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지고피고원미동 담벼락 아래 핀 개양귀비꽃 ⓒ 이선주
길가에 핀 개양귀비 꽃. 부천 원미동 구옥 담벼락 아래 작게 만들어진 화단에 폈다. 크고 화려한 붉은 꽃잎에 시선이 끌려 사진에 담아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꽃잎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꽃잎은 바닥에 흩어졌지만, 다른 봉우리가 맺어 있어 그 다음을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얼마 뒤에 꽃 자체가 사라졌다. 패인 자국이 있는 것을 보니 주인댁에서 어딘가로 옮겨 심었나보다.
과일이 익어가고, 봉우리가 꽃으로 피어나는. 그런 성장의 변화는 즐겁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들어감. 늙어감. 죽어감. 그런 변화가 내 앞에 내 안에 있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주목한 것은 붉고 화려한 그 꽃 하나였다. 주변의 다양한 생명들이 피고 죽고를 반복했던 땅이라는 생각을 망각했다. 여러 생명의 삶과 죽음이 서로 뒤엉켜 있는 그 전체를 보면 나의 질문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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