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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재정, 제대로 감시 안하면 큰일 납니다

[주장] 등록금 반환 적고, 초중고 재정 줄고... 3차 추경이 학생들에게 주는 의미

등록|2020.07.06 14:27 수정|2020.07.06 14:27

추경안 시정연설 나선 정세균 총리정세균 국무총리가 6월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제3차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 남소연


7월 3일 오후, 35조 1천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이 국회에서 처리되었습니다. 정부는  3개월 내 주요 사업비의 75% 집행을 목표로 예산 집행에 즉시 돌입할 계획입니다. 교육 분야도 빠른 집행이 예상됩니다. 두 가지만 살피겠습니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동상이몽

주요 관심사였던 대학 등록금 반환은 간접지원 1천억 원이 마련되었습니다. 물론 정부가 대학혁신지원 사업과 전문대학 혁신지원 사업을 당초보다 767억 원 줄여 제출한 까닭에, 실제로는 233억 원 증액입니다. 당초 예산보다 233억 원 늘리면서 그중에 1천억 원을 등록금 반환 간접지원에 쓰라고 한 것입니다.

1천억 원이면 대학생 1인당 5만 원꼴입니다. 대학생들이 반환 규모로 밝힌 사립대 100만 원이나 국공립대 50만 원 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부는 간접지원을 매개로 대학의 자구노력을 끌어내려고 할 요량이니, 대학생들이 받는 돈은 5만 원보다 많을 겁니다. 하지만 거리가 얼마나 좁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원격수업 권고한 정부도 지원이 적고 등록금 받았던 대학도 반환이 적으면, 그리고 2학기에도 여전히 부실한 원격수업이 지속된다면, 등록 자체를 안 하는 방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질 낮은 강의로 학습권을 침해당하느니 차라리 2학기에 휴학하거나 반수 하겠다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이건 규모에 따라 1학기 초반의 사립유치원처럼 대학 재정이나 인건비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교부금 절벽 시대

초중고는 교육재정이 줄어듭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 당초 예산인 55조 원 규모에서 2조 1145억 원 줄었습니다.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기 때문입니다.

교부금은 세금의 일정 비율을 떼어서 주는 것이라, 세금이 덜 걷히면 교부금도 감소합니다. 그해 세수가 부진할 경우, 보통은 '2년 뒤 정산' 방법을 씁니다. 한 해 중간에 교부금을 줄이면 이미 짜놓은 사업계획이나 예산을 갑자기 줄이는 충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중간에 줄였습니다. '감액 추경'으로 2009년 이후 11년 만입니다. 일종의 '매도 먼저 맞자'인데,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뜻입니다. 경기침체와 세수부진이 금방 끝나지 않고 몇 년 갈 것으로 전망되기에, 2년 뒤 정산으로 '나중에 맞자'는 자칫 충격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올해 교부금을 줄였습니다.

이건 시작입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감소는 기정사실입니다. 내후년도 감소 가능성 상당하고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부금 추이2015~202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이. 작년 2019년까지 좋았지만 올해 추경부터 나빠져서 당분간 줄어들 전망 ⓒ 송경원


최근 3년간 교부금 사정은 좋았습니다. 국가 예산상 교부금은 2017년 44조 1천억 원, 2018년 49조 5천억 원, 2019년 55조 2천억 원으로 증가세였습니다. 여기에 세계잉여금 정산이 있었습니다. 2017년 1조 8725억 원, 2018년 2조 9121억 원, 2019년 5조 2817억 원 등 도합 10조 원입니다.
 
세금이 더 걷히면 중간에 정산해서 지자체와 교육청에 주는 돈으로, 국가 예산엔 잡히지 않고 교육청 예산에는 잡히는 게 있습니다. 2010~2012년에는 많아야 8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했습니다. 그 세계잉여금 정산으로 교육청들은 지방채 갚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교부금 절벽'입니다. 충격이 있을 겁니다. 유초중고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돈이라,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령 예전 안 좋을 때 보면 학교 통폐합이나 학급 축소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러면 콩나물교실에서 공부하거나 학교가 없어집니다. 인건비 줄인다며 기간제 교사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재정 나쁜 와중에 신청사 이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출 구조조정'이라며 환경개선이나 교육과정 경비를 자제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와 학생에게 바로 영향 미칩니다.

예산감시가 답이다
 

▲ 교실수업. ⓒ 경남도교육청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2년 뒤 정산'은 쓸 수 없습니다. 교부금법 4조의 '교부율 정산'이라고 있는데, 2004년 법 개정 이후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되었습니다. 그 외는 국고 지원이나 교부율 상향 등이 있는데, 재정 당국과의 관계가 있어 쉽지 않을 겁니다.

당장은 예산감시가 답입니다. 국가 추경이 끝났으니 교육청 추경이 있을 겁니다. 조금씩 줄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상반기에 집행하지 않은 불용예산이 있어 그걸 잘 활용하면 감소 폭이 적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 안정화 기금을 잘 꾸린 시도교육청도 그나마 나을 겁니다.

부디 자녀 다니는 학교의 관할 교육청이 좋은 곳이길 빕니다. "다른 건 다 줄여도 학생들 교육예산은 줄일 수 없다. 공약사업을 줄일지언정 학교만큼은 손댈 수 없다"는 교육 당국이길 기원합니다. 그럴 때 국고지원이나 교부율 상향의 여지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 여당의 첫 번째 예산 편성이 대학 등록금과 유초중고 재정에 문제를 던졌습니다. 이건 진보 보수의 차원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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