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 대통령과 따로 노는 문재인 정부... 실상 파악도 못하나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 정책 긴급점검 ②] 전국민 고용보험제

등록|2020.08.09 14:09 수정|2020.08.09 14:09
최근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개혁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 정책을 긴급 점검하는 칼럼을 총 4회에 걸쳐 싣습니다. 다룰 주제는 부동산 정책, 전국민고용보험제, 그린뉴딜, 재벌개혁입니다.[편집자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5.10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추진할 핵심 과제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습니다. 아직도 가입해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습니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필자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정성 강화와 정규직-비정규직 이해관계의 적대성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고용보험제 확충이 절실하다고 주창해왔지만 적극적 호응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의 파격적 선언을 듣게 된 것이다. 그것도 비정규직을 넘어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라니, 꿈만 같은 반가운 소리다.

대통령의 전국민 고용보험제 선언은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일자리 감축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2020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2019년 4월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55.0만 명, 취업자 47.6만 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용직은 2.9%p 증가한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2.1%p와 13.7%p 감소했다.

일자리 위기는 주로 비정규직 실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비정규직의 대다수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 생활·고용안정 지원금과 한국형 실업부조제 도입만으로는 크게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비정규직은 제외(除外) 국민인가

 

▲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의견 여론조사 ⓒ 오마이뉴스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국민 63.3%가 찬성했다(관련기사: 전국민 고용보험 "단계적 추진" 34.2% - "전면적 도입" 29.1% http://omn.kr/1nl0o). 이렇듯 국민은 대통령의 전국민 고용보험제 선언을 지지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2021년 특수고용 9개 직종 77만 명을 고용보험제로 편입하고 이후 자영업자 소득파악과 징수체계 개편을 검토한 다음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결국 특수고용 9개 직종을 넘어서는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 과제는 차기 정부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1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0%에 불과하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은 720만 명 수준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선언해놓고 특수고용 77만 명의 고용보험제 편입으로 그치고 나머지 미등록 비정규직은 팽개친다면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는 제외(除外) 국민이란 말인가?

한국의 고용보험제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임금 노동자의 실직시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로 설계되어 있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기준 전체 임금 노동자의 65.8%인데 정규직의 가입률은 84.1%인 반면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40.1%에 불과하다.

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법적으로 제외된 범주들은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별정우체국 직원 등 주로 특수직역연금 가입 대상자들로서 정규직들 가운데서도 고용안정성 수준이 가장 높은 범주들에 해당된다. 나머지 실질적 배제 정규직은 대부분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오분류된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임금 노동자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법적으로 제외되는 범주들은 가사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65세 이후 신규 고용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노동 조건이 가장 열악한 집단들로서 전체 비정규직의 20.9%에 달한다. 법적 사각지대를 제외한 나머지 비정규직 79.1%는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이지만 이들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 절반은 고용보험의 실질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0.1%에 그치고, 의무가입 대상이면서도 미등록된 비정규직은 39.1%에 달해, 법적 사각지대와 실질적 사각지대를 합하면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비정규직은 60%에 이르게 된다.

다른 노동법의 보호도 못 받아

임금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 되어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고용보험 가입-비가입, 40 대 60으로 분절화 되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와 비가입자는 노동조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준다. 월평균 임금을 보면 비정규직 가입자의 경우 정규직의 64%에 달하는 반면 비정규직 비가입자는 정규직의 44%에 불과하다. 직장가입 기준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률은 가입자의 경우 정규직 가입률에 매우 근접한 수준인 반면 비가입자는 가입률 4.2%, 10.9%로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당 임금의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은 가입자의 경우 16.6%인 반면 비가입자는 그 세배에 가까운 44.6%에 달한다. 이는 고용보험 비가입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험법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 여타 노동관계법들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노동기본권 보호에서도 사각지대임을 의미한다.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의 경우 비가입자에 비해 최저임금법 위반 비율이 낮은 것은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 효과는 비정규직 내 고용보험 가입률 편차에서도 확인된다. 비정규직 가운데 노조원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83.6%로서 미조직 비정규직 가입률 39.0%의 두 배가 넘는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들 가운데 특수고용 비정규직이 고용보험 가입률 9.6%로 가장 낮은데, 노조원 특수고용의 경우 가입률 78.6%로 정규직 가입률에 육박하며 미조직 특수고용 가입률의 8배가 넘는다. 이는 비정규직을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노동관계법도 정부도 아니고 바로 노동조합이라는 생산 현장의 엄혹한 실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노조원 비정규직 보호 효과는 유의미하지만 미조직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조합의 낙수 효과는 없다는 점에서 미등록 비정규직의 고용보험제 편입은 노동조합 결성권 등 노동기본권 보호와 병행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미등록 비정규직: 대통령은 조속한 가입, 정부는 계획 없어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제 추진 관련 발표·논의는 주로 특수고용 비정규직 가운데 고용보험 편입 직종의 선별과 자영업자 소득 파악 및 징수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의무가입 대상 미등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은 실종된 상태다.

의무가입 대상 비정규직의 절반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현실은 현행 사업자 신고 의무제가 실패했고 노동자 자율신고제도 유명무실함을 의미한다. 고용보험 미등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년간 상담해온 비정규직 지원 노동단체 활동가들은 과거엔 노동자들이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꺼린 사례가 많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는데도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40%에 달하는 의무가입 대상 미등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업주의 고의적 고용보험 신고 기피.

사업주가 노동자의 가입 요구를 묵살하거나 가입 후 1회분 정도 납입하고는 중단한다.  또 고용보험료 부담분을 공제하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횡령하기도 하고, 노동자에게 위법한 고용보험 비가입 계약서를 강요하기도 한다.

둘째, 사용자 확인 절차의 두려움.

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고 근로자 자율신고제를 활용하고 싶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사용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해고나 계약 중단 혹은 갱신 거부 등 불이익 보복이 우려되어 자율신고를 하지 못한다.

셋째, 고용보험 가입의 실익 부족.

잦은 이직과 반복되는 실직 기간 누적으로 기준기간 내 피보험 단위 기간 등 수급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거나 저임금에 따른 낮은 임금일액과 구직급여일액으로 인해 실업급여 수급액수 등 고용보험제 혜택 수준이 미미할 것으로 추정하여 고용보험료 부담 대비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가입을 기피한다.

넷째, 저임금으로 인한 고용보험료 부담.

고용보험료율 0.8%의 부담은 4.5% 보험료율의 국민연금과 연동되어 소급적용 되면 부담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게 된다.

최우선 과제는 미등록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편입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미등록 비정규직의 조속한 가입,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빠른 편입, 자영업자에 대한 점진적 확대를 통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 전략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판단된다.

우선, 의무가입 대상 미등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편입은 현재의 고용보험법이 규정한 임금 노동자 의무가입 원칙을 실행하는 것으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미등록 비정규직을 포함한 의무가입 대상 비가입 임금 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고용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입하도록 하고, 보험료 납입 즉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등록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신고 기피에 대한 부정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노동자 자율신고로 인한 불이익 보복 가능성을 차단하고 노동자 자율 신고제의 제약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 핵심은 노동자 자율 신고제에서 사용자 확인 절차를 피보험자의 근로자성·종속성 확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캘리포니아 AB5의 ABC 테스트처럼 확대된 근로자성·종속성 개념에 기초하여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고용보험기구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의 개정과 함께 즉각 시행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정성과 저임금의 차별 처우를 받고 있지만 한국은 프랑스, 스페인과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보험료 감면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고용보험료 감면 부분은 정부가 재정 지원하되, 소요 재원은 비정규직 사용으로부터 편익을 취하는 사용업체들에 추가적 조세·부담금을 부과하여 충당할 수 있다. 사용자 부담 고용보험료를 현행 급여총액 기준 원천징수 방식에 더하여 초과이윤에 대한 추가적 고용보험료 부담금 부과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보험료 감면 조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특수고용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단계적 편입

둘째, 특수고용 비정규직의 고용보험제 편입은 특수고용 비정규직도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고용보험법 등 일부 법규정 개정만으로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선언한 취지에 맞게 2021년 고용보험 편입 대상을 9개 직종의 특수고용 비정규직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특수고용 비정규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보험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 근로자의 개념 정의를 확대하여 사용종속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종속성과 조직적 종속성 등 세 가지 유형의 종속성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보호하도록 한다.

이렇게 다양한 고용형태의 비정규직들을 포함한 모든 임금 노동자들을 고용보험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위장자영 노동자 등 특수고용 비정규직 상당수가 오분류되어 포함되어 있는 무고용 자영업자의 의무가입제도 함께 실시한다.

셋째,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적용은 사회적 합의와 고용보험제의 전면적 재편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수립·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의무가입-임의가입 여부,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의 고용보험료율 및 실업급여 수준의 차별화 여부,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기여금의 정부 지원 수준 등의 쟁점들에 대해 공론화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고용보험제의 구조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 소득 파악과 적절한 보험료 징수방식을 수립하는 한편 자영업자 고용보험제의 효율적 작동과 긍정적 정책효과 산출을 담보하기 위한 자영업자 맞춤형 제도적 장치들을 설계하여 고용보험제 개혁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 선언의 진정성을 보여줘야할 때
 

▲ 국회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예술인 고용보험촉구 기자회견 ⓒ 문화예술노동연대


현행 고용보험제의 임금노동자 사각지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등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치한 채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주창한다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 고용노동부와 청와대 비서실의 언행에서도 대통령의 전국민 고용보험시대 선언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는 찾기 어렵다.

팬데믹 이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몇 차례에 걸친 세계적 경험으로 확인된 바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고 2차 대유행의 결과는 1차 대유행보다 훨씬더 참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대비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된 불평등에 맞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전향적 대비책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겠다는 대통령의 전국민 고용보험시대 선언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이제 즉각적인 미등록 비정규직의 고용보험제 편입 조치를 통해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 선언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이어 2021년에는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한 임금노동자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정교한 전국민 고용보험제 모델을 설계·수립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조돈문 기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