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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이 밝힌 25년 롱런 비결, "재미가 첫 번째"

[인터뷰] 밴드 크라잉넛 "베스트앨범에 에너지 꾹꾹 눌러 담았다"

등록|2020.07.15 07:59 수정|2020.07.15 14:28
삶의 애환을 질펀한 노래로 한바탕 털어버리는 밴드 크라잉넛(CRYING NUT). 1996년 12월 데뷔한 이들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밤이 깊었네', '좋지 아니한가', '말달리자', '서커스 매직 유랑단', '명동콜링', '룩셈부르크' 등 쉬지 않고 노래를 발표하며 대중과 호흡해 왔기에 그들의 기념일이 더욱 뜻깊어 보인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이들의 작업실 '드럭레코드'를 찾아 다섯 멤버 박윤식(메인보컬, 기타), 이상면(기타), 한경록(베이스), 이상혁(드럼), 김인수(아코디언, 키보드)와 25년을 짚어보는 인터뷰를 나눴다.

재밌어서 한 일이 직업 될 줄이야
 

크라잉넛, 데뷔 25주년!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왼쪽부터 아코디언 및 키보드 김인수, 드럼 이상혁, 베이스 한경록, 메인보컬 및 기타 박윤식, 기타 이상면)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냥 즐거워서, 노는 거밖에 없었다. 출세하겠다 이런 게 없었다. 직업이 될 줄 몰랐다." (한경록)

"그날그날 공연하고 술 먹는 게 재밌어서 했다." (이상혁) 


김인수를 제외하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네 멤버는 1993년 크라잉넛을 만들었다. 밴드의 결성까지 과정은 이랬다. 중학교 때 서로 모여서 테이프를 틀고 음악 듣던 걸 좋아하던 사인방 중 이상면이 먼저 기타를 샀다. 기타라는 새로운 악기에 신난 이들은 서로 돌려가며 치고 저가 앰프를 구해 옥상에서 연주하며 놀았다. 청소년의 놀이문화라는 게 오락실 외에 딱히 없었던 그때, 이들은 오락기 대신 음악을 갖고 논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크라잉넛이란 이름의 밴드가 결성됐다. 이상면은 당시를 회상하며 "친구 생일이어서 라이브클럽에 가자고 해서 홍대 '드럭'이란 클럽에 갔다. 그 조그마한 클럽에서 어떤 팀이 공연을 하고 있더라. 너무 재밌어서 울 뻔했다"고 말했다.

'드럭'에서의 충격을 계기로 이들은 서로의 집에서 혹은 옥상에서 미친 듯이 공연을 펼쳤다. 그러다 고3 때 홍대 클럽에 갔다가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1995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홍대를 무대로.

"합주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이게 되네? 싶으니까 너무 신나더라. 초창기 때 실력이 부족해도 기죽거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의식을 안 했다. 그땐 립싱크 문화가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저희에게는 살아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가 노래를 직접 하고 연주를 직접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당당하고 즐거웠다." (한경록)

그렇게 1996년에 첫 번째 앨범 <아워네이션>이 발매됐다. 한경록은 "대형 기획사도 아니고, 마케팅도 유통도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결과물이 딱 나오니까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당시를 되짚었다.

펑크라는 장르로 유행을 선도하다
 

▲ 크라잉넛, 데뷔 25주년! ⓒ 이정민


크라잉넛은 펑크라는 장르를 우리나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최초의 밴드라고 불린다. 왜 하필 펑크였을까, 그들에게 물었다. 이에 이상혁은 "펑크 음악은 단순하고 접근하기 쉽다"며 "저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웃음)고 그런 자유로운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한경록은 "펑크라는 게 음악장르일 수도 있지만 문화현상이기도 하다"며 "대부분의 대중가요가 사랑이란 주제로 국한돼 있었는데 펑크는 사회적인 메시지, 분노 등 살면서 느끼는 걸 넓은 범위에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더라. 그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해방감과 쾌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말에 펑크가 나왔잖나. 당시 한국은 모든 걸 찍어 내리던 시기였다. 우리나라처럼 독재가 있는 나라들의 대부분은 펑크록이란 음악이 대중음악에 포함이 안 됐다. 그런 사회적 배경들로 인해 1990년대에 와서야 한국에서 펑크록이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 (김인수)

이어 박윤식은 "펑크 음악을 들었을 때 노래가 짧으면서도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더라"며 "여러 가지 음악 장르가 있지만 특히 펑크는 관객들과 같이 놀 수 있어서 그것에 끌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펑크록을 기반으로 한 음악은 앞서 한경록이 언급했듯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이들의 음악도 그렇다. 하지만 마냥 신나고 해방의 자유만 있는 건 아니다. 한경록은 "들으면 들을수록 신나지만 그렇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라며 "가사를 생각해봤을 때 여운이 남고 그 안에 슬픈 느낌도 있는 노래들을 부르고자 했다"며 크라잉넛의 음악 색깔을 소개했다. 

25년 롱런의 비결은 이것
 

▲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크라잉넛이 25년 관록의 밴드라고 말하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그렇게 오래 활동했나 싶을 정도로 아직도 젊고 신선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25년 롱런의 비결을 직접 물었는데, 멤버별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이게 직업이면서도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 항상 재밌고 항상 새롭다. 어떤 음악 장르가 요즘 유행이다, 그러면 반골기질이 있어서 그 장르를 일부러 피해간다. 장르에 기대기보다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걸 팠고, 크라잉넛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상면)

이어 그는 "음악을 배우지 않은 것도 한몫 한 것 같다"며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너무 많이 배우다 보면 거기에 고착되는데 저희는 그런 게 덜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김인수는 이상면의 말에 덧붙여서 "다른 나라의 유명 밴드 가수들을 보면 음대 출신이 거의 없고 미대 출신이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아 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밴드들이 보통 앨범이 많이 팔리면 큰 기획사로 옮기기도 하고 클럽공연을 못 하게 되기도 하는데, 저희는 계속 클럽공연을 했다. 사람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게 롱런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박윤식) 

이어서 이상면은 "세금 잘 내고, 병역비리 없고, 준법정신을 가진 덕에 큰 탈 없이 가늘고 길게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멤버들이 입을 모아 똑같이 말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재미'였다.

"직업처럼 치이면서 했으면 하기 싫었을 텐데 재미있어서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우리끼리 신나는 게 첫 번째였다. 보이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재밌는 게 중요했다. 우리가 만약 직장인이었다면 그래도 밴드를 했을 거다. 돈이 안 나와도.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고, 목표를 가지고 음악을 한 적이 없다. 그냥 너무 재밌었다." (이상혁)

이렇듯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며 사는 것에 대해 한경록은 "운이 좋았다"며 "우리가 같이 공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클럽에서 노는 게 재밌다"며 "공연도 하고 뒤풀이도 하고 술도 마시고 관객과 어울리고, 그러면서 남들에게 인정도 받고 위로도 되어주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공연 힘들지만, 25주년 앨범에 모든 것 쏟아
 

크라잉넛, 데뷔 25주년!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왼쪽부터 베이스 한경록, 기타 이상면, 아코디언 및 키보드 김인수, 드럼 이상혁, 메인보컬 및 기타 박윤식)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이 질문에 이들은 "활동해온 기간 중 근래가 가장 힘든 시기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잉넛은 "우리만 힘든 게 아니기 때문에 힘들다고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앨범 이야기로 이어졌다.

"25주년 베스트앨범을 녹음 중인데, 16곡을 녹음하다 보니까 이게 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공연 때 못 푼 에너지를 리코딩에 쏟아붓고 있다. 저희의 에너지가 꾹꾹 눌러 담겨 있는 느낌이다. 초창기 때와 달리 이번 앨범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퀄리티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거창하게 말했나 싶은데... '역시 크라잉넛'이네 싶은 부분이 있을 거다." (한경록)

끝으로 이들에게 멤버들이 모이면 음악 이야기 외에는 어떤 대화를 하고, 무엇을 하며 노는지 물었다. 이에 '주성치'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멤버들 모두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고 주성치의 열혈 팬인 것. 이들은 전에 주성치를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 축구 유니폼에 사인도 받고 '성덕'이 돼 황홀한 기분을 만끽했단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크라잉넛 다섯 멤버의 표정은 세상 없이 순수했다.
 

크라잉넛, 데뷔 25주년!데뷔 25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왼쪽부터 아코디언 및 키보드 김인수, 드럼 이상혁, 베이스 한경록, 메인보컬 및 기타 박윤식, 기타 이상면)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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