입만 열면 주장하는 '일하는 국회'가, 청와대·행정부에서 오는 법안들 더 많이 더 빨리 통과 시켜 주는 건 아닐 거잖아요.

'의회정치'란 게 그런 게 아니잖아요. 국회가 할 가장 중요한 의무·역할은 행정부가 오만과 독선에 빠지지 않게 잘 견제 감시해 부정부패 등 더 큰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첫 회동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5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그럼 '권력 나눠 먹기'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국회에서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는것은 권력 나눠 먹기가 아니라, 승자독식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완화해 협치와 효율 그리고 소수에 대한 존중이 가능토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180석 가졌으니 내 맘대로 다 할 수 있다는 논리면, 추경도 혼자서 통과시키고 장관청문회든 뭐든 다 혼자서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야당과 협치를 해요? 그러나 다수 국민은 그런 '승자독식 정치'를 원치 않는다고 봐요."

- 통합당 주장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게 국회 관례라는 건데,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엔 법사위원장이 여당인 새누리당이었잖아요. 모순 아닌가요?
"그때는 상황이 좀 복잡했어요. 민주당과 새누리당 그 어느 쪽도 혼자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질 순 없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이었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국회의장을 가지는 쪽은 법사위원장을 상대 당에 양보하라고 하자,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 양보' 카드를 꺼내며 국회의장은 민주당에서 갖겠다고 먼저 치고 나왔죠."

"통합당, 원구성 협상 전략 없어... 아직도 배가 덜 고픈 것 같다"

- 국회의장은 통상 제1당이 맡는 게 관행 아닌가요?
"아니에요. 김재순(13대 국회 전반기) 박준규(14대 국회 전반기) 이만섭(16대 국회 전반기) 전 의장의 경우 여소야대 구도에서 제2당이었음에도 국회의장을 맡았어요. 정세균(20대 국회 전반기) 전 의장 이전에는 박관용(16대 국회 후반기) 전 의장이 유일한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었고요. 이 같은 과거 사례들을 보더라도 20대 국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한 건 분명 이례적이고 파격적 사건이었지요. "

- 원구성 협상에서 통합당만의 전략이 없었던 거 같은데요.
"전략 없었던 게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요(웃음). 원 구성 협상할 때보다 실은 선거 때 더 전략이 필요했었지요. 그러나 원 구성이든 뭐든 이미 선거는 졌고 게임은 끝난 거예요. 결국은 야당이 거대 여당에 읍소하고 국민에게 매달리고 해서 법사위 등 상임위 하나라도 더 가져와야 하는 거예요."

- 그럼 총선 후 2개월간 통합당 행보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처음엔 103석 탓에 모두 충격에 빠졌죠. 그다음은 선거에서 다신 못 이길 것 같은 공포였고요. 그러니 전부 강남이나 영남 가려고 하잖아요. 선거에 대패하고 곧바로 당의 얼굴과 주류를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고 여러 의제를 던지고 있지만 '선거 후 미래통합당이 변했구나' 느끼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머리로는 뭘 잘못했는지 이해하고 입으론 반성을 얘기하는데 그게 가슴까지 오질 못해요."

- 왜 못 느낄까요?
"아직도 배가 덜 고프다고 할까요. 실패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 때문으로 안 느껴지는 거예요. 선거 부정 얘기가 나오는 게 대표적 사례지요. 입으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하는데 가슴으로는 여당 탓, 국민 탓을 하는 거예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말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는데, 부자 동네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국회 뒤 1호 법안으로 낸 게 '종부세 인하'예요. 이러니 아직도 '부자정당' '기득권 정당'이라고 놀림을 받지요. 제가 봐도 '약자 동행'과 '종부세 인하'가 매칭이 잘 안 되는데 국민 눈에는 오죽하겠어요?"

-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계속 여러 의제를 던지고 있는데요.
"방향은 잘 잡은 거 같아요.  문제는 그게 국민에겐 크게 안 와 닿는다는 거죠. 긴 세월 동안 쌓인, 당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 것 같아요. 종부세 인하하겠다는 '친부자 정당' 통합당과 '약자와의 동행'은 거리가 있다는 거죠. 황교안 대표 시절, 5.18 '망언' 의원들조차 징계 안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독재' 표현을 썼으니 그게 국민 눈에 어찌 보였겠어요? 말에 힘이 생기려면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 거잖아요.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쟤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라며 믿지 않아요."

-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 언급'을 자제하라고 하던데요.
"그게 되겠어요? 그건 너무 수세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가짜 보수와 진짜 보수, 거짓 보수와 참보수를 제대로 구분해 진짜 보수, 참보수의 정신을 당에 심자고 하는 게 더 나아 보여요. 제가 믿는 참보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대한민국 주도의 평화통일 달성과 사회정의 실현, 이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연성을 갖는 것'이에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한 사회의 성숙도는 '다름'을 다루는 수준에 달렸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게 '다름'을 다루어가는 기술이 결국 한 나라의 '국격'과 '국력'을 결정한다고 보고요.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요. 나와 다른 생각이 불편할 수는 있어도, 그걸 조롱하고 무시만 해서는 발전이 없어요. 대한민국이 '다름'을 다루는 기술에 있어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수준 높은 국격을 가진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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