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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으로 차량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주차장은?

점점 줄어드는 주차 공간의 수요 그리고 주차장의 미래

등록|2020.08.25 11:56 수정|2020.08.25 13:36

▲ 테슬라 ⓒ 연합뉴스


지난 7월 9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 영상 메시지를 통해 테슬라가 올해 자율주행 레벨5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전체 시간의 평균 95%를 주차된 채 보낸다. 그러나 무인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는 레벨5에 도달하면 차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로봇 택시' 역할을 할 것이며 지금처럼 주차장에 가만히 주차된 차량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공유경제 활성화로 인해 차량의 숫자 또한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기술 연구소 리싱크(ReThink)는 미국에서 자신의 차를 소유하는 사람의 숫자가 2030년에는 현재의 2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주차공간의 수요에 대비해 현재 지어진 주차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새로 짓는 주차장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주차 공간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건축업계에서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회사인 아발론베이 커뮤니티를 비롯한 여러 건축 관련 회사들은 주차장을 리모델링 해 상점, 휘트니스 센터, 영화관과 같은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 건축회사 젠슬러의 공동 CEO인 앤디 코헨은 여러 나라에서 강연을 통해 동료 건축가들과 도시 계획자 및 지도자들이 이러한 미래의 변화를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람들이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라고 물을 때면 코헨은 이렇게 대답한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노스웨스턴대는 기존의 1만2000sqft(약 1115m², 337평) 크기의 주차장을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면서 바닥에 있는 주차선은 그대로 두어 건물의 기존 용도를 상기시키는 한편 스타트업 문화에 맞게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젠슬러의 컨셉 디자인인 더 모드(THE MOD)는 모듈 형식의 주거 공간을 활용해 주차장을 아파트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차를 위해 디자인되었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문제를 보면

"한가지 기능적인 과제는 주차장이 원래는 사람들의 거주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은 종종 바닥 높이를 높이고 자연광을 공간에 가져오는 설계 기술을 통합해야 합니다." - 다이앤 호스킨스(젠슬러 공동 CEO)

주차장을 사무실이나 주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보강하고 냉난방 시설을 추가하는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새로 지어지는 주차장의 경우, 용도 변경을 예상하고 이에 맞춰 설계한다면 향후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채광과 공기 순환 문제로 인해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힘든 지하 주차장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구조적 문제로 인해 거주공간으로 탈바꿈하기 힘든 지하 주차장이 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도심에서 거점 물류센터의 역할을 하기에 훌륭한 대안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구의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화가 가속화되어 25년 후에는 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와 함께 온라인 쇼핑의 수요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2019년 매출이 21% 성장했다.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유통 인프라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해 보인다.

지하 주차장을 잘 활용한다면 도심의 유통 인프라 구축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을 거점 물류센터로 변화시켜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주변의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지리적 장점 덕분에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이 용이하고 배달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을 줄이는 한편 배송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존스랑라살(JLL)은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있는 지하 주차장을 거점 물류센터로 변화시켰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기업인 클라우드키친은 지하 주차장을 공용주방으로 변화시켰다.

공유경제와 기술발전으로 인해 줄어드는 주차 공간의 수요에 따라 많은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활용할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여 문제를 바라보면 주차장을 수업공간, 사무실, 물류센터, 주방 등으로 리모델링해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도시의 다른 문제점 또한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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