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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했던 용화여고 스쿨미투, 왜 수사는 멈췄나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기고문] 2년 전 용화여고 스쿨미투, 지금은

등록|2020.07.11 16:18 수정|2020.07.11 16:18

▲ 용화여고 창문에 붙여진 포스트잇 문구들 ⓒ 오예진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서울 노원구 소재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아래 뿌리뽑기위원회)를 만들어 재학 시절 선생님에게 성폭력 당한 경험을 세상에 드러낸 말하기다.

당시 재학생들은 창문에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위캔두 애니씽(We can do anything)' 같은 포스트잇을 붙이며 '창문 미투'로 졸업생을 지지했다. 이후 학교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교육청의 학내 성폭력 실태조사와 특별감사를 바탕으로 총 18명의 교사를 2018년 8월 징계했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7월 현재까지 2년 넘게 용화여고 스쿨미투에 연대하면서 점점 의문이 많아진다. 그동안 "아직도 안 끝났어?"라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반대로 "왜 수사를 제대로 안 했지?"라고 물어보고 싶다. 그만큼 수면 아래 스쿨미투가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봄, 용화여고 졸업생 5명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미투'를 보면서 SNS에 모였다. 교사로부터 성폭력 당한 경험을 '미투'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실태를 조사해보았다. 2018년 3월 15일부터 용화여고 졸업생, 재학생,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2명 중 1명이 성폭력을 직접 겪었다고 응답했다. (4월 5일 1차로 97명 응답자 중 42명, 4월 9일 2차로 337명 응답자 중 175건)

충격적인 결과에 졸업생들은 더 이상 후배들이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을 멈추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4월 5일 언론에 제보했고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올렸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바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경찰에 신고하도록 학교에 지시했다. '스쿨미투'의 시작이었다. 이후 스쿨미투는 전국적으로 100여 개 학교에서 일어났다.

재학생들의 '미투'는 사라졌다
 

▲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8년 5월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 운동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그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사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해 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문구를 만들었다. ⓒ 이희훈


용화여고 스쿨미투가 이제 법의 판결을 지켜보고 있다. 2018년 4월 10일 3명의 졸업생이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진술한 이후 피고인을 법정에 세우는 데 2년이 넘게 걸렸다.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을까 의아하다.

보통 2~3개월 수사 기간이 걸린다고, 피해자가 많아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늦어도 그해 겨울에는 재판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해를 넘기고 또 넘겼다.

해만 넘긴 게 아니라 목소리가 사라질 고비도 넘겼다. 2018년 12월 7일 서울북부지검에서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자발적으로 모인 지역 단체인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 시민모임'(아래 노원시민모임)은 그동안 스쿨미투 지지자로서 예기치 못했던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2019년 1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검찰에 제기했다.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노원시민모임은 올해 5월 4일 8403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기소 및 엄벌촉구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검찰청 정문에서 5월 7일부터 기소 결정이 날 때까지 1인시위를 했다. 결국 5월 21일 기소결정이 내려졌고 첫재판이 6월 23일 열렸다.

그런데 이 재판의 공소장에는 뿌리뽑기위원회에서 고소한 내용 밖에 없다. 졸업생들이 한 스쿨미투만 기소된 것이다. 용화여고 스쿨미투에는 졸업생의 미투와 재학생의 미투가 있다.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 252건의 피해가 있었고 징계자 중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 교사가 5명이나 되는데 이로 인해 기소된 사람은 없다.

재학생과 졸업생 양쪽에서 압도적으로 가해자로 거론된 당사자는 법정에 섰지만 단지 졸업생 건으로만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두 가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됐어야 했는데 하나만 진행됐음을 알게 됐다. 재학생의 스쿨미투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재학생의 스쿨미투가 사라진 것인가.

목소리를 살려야 한다
 

▲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2018년 5월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 운동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그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사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해 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문구를 만들었다. ⓒ 이희훈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전화를 돌려 수소문을 해본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어디에 정보가 있는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단지 용화여고 스쿨미투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한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공권력 앞에서 괜히 작아지는 시민이라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에 전화를 한 번 걸기 위해서는 큰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전화가 연결돼도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에 관련 서류를 보자고 할 수도 없다. 담당 주체들도 여기저기 나누어져 여기서 들은 말을 저기서 확인해야 한다. 담당 부서의 일원화 또는 태스크포스팀이 필요한 이유다.

피해자는 "과거에 답이 있다"라고 말했다. 졸업생은 재학 시절 교사에 의한 성폭력 고통을 호소하고 멈추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응답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랬기에 졸업한 이후 공론화를 통해 사회와 국가에 호소한 것이다.

법과 직접 관련 없이 살아온 사람에게, 그것도 학생에게 공론화와 사법절차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론화 이후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것이 옳은 방법인가'라는 고민으로 보낸 날들을 남들이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끝까지 이 길을 택한 건 제대로 처벌이 되지 않으면 또 다시 그 뿌리가 살아나 지속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두려운 일이지만 정의를 위해 용기를 냈는데 그 목소리를 무시해버렸다면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그 목소리를 살려내야 한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서 그 상처를 위로해주고 학생을 제자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교사의 성폭력을 엄벌로 뿌리 뽑아야 한다.

그 목소리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먼저 어디서, 어떤 단계에서 소실됐는지 궁금하다. 학교와 교육청은 스쿨미투를 인지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 목소리는 사라졌는가. 사라진 목소리는 살피지 않았나. 경찰은 그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스쿨미투를 지지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들은 바가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으면 법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진술이 어려운 학생들이 피해자인 스쿨미투에도 똑같은 법 절차를 들이민다면 너무 절망적이다. 스쿨미투 특수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폭력 당한 경험이 있다고, 피해가 있었다고 말한 주체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후 진행될 법절차에 대해 잘 몰라 두려움이 있거나 입시에 대한 압박감으로 경찰서 방문과 진술을 망설인다면 이들을 지원해야 할 교육당국이나 수사를 해야할 경찰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경찰이나 검찰은 인지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범죄가 인지됐다면 수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교육청이 학생을 대신해 사법절차 진행을 주도할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교육청은 노원경찰서 수사개시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진행 과정을 살피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을 생각한다면 학내 범죄가 있는데 진술이 없어 수사를 멈추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

2018년에 교육부, 법무부, 여가부 장관이 교육감과 함께 스쿨미투를 해결하겠다고 지역을 찾았다. 그 중심에 있던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피해 학생들의 진술 없음으로 종결했다면 장관님들의 행차에 진정성 있었다고 누가 믿겠는가.

"의도는 없었다"니요
 

▲ 2020.6.23. 북부지방법원 앞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 ⓒ 한국여성의전화


이제라도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은 재학생 스쿨미투 목소리가 사라진 과정을 조사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스쿨미투의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다.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멈추어 있다면 재개해 기소하기 바란다. 수사가 종결됐다면 서울시 교육청은 재학생의 설문조사와 특별감사보고서 등 당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재수사를 의뢰해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고 스쿨미투를 완성해 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여고를 다닌 내가 증거다"라는 외침을 듣지 않을 것이다.

졸업생 스쿨미투 재판은 7월 21일 두 번째로 열린다. 피해자 증언이 있을 예정이다. 진술에 나서는 피해자에게 용기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아직도 안 끝났어?"라는 말을 들으며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끝까지 버텨준 그 용기에 고개가 숙여진다. 한편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드러내놓고 말하기(증언하기) 어려운 마음들이 있음도 안다. 부디 이번 재판을 통해 그러한 마음들도 함께 치유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번 재판이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6월 23일 처음 법정에 서서 가해자는 일부 혐의는 인정했다. 그는 "30년 교직생활에서 신체접촉은 있을 수 있지만 의도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인지 알고, 이 행위가 학내 성폭력 범죄였음을 깨우치길 바란다.

가해자 의도가 아니라 학생에게 끼친 피해와 그 영향을 두고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적정한 벌을 받는 것도 사과의 한 과정이다. 법정은 성인지 감수성 높은 판결로 피해자들과 그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믿음과 위로를 주기 바란다.

판사의 선고를 기다린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은 국민의 법 감정을 헤아려줄 것으로 믿는다. 적어도 국가가 학교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믿음은 아직 있다. 그러니 스쿨미투를 한 피해 당사자와 이후 자라날 학생들을 위해 모범이 될 판례가 탄생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학생이 없도록, 마음 놓고 성폭력을 신고해도 된다는 믿음을 판결로서 알려주고 선언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 학교에 교사에 의한 학생 성폭력이 용납되지 않음을, 선처는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가해자에게 들려주길 바란다. 법은 스쿨미투에게 마지막 지지자이며 촛불이다.
 

▲ 2020.05.21. 서울북부지검 정문 앞, 검찰기소를 촉구하는 일인시위. ⓒ 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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