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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237의 심우준이 kt의 '보물'인 이유

[KBO리그] 10일 삼성전 연타석 2타점 적시타로 맹활약, kt 중위권 맹추격

등록|2020.07.11 09:29 수정|2020.07.11 09:29
kt가 삼성을 3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중위권 도약에 한걸음 다가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8-3으로 승리했다. 주중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던 kt는 주말 3연전의 첫 번째 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면서 6위 삼성을 1.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8승29패).

kt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5피안타4사사구6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4승째를 챙겼고 두 번째 투수 전유수 역시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타석에서는 kt가 자랑하는 '쌍포'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가 6회 백투백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9번 타순에 배치된 이 선수의 맹타가 돋보였다. 단 2안타로 4타점을 쓸어담은 kt의 대체불가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그 주인공이다.

 

▲ 1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2,3루에서 KT 심우준이 2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kt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꾸준히 성장 거듭한 내야 유망주 

LG트윈스의 붙박이 유격수 오지환과 작년 2루수로 전향할 때까지 삼성의 대체불가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상수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는 고교 시절부터 5대 유격수로 명성을 떨치다가 2008년 U-18 야구월드컵 우승멤버로 활약했다. 나란히 연고구단의 1차지명을 받은 오지환과 김상수는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3억 원의 몸값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다는 점도 닮았다.

프로에서도 일찌감치 그 재능을 인정받은 오지환과 김상수는 프로 2년 차였던 2010년부터 주전 자리를 보장 받았다. 김상수는 주전으로 활약하자마자 삼성 왕조시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통합 4연패의 주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오지환의 경우 주전 도약 초기에는 공수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2016년 잠실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중 최초로 20홈런을 돌파하는 등 LG 내야의 보물로 성장했다.

LG와 삼성이 유격수 걱정을 하지 않고 2010년대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김상수와 오지환이라는 믿음직한 유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1군 진입을 앞두고 FA 유격수 박기혁을 3-1년 총액 11억4000만원에 영입한 kt 역시 박기혁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kt의 미래를 이끌 젊은 유격수를 키워내길 원했다. 그렇게 낙점된 선수가 바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4순위로 지명한 청소년 대표 출신의 유격수 심우준이었다.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46를 기록한 심우준은 같은 해 겨울 대선배 박기혁의 입단과 함께 자연스럽게 백업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kt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내야수 심우준은 2015년 106경기에 출전하며 1군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았다. 2016년에는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42 3홈런17타점36득점17도루를 기록하며 공수주에서 더욱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은 심우준에게 자신감과 아쉬움이 공존한 시즌이었다. 고 앤디 마르테의 재계약 불발로 3루 주전경쟁에 뛰어든 심우준은 3루수로 52경기, 유격수로 26경기에 선발출전하며 103경기에서 타율 .287 4홈런26타점38득점18도루로 프로 데뷔 4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해 8월 도루를 시도하다가 새끼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일찍 접어야 했다.

낮은 타율로만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심우준의 가치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kt는 2018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FA 3루수 황재균을 4년 88억 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했다. 마침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박기혁이 2017 시즌 타율 .238로 부진하면서 은퇴가 다가오고 있었고 심우준은 자연스럽게 박기혁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심우준은 2018 시즌 유격수로 92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등 데뷔 후 가장 많은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59 4홈런29타점49득점11도루를 기록했다.

작년 시즌 심우준은 신임 이강철 감독의 '유격수 황재균' 작전의 희생양이 돼 주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시즌 개막 후 6경기 만에 유격수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다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심우준은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3홈런28타점54득점24도루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프로 입단 후 꾸준한 발전을 통해 올 시즌 연봉도 1억3000만원까지 인상됐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빠른 발을 보유한 데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타격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심우준을 개막전 1번타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하위타선이 익숙했던 심우준에게 가장 많은 타석이 돌아오는 1번 타자는 너무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외야수 배정대와 조용호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테이블 세터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나갔고 심우준은 6월 중순부터 부담이 적은 9번타자 자리로 내려갔다.

사실 심우준은 지난 11일 KIA전부터 9번으로 내려간 후 25경기에서 79타수14안타(타율 .177)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심우준이 부진한 대신 상위타선으로 올라온 황재균을 비롯한 kt의 나머지 타자들이 살아났고 심우준은 계속 9번 타순에서 타격감을 올리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심우준은 10일 삼성전에서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연속으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단 두 타석 만에 4타점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펼쳤다.

심우준은 kt내야에서 붙박이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나 마찬가지다. 백업 유격수 강민국은 올 시즌 유격수 소화 이닝이 33이닝에 불과하다. 여기에 리그 도루 2위(12개)로 kt의 '뛰는 야구'를 주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237의 낮은 시즌 타율만 보고 심우준의 가치를 깎아 내리기엔 kt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다. 타율 54위의 심우준이 올 시즌 kt가 치른 전 경기에 빠짐 없이 출전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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