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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를 위한 국가 균형발전과 클러스터

[윤재은 칼럼] K100년-생각의 전환

등록|2020.08.24 09:34 수정|2020.08.24 15:00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재의 시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정보는 홍수를 이룬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중요 개념이었던 '장소의 개념은 사라지고 이동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국가와 민족은 한 장소에 안주하기보다 소통으로 살아가는 관계의 사회로 변해간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이러한 사회를 노마디즘(Nomadism) 사회라고 말한다.
 

수목구조와 리좀구조리좀(Rhizome)은 가지가 흙에서 뿌리로 변화하는 지피(地被)식물을 말한다. 리좀구조는 수목구조 체계에서 벗어나 비위계적으로 소통한다. [그래픽=윤재은] ⓒ 윤재은


이제 도시국가는 리좀(Rhizome) 시스템을 통해 소통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노마디즘 사회에서 삶의 방식은 기존 가치관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 곳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적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사회는 이러한 사회로 변하게 될 것이다.

AI와 신기술이 발달하면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제 국가는 하나의 장소에 머물지 않고 '균형 잡힌 장소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관습에 얽매어 지역주의적 장소 개념을 주장한다면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처할 수 없다.'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것이 강력한 고대국가 스파르타(Σπάρτα)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국가와 지역의 경계도 변한다

대한민국의 사회는 급속한 성장을 통해 2019년 미국 시사매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에서 세계 국가순위 22위 올랐다. 국가 영향력 10위, 역동성 15위, 삶의 질 23위이다. 종합 평가의 순위를 보면 스위스 1위, 일본 2위, 캐나다 3위, 독일 4위, 영국 5위, 스웨덴 6위 호주 7위, 미국 8위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국가적 잠재력을 가지고 세계와 잘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살펴보면 꼭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국내에 산재해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네트워크 연결사회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사회를 이루게 되며, 소통하며, 관계하는 사회로 전환 된다. [그래픽=윤재은] ⓒ 윤재은


지역감정, 부동산, 교육, 교통, 환경, 정치, 경제, 노동, 고용, 소득불균형 등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균형발전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부족국가에서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삼국시대의 연장선상에서 너무 지역주의화 되어 왔다.

평상시는 하나의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지역의 경계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부족국가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선거의 결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100년을 생각한다면"

첫째, 정보화 시대에 맞는 행정구역의 개편이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네트워크 사회로의 변화는 행정구역의 개편을 통해 가능하다. 기존에 설정되어있는 지역 간의 경계를 통합적 경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지역감정의 해소뿐 아니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주거, 교육, 환경, 교통 등)를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클러스터 행정구획 개편방안행정의 효율성 및 분권화를 통한 국가시스템의 전환(주거, 교통, 환경, 경제, 지역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그래픽=윤재은] ⓒ 윤재은


둘째, 클러스터 자치 행정구획을 통해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기존 행정단위의 구분을 새롭게 개편하여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지역감정은 사회적 불신을 만들어내며, 불필요한 불안과 갈등을 가중시킨다. 이 골깊은 지역감정의 해소를 위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역감정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21대 선거결과로 나타난 지역갈등부족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거결과 ⓒ 윤재은


셋째, 중앙정부와 클러스터 자치정부의 분권화와 자치권의 확대이다. 이제 행정시스템은 수직적 구조체계에서 네트워크 관계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행정체계를 클러스터 행정이라고 한다. 클러스터 행정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중앙행정부는 국가의 정치, 외교, 안보, 통일, 경제 정책에 집중하고, 클러스터 자치정부는 자치경제, 자치 거점산업, 지역문화, 특화 교육, 자치 관광, 자치 의료 등을 중심으로 특성화시켜야 한다. 국가의 경쟁력은 클러스터 자치정부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중앙정부의 지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넷째, 서울·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명칭 사용의 중단과 위계 없는 클러스터 사회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밀집된 인구를 분산시키는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은 시급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정치, 경제, 교육, 주거, 의료, 문화, 쇼핑 등의 사회적 시스템을 지방으로 균형 있게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지방에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살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면 굳이 서울과 수도권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시장의 안정뿐 아니라 교통문제, 환경문제까지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클러스터 자치권의 분권화가 이루어지면 국가운영의 효율성, 경제성, 구체성, 자율성, 경쟁성 등이 살아날 수 있다. 중앙정부와 클러스터 자치행정부의 분권화는 균형과 절제를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클러스터 자치행정부의 분권화는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클러스터 자치정부는 특화된 경제 방향을 설정하고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자치정부의 특성화 산업을 외교와 행정적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경쟁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위와 같이 미래사회를 대비한 국가의 균형발전은 다양한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정책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시를 특별자치시로 정하고 대한민국의 사실상 행정수도로 정했다. 그리고 공공기관을 지방에 분산 배치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방 이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는 2020년 6월 말 인구통계 기준 2천 600만 6088명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의 50.16%로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과 행정도시의 지방 이전 정책 방향과는 달리 세종시를 포함한 지방 도시는 업무시간에만 활성화되는 일시적 거주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말부부가 생겨나고 사회적 이동 거리가 늘어나는 불편함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강제이전에 의한 단편적 정책만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만약 서울과 수도권에 계속적 인구 증가가 이루어지고, 주택정책이 공급 수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전국 인구 대부분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많은 도시 문제뿐 아니라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불러와 국민에게 주거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균형발전과 클러스터 자치행정부의 분권화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통치자 혹은 통치자가 되려는 사람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100년 앞을 내다보는 철학과 지혜가 필요하다. 만약 확고한 정치 철학이 없다면 통치자가 되려는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 조선의 4대 국왕이었던 세종대왕의 통치 철학이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통치자가 되려는 사람은 세종대왕의 국가관과 정치 철학을 배워야 한다. 그가 국왕으로 재임하면서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에서 이룩한 업적이 현재의 우리 지도자에게서도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만약 어리석은 통치자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국가를 지배하려 한다면, 그 고통은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해본다.
 

윤재은(Yoon Jae Eun)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와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가 있으며, 건축전문서적으로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한,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철학의 위로’라는 책이 9월 중순 발간될 예정이다. ⓒ 윤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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