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학생과 마주하니... '눈웃음' 밖에 길이 없네
교사로서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학기' 보내고 난 뒤
▲ 스승의날인 5월 15일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모양으로 꾸민 감사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상황 1.
"선생님, 누가 제 답을 지우고 있어요!"
상황 2.
"선생님, 학생들이 작성한 답지가 안 보여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면서 구글 설문지 양식을 활용했다. 그런데 아무리 구글 클래스룸을 뒤져도 학생들이 제출한 답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하고 동료 선생님께 여쭤보았더니 단순 명답이 돌아왔다.
"선생님, 설문지 양식이니까 구글 설문으로 들어가셔야 찾을 수 있어요."
그래, 실수는 이걸로 끝이겠지 했는데 웬걸, 누가 어떤 답을 냈는지 알 수가 없는 거다. 설문지 양식을 사용하면 반드시 1번 항목에는 이름을 적도록 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는 멋진 신세계에 겨우 발가락을 들여놓았을 뿐이었다.
안 죽고 살았으니 버텨야지
한 달 동안 좌충우돌의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오프라인 수업으로 돌아왔고, 지난주에 드디어 4개월의 대장정이 끝났다. 나는 신기술에 얼추 적응했다. 새로 익힌 도구들은 수업에 유용하게 쓰였다.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을 배려해 온·오프라인 블랜딩 수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새로 익힌 도구들은 수업에 유용하게 쓰였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실시간으로 짧은 글을 써서 구글 클래스룸에 올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 클래스룸에 학생들의 과제 제출 기록이 '사용자' 별로 정리되어 있으니 학기 말에 평가하기도 훨씬 수월했다.
학기가 종반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건장한 체격에 귀여운 눈을 한 두 학생이 나란히 2인 1조로 발표를 했다. 학생들이 구글 클래스룸으로 미리 제출한 발표문을 그들에게 나눠주고 발표를 시키려는데 두 학생의 이름이 헛갈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반 이상 마스크로 가리고 있으니 헷갈리는 거라고 서둘러 합리화를 했지만 내 얼굴은 이미 화끈거렸다. '구글 신'이 섭리하는 세상에서 나 대신 AI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홍채 인식 기능을 활용,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다.
환경 파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 코로나19 다음에는 코로나20, 코로나21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섭다. 어찌해야 할까? 어쩌긴. 안 죽고 살았으니 어떻게든 버텨야지.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이미 익힌 신기술은 더 갈고 닦되, 사람을, 인간성을, 관계를 놓치지 말아야지. 입과 코에서는 바이러스가 나온다니 일단 마스크로 잘 가리고, 눈과 눈을 마주하련다. 코웃음, 비웃음은 치우고 눈웃음으로 길을 열어볼 수밖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