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라궁을 닮은 라다크의 불교사원, 틱세 곰파
[스물셋의 인도] 티베트의 암울한 현재와 미래
▲ 라다크의 중심지 레(Leh)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불교사원, 틱세 곰파 ⓒ 이원재
틱세 곰파(Thiksey Gompa)에 대한 첫인상은 포탈라궁이었다. 지금은 중국에 빼앗겨버린 과거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자리한 달라이 라마의 궁전. 2008년 티베트 독립운동 이후 중국 정부의 통제로 인해 티베트 개별관광이 제한됨에 따라 여행자에게 티베트 본토는 사실상 미지의 여행지로 남게 되었다. 이전부터 티베트 여행을 꿈꾸었던 나에게 불교사원, 틱세 곰파가 담긴 사진 한 장은 설렘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갈 수 없는 티베트를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라다크 여행을 계획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여느 티베트 불교사원과 티베트인들이 사는 마을이 그렇듯, 사원 안쪽으로 들어오니 왼편에는 커다란 마니차가, 오른편으로는 소형 마니차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티베트어로 불교 경전의 글귀가 적혀 있어 티베트인들은 원통형의 마니차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이는 과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단지 그러한 이유로 가르침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막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티베트인들은 일상 속에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마니차를 지니고 다닌다. 생활 속에서 불교에서의 가르침과 믿음을 가까이에 두기 위함은 아닐까.
▲ 예불이 진행중인 법당, 가운데에 불상이 자리한 한국 불교와 달리, 티베트 불교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모셔져 있었다 ⓒ 이원재
▲ 불교사원 한 편에 자리한 문구 ⓒ 류승연
If it can not be remedied, What is the use of being upset about it?
만약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에 대해 속상할 이유는 무엇이며
만약 해결하지 못할 일이라면, 그에 대해 속상해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본래 불교 경전에 적힌 문구 중 일부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지금 티베트의 암울한 현재가 겹쳐 보였다. 1950년대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후 이후 7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본토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중국 공산당은 불교사원을 파괴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등 티베트의 민족성을 말살해왔다.
한국 또한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광복을 맞은 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과 잔재를 여전히 안고 있는 걸 보면 티베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중국의 잔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독립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티베트의 민족성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으며, 설령 독립한다 해도 이미 몇 세대에 걸쳐 중국인으로 살아온 이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
과거 피지배 국가의 아픔을 간직한 한국인이다 보니 티베트의 역사는 확실히 타국의 것과는 다르게 와닿았고, 벽면에 적힌 문구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주권을 빼앗기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민족성을 잃어가는 암울한 현실 앞에 가슴 아프고 분노하겠지만, 그저 분노만 한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 쓰리지만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고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 나의 해석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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