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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도 오토바이 타고 오는 선망의 여행지

[스물셋의 인도] 영화 세얼간이 촬영지 판공초와 메락마을

등록|2020.08.06 10:29 수정|2020.08.06 10:29

▲ 인도영화 <세 얼간이> 촬영지로 유명한 판공초 ⓒ 이원재

어쩌면 이번 인도여행에서 내디뎠던 모든 걸음은 모두 판공초를 가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국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었던 인도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촬영지로 유명한 곳.

이를 증명하듯 길목의 휴게소에는 영화의 주인공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또 수도 델리에서 라다크, 판공초에 이르는 오토바이 여행이 인도 남자들 사이에서 로망인데, 그래서인지 오토바이를 탄 인도인 여행자도 꽤 있었다.

실제로 영화 촬영지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장소에서는 외려 인도인들이 바가지를 당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판공초는 현지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선망의 여행지였음이 분명했다.
 

▲ 작은 언덕에서 바라본 메락마을 전경 ⓒ 이원재

우리가 숙소로 정한 곳은 호수를 따라 비포장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들어가야 나오는 메락(Merak)이라는 마을이었다. 가구 수도, 숙소도 몇 없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 불교사원이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가니 마을과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소음과 같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여타 소음은 하나 들리지 않고 소 울음소리만 들리는 이곳. 메락 마을엔 오직 고요함만이 감돌 뿐 그 어느 것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염수호가 바로 판공초인 만큼, 실제 호수 물의 맛은 소금기 머금은 짠맛이었다. 하지만 바닷물처럼 완벽하게 짠맛은 아니었다. 담수의 비중이 더 높은, 짭조름함에 더 가까운 맛. 그 맛을 느끼니, 이전에 이곳이 바다였으며 대륙판의 충돌과 융기로 호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시기에 형성된 호수임에도 아직도 염분이 남아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 때문인지 호숫가엔 소금 결정이 보였고, 그 결정이 닿은 곳엔 생명력을 잃은 식물이 늘어져 있었다. 호수에 한 번 담갔더니 발을 담갔더니 피부가 갈라져 상처가 여럿 생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성한 호수'라고 말하며,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걸까?
 

▲ 은하수와 끝없는 별이 수놓인 새벽 4시의 하늘 ⓒ 김민식

달이 완벽하게 지고 새벽이 되자 하늘엔 은하수와 끝없는 별들이 수놓였다. 오전 4시, 유난히 늦게까지 떠 있던 달이 지고 날이 밝아지기 전 오직 그 짧은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북두칠성 외엔 그 어떤 별자리도 알지 못하고, 이전에 갔던 몽골처럼 지평선 끝까지 별의 향연이 펼쳐진 건 아니었지만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할까. 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자만의 사소한 감상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지금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 판공초를 떠나던 길에 마주한 마모트 ⓒ 류승연

판공초를 눈앞에 둔 마을에서의 2박 3일, 인터넷이 되지 않아 바깥 세상과는 동떨어졌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든, 여행하면서든 지금 내가 마주한 풍경에 오롯이 집중하게 될 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판공초만큼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가게 될 여행지에서도 내 앞에 펼쳐질 풍경만 집중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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