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받은 주호영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회 원구성 협상 거부... "맘대로가 불가능하다 깨달으면 우리 요구 들을 것"
▲ 국회 복귀한 주호영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을 내놓고 전국 사찰을 돌며 잠행했던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얻어 복귀했다. ⓒ 남소연
"야당의 동의나 협조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해봐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전국 사찰 순회를 마치고 국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국회 원 구성에 나서는 대신 협상을 전면 거부하는 '강경 투쟁' 입장만 재확인했다. 되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대로 하라"라고 공을 넘겼다. 개원 후 3주가 넘도록 '반쪽 국회'에 머무르고 있지만, 국회 정상화는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고 협력만 하라?"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총선 이긴 걸 가지고 국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아예 작정을 하고 처음부터 협상은 없었다"라며 "제 입장은 처음부터, (민주당이) 통합당 없이도 국회 운영을 할 수 있는 의석이라고 (통합당) 의사를 반영 안 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절대 몽니를 부린다든지 국회를 방치할 생각이 없다"라며 "상생과 협치가 국회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란 걸 알려주고 싶고, 협조를 구하면 국익을 위해 뭐든 상의하고 협조할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입장을 "이전의 여당은 절대다수가 아니라서 야당 협조가 불가피해서 양보한 것이다", "지금처럼 절대의석을 가지고 있고,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야당보다) 2석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민주당)는 우리만으로 할 수 있으니 양보할 필요 없다고 한다"라는 것으로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럼)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보겠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우리 요구를 들어주고 협조하자"고 설명했다.
▲ 박수받으며 복귀한 주호영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을 내놓고 전국 사찰을 돌며 잠행했던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얻어 동료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복귀했다. ⓒ 남소연
사실상 여당과의 모든 협의를 거부한 셈이다. 나머지 12개 상임위원회 중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향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 등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손을 내밀 텐데, 그때까지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상임위원회 구성을 잠정적으로 해서 명단 배정표를 달라고 하는데, 그럴 수는 전혀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만큼, 상임위 구성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다시 한번 강제배정을 단행해야 한다.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우리 보고 (상임위원) 명단을 내야 한다는 건 협력이 필요하다는 건데, 그러면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야지"라면서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고 무조건 협력만 하라?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 입장은 18개 상임위원장을 서둘러 임명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맘대로 하라" 모든 협의 거부
▲ 국회 복귀한 주호영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뒷모습)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을 내놓고 전국 사찰을 돌며 잠행했던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얻어 복귀했다. ⓒ 남소연
이날 주 원내대표는 "국회는 행정부 견제가 제일 중요한 일인데, 민주당은 청와대와 한 편이 되어 청와대 앞잡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국회는 있으나 마나이다. 우리는 장식품이나 들러리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형태가 4년 동안 계속되면 우리의 존재 의미가 없다"라며 "대한민국 국회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대여투쟁의 명분을 설파했다.
강경투쟁의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아무 것도 하지 말자'였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결위에서 추경을 심사하려면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라며 "예비심사를 하지 않을 때는, 의장이 상임위에 예비심사 시한을 정하고 그 기간을 초과할 경우에 예결위에서 심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12개가 상임위가 지정이 안 돼서 심사기일도 지정 못한다"라며 "12개 상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추경) 심사 안 돼서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 귓속말 하는 주호영-김종인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주호영 원내대표의 투쟁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원내대표가 지금까지 해온 그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뜻하는지 묻자, 김 위원장은 "통합당 의원들이 의원으로서의 국회 활동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하지만, 협상 자체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라며 "법사위를 가지고 협상했는데, 그 자체가 깨져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답했다. 여야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23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머무르는 강원도 고성 화암사까지 직접 찾아가 5시간가량 회동을 가졌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주호영 원내대표의 입장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그럼 국회 복귀한 게 아니지 않나"라며 "그분의 국회 복귀의 의미는 도대체 뭐냐"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김태년 "통합당 시간끌기 꼼수엔 단호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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