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과 '-ㄹ뿐더러', 띄어쓰기는 어렵다?
[가겨 찻집] 의존명사 ‘뿐’과 보조사 ‘뿐’, 그리고 어미 ‘-ㄹ뿐더러’
▲ 우리말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기만 할까? ⓒ 장호철
어쩌다 텔레비전 한글 퀴즈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갑자기 머릿속에 하얘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부분이 띄어쓰기다. 요즘 글을 쓰면서 '한글 2018'의 맞춤법 기능이 얼마나 기막힌 것인가를 실감하고 있다. 정말 생광스럽게 이 기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
띄어쓰기는 어렵다?
(1)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2)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3) 그는 성실할(하)+ㄹ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 "그는 성실할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라는 문장을 써서 어느 매체에 보냈더니 편집자가 이를 "그는 성실할 뿐더러 청렴하기까지 했다"로 교정해 주었다. 내가 붙여 쓴 '성실할뿐더러'를 '성실한'과 '뿐더러'로 나누어 띄어 쓴 것이다.
물론, 이는 잘못이다. 편집자는 아마 '뿐더러'가 위 예문의 '뿐'과 같은 의존명사라고 착각한 듯싶다. 앞에 관형사형 어미(-ㄴ/-은/-는, -ㄹ/-을)가 붙은 말의 꾸밈을 받아야 쓰일 수 있는 의존명사는 예문 중 (1)의 '뿐'이다.
의존명사 '뿐'은 "대상에 대하여 다른 상태나 동작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뜻을" 나타내는데, 반드시 앞에는 관형사형 어미 가운데 '-ㄹ/을'이 오게 되어 있다. 앞말의 어간이 모음으로 끝나면 '-ㄹ'이, 받침으로 끝나면 '-을'이 쓰인다.
· 모음으로 끝날 때 : 갈(가 + ㄹ) 뿐 / 할(하 + ㄹ) 뿐 / 쓸(쓰 + ㄹ) 뿐/
· 자음으로 끝날 때 : 없을 뿐 / 먹을 뿐 / 닦을 뿐
그러나 (2)의 '뿐'은 체언(명사·대명사·수사) 뒤에 붙는 보조사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이 '뿐'은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의 뜻"을 나타낸다.
· 명사 뒤 : 그걸 할 수 있는 이는 철수뿐이다.
· 대명사 뒤 : 내가 잊지 못하는 여자는 그녀뿐이다.
· 수사 뒤 : 약속을 지킨 사람은 둘뿐이었다.
· 부사어 뒤 : 그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모범이었다.
(3)의 '뿐더러'는 앞의'ㄹ'과 함께 어울려 쓰이는 '어미'다. 형용사인 '성실하다'의 어간 '성실하'에 붙어서 "어떤 사실이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밖에 다른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낸다. '어미'니 혼자 쓰일 수 없고, 당연히 띄어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형식의 어미는 여럿 있다.
· -ㄹ거나 : 이번 여름에는 바다로 갈거나?
· -ㄹ걸 :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먹어 둘걸.
· -ㄹ게 : 내가 이야기해 줄게.
· -ㄹ꼬 : 그럼 난 어떻게 할꼬?
· -ㄹ까 : 우리 오늘 만날까?
▲ 영어를 공부할 때만큼 애쓰지 않아서는 아닐까? ⓒ 장호철
어떤가? 여전히 어려운가?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인 듯하다. 이는 영어 문법을 외우는 정도의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혹은 '우리말은 어려워서' 이를 익히지 않고 지나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영어가 아니라면, 우리말 어법에 서툰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든지 용인해 주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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