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에 물 한 잔, 다 이유가 있다
커피와 술이 전부? 틈틈이 물로 채우는 나의 하루
▲ 물은 나를 시작하게 한다. ⓒ 허시명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수기에서 물을 반 컵 정도 받아 마신다. 한 컵 물이면 위가 너무 벙벙해져서, 반 컵 100㎖ 정도를 마신다. 그리고 서성이면서 몸을 풀다가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사과 하나, 삶은 계란 한 알에 우유를 마신다.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냉동실의 식빵 한 쪽이나 떡 한 조각을 챙기기도 한다. 빵 중독, 전분 중독자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좀 건성으로 아침을 먹는데, 이때 내 위를 채우는 것은 우유다. 우유 한 컵 200ml를 마시면 별 탈이 없다. 그런데 정확히 2컵 반, 500ml를 마시면 한 시간 안에 장이 요동친다. 우유 속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내 몸속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변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유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 내과 의사에게 물었지만 옳다 그르다는 말을 시원하게 듣지는 못했다. 내가 마신 저지방 우유는 수분이 91.3%, 탄수화물이 4.6%, 단백질이 2.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우유를 마시면서 물을 450㎖ 정도 마신 셈이다.
▲ 커피는 나를 깨운다. ⓒ 허시명
출근하여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큰 머그잔 300㎖ 정도에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마신다. 쓴맛과 향기를 즐긴다. 커피 한 잔에 몽롱한 정신이 가시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오전에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오전 커피 한 잔에서 산 위에 올라 심호흡을 한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커피 300㎖에 들어있는 230mg 정도의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라고 본다. 어쨌든 커피의 99%가 물이니, 물을 한 컵 반 정도는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도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오후 4시가 넘으면 내 몸에 들어오는 주도적인 수분은 그래서 술이다. 더욱이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 술의 학교이다보니,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곧 술을 마시는 것의 동의어다. 막걸리잔은 작은 게 150㎖이고 큰 게 300㎖ 정도 된다. 손님을 맞이하면서 막걸리를 두 잔 정도 마신다. 막걸리는 알코올이 6%이고, 물이 90% 정도 된다. 200㎖ 남짓 되는 막걸리 한 잔 속에 대략 물 한 잔이 들어있으니, 막걸리 두 잔이면 물 두 잔 400㎖를 마신 셈이다.
그런데 소주가 문제다. 소주를 마실 때는 사뭇 경계한다. 알코올 20%의 소주 한 잔 50㎖에는 알코올이 10㎖ 들어있다. 알코올 10㎖를 내 몸에서 분해하려면 그 열 배인 물 100㎖가 필요하다. 소주 한 잔에 40㎖의 물이 들어있으니, 물을 추가로 60㎖를 더 마셔야 10㎖ 알코올을 분해하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속의 이뇨 성분 때문에 소변을 보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술로 섭취하는 수분량보다 더 많은 양의 수분이 몸밖으로 배출된다. 우리 몸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물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다. 장기에 따라 달라서 뇌의 75%, 근육의 75%, 연골의 80%, 혈액의 94%가 물이다. 이들 속에서 물이 1~2%만 부족해도 갈증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술 마시고 나서 발생하는 통증은 몸속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기 때문일 테지만, 갈증은 알코올을 분해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반드시 꼭 나는 소주 한 잔에 물 한 잔을 마시려 한다. 속도감 있게 소주를 마시느라 물을 마시지 못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500㎖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신다. 내가 술을 가까이하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 술은 나를 솔직하게 만든다. ⓒ 허시명
집에 돌아와 아내가 챙겨주는 홍삼차나 오미자차 한 잔을 얻어 마시면 그날은 행복한 날이다. 아침을 시작했던 것처럼 잠들기 전에 물 반 잔을 마시고 하루를 마친다. 집에 돌아와 마신 물은 잘해야 300㎖ 정도 된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물을 마신 것일까? 소주를 마시지 않았다고 친다면, 나는 생수 200㎖, 우유 500㎖, 커피 450㎖, 막걸리 400㎖, 홍삼차 200㎖에서 모두 1700㎖의 수분을 흡수했다. 성인이 하루 마셔야 한다고 권장하는 물 소비량은 8컵~10컵 정도, 1600~2000㎖ 분량이니, 합격선에 들어왔다. 하지만 생수는 부족하고, 우유는 많고, 커피는 줄여야 하고, 막걸리는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습관은 내 몸을 얼마나 위로하고 있는가?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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