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조차 참지 못하던 우리가, 지금의 재앙을 만들었다
환경 재앙, 코로나 팬데믹과 인간의 극단적 이기주의
▲ 구름이 낮게 앉은 도시의 하늘 ⓒ 권성훈
주말 투잡이 끝나고 일요일 늦은 밤, 집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장마철 폭우와 높은 습도에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고 불쾌 지수만 남았다. 인도 옆 도로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자동차, 오토바이의 엔진 소음이 귓전을 때렸다.
'어서 가서 씻고, 먹고, 자자'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집과의 거리를 좁혀가던 중 저 앞에서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폭력적인 기계 소음 속을 뚫고 분명하게 들리는 정겨운 울음소리, 분명 개구리의 울음이었다. 아니, 너무 오래전에 들어 아련했지만 '맹꽁이' 울음소리였다. 생명체라고는 풀때기 말고는 싹 다 밀어버린 이런 도시에 보호종인 맹꽁이라니.
▲ 폭우로 도심지에 만들어진 웅덩이, 그곳에 맹꽁이들인 산다. ⓒ 권성훈
이 신도시로 이사 온 지 벌써 십 년. 십 년 전만 해도 아직 입주 세대가 적다 보니 해충 방제(말이 해충 방제지 해충과 곤충은 모두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가 기존 도시만큼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름은 곤충들의 천국이었다.
내 가게의 간판에는 왕거미가 집을 지었고 조성된 화단과 잔디밭에는 사마귀에 논에서나 볼 수 있던 초록색 메뚜기들이 뛰어다녔다.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면 파리가 따라 들어오는 게 아니라 어깨와 등에 풍뎅이가 붙어 들어왔고, 그걸 본 우리 애들은 도시 샌님들답게 공황 상태에서 자지러졌다.
밤이면 단지 안의 인공 연못에 갖가지 개구리들이 모여 합창을 했고 아침이면 정말 어느 깊은 산골에서나 들을 수 있던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었다.
▲ 날벌레 한마리도 없는 여름철 가로등 ⓒ 권성훈
몇 년 전이었을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방과 후 대단히 불편한 모습으로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사연인즉 학교에 설치된 연못에 개구리들이 모여 살면서 노래를 부르자 바로 옆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왔단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니 연못을 없애 달라고…. 그래서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연못의 물을 빼고 개구리들을 말려 죽였다고 한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이 사건은 꽤 불쾌하고 슬픈 사건이었다.
우리 인간은 자연 속에서 수만 년을 진화해왔다. 저런 생물들과 같이 공존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요즘 유튜브에 횡횡하는 ASMR 삼아 잠들고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개구리 소리가 시끄러워 잘 수가 없다니...
심야에 터지는 오토바이와 고가 외제 차의 폭음 소리, 유흥가의 소음은 견디어도 여름철 한때 울리는 개구리들의 구애 합창은 참지 못하겠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당신이 이 소리를 불편하게 여긴다면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또 있다.
딸이 중학교 시절, 언젠가부터 학교 운동회를 주변 공설운동장에서 한다고 했다. 내가 "웬 유난이냐"고 하자 우리 딸아이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운동회 하는 날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어 어쩔 수 없이 공설운동장을 돈 주고 빌려서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나이 든 꼰대라서 요즘 세태를 이해 못 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 학교 운동회는 동네 행사였고, 운동장에서 들리는 활기찬 아이들이 목소리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그 지역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걸 못 참는다니. 단 하루 그것도 주간의 몇 시간을 말이다.
▲ 마스크가 일상될줄을 누가 알았을까? ⓒ Pixabay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이기심이 지극히 당연한 권리인 듯 이 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내 인생에서 팬데믹이란 대 재앙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등학교 시절 이불 속에 누워 어린이용 과학잡지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를 읽으며 "30줄에 죽으면 너무 이른 거 아닌가…" 하는 공포에 휩싸이긴 했어도 미세먼지에 전염병의 창궐로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신에게 개구리 소리는 소음일 뿐인가? 좀 미안한 말이지만 어쩌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당신 주변에 곤충, 새, 개구리들이 안 보이는가? 어쩌면 당신은 대단히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 수 없으면 우리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당장 겪고 있는 물난리, 미세먼지 등의 환경재난과 코로나 팬데믹은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난이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막을 수 있었던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란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으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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