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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학교근무 경력만 절반 인정하겠다는 교육부

"직영급식을 선택한 과거가 부정당하고 있다"

등록|2020.08.25 17:21 수정|2020.08.25 17:21
현재까지 교육부의 임금 환수 조치 대상으로 파악된 교사가 700명가량으로 확인됐다. 정규교원과 기간제 교원이 반반을 차지하고 그 중 영양교사가 거의 절반수준을 차지한다. (관련 기사 : 경기도교육청 교사 급여 환수조치, 위법 논란)

교육부가 7년간 행정이 잘못됐다며 그 책임을 모두 개인 교사에게 돌리면서 기지급된 임금을 환수조치하라는 입장인 가운데 경기에 이어 강원, 경남, 대구, 충북, 광주, 부산지역의 교사들이 교육청으로부터 관련 공문을 받았다. 그동안 위법행정 논란을 지켜보며 눈치만 보고 있던 지역교육청들이 하나둘 임금환수조치에 합류한 것이다.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공문에 따라 해당 교사들에게 임금 환수를 통보했다.
  

▲ 지난 14일, 경남의 한 교사가 도교육청으로부터 임금환수 조치를 통보받았다. 2015년 9월 1일부터 5년 동안의 급여를 정산해서 환수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제공


민주노총 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은 8월 말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9월에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청으로부터 임금 환수조치를 통보받거나 환수조치를 당하고 있는 교사들이 소송의 주최가 된다.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에 영양교사로 일하고 있는 ㄱ교사도 이 소송에 참여할 생각이다. 인근 지역에 같은 상황에 처한 교사들도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 경력을 다른 민간 경력과 동일하게 100%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적인데 그마저도 80% 인정한 것을 50% 낮춰 임금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히 부당해서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직영급식 선택한 내 결정이 부정당하고 있다"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ㄱ교사는 2003년 위탁급식업체 소속 영양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2006년 직영급식 학교로 옮겨 2009년까지 영양사로 일했다. 위탁업체에서 직영으로 옮겼던 이유는 너무 낮은 급식 단가로 학생들의 밥을 만드는 일이 심적으로 고통스러웠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미안해서였다. 학교 소속의 영양사로 맛있고 안전한 학교급식을 만들고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무엇보다도 보람됐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학원을 다녔고 2009년 2월에 교원자격증을 땄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기간제영양교사로 일하다가 2014년 임용을 거쳐 정규교사가 됐다.

ㄱ교사는 최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호봉정정과 임금환수 조치 통보를 받았다. 학교에서 직영급식을 책임지는 일을 했을 때 경력을 5할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8할로 인정됐던 경력이다. 위탁급식업체에서 일했던 경력은 100% 인정하면서 유독 직영급식을 했던 3년 경력 중 대학원을 다닌 2년 경력을 빼고 1년의 경력만 환수기간에 해당된다. 호봉도 한 호봉 낮아지고 임금도 200만 원가량 환수조치될 예정이다. 다른 학교의 정규교사로 있는 ㄴ교사가 2천만 원 넘게 임금을 환수조치 당하는 거에 비할 바는 아니나 자신의 선택을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위탁급식 업체에서의 영양사 근무 경력은 다 인정하면서 왜 직영급식을 했던 학교 소속의 영양사 근무경력은 절반만 인정한다는 것일까? 임금 환수조치를 당한다 해도 납득이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임금을 잘못 준 것도 행정청이다. 그런데 교육부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마저도 8할 인정했던 것을 5할로 낮추면서 차별을 두 배로 강화했다. ㄱ교사가 요즘 가장 궁금한 지점이다.

"학교근무경력을 더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학교라는 동일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학교소속의 영양사로 직영급식을 준비했던 경력이 훨씬 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잖아요." ㄱ 교사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질높은 급식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자 선택했던 학교급식의 영양사 역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지난 6월 교육부 이상민 주무관은 학교 경력에 대해서 5할로 하면서 굳이 차별을 두는 이유가 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민간 경력에 대해서 좀 더 우대하는 차원에서 차이를 둔 것이지 저희가 차별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간경력에 대한 비정규직 경력 인정차원이라고만 답하면서 유독 학교근무경력을 차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을 회피한 바 있다.

"학교에서의 경력,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경력환산율 낮아"

교육청의 위법한 환수조치 시정을 위한 '호봉정정 및 환수조치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총 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은 교육부의 위법행정의 근거로 들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사항은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22] 교육공무원 등의 경력환산율표의 '비고'라고 강조했다. 거기에는 "과거 경력이 채용될 직종과 상통하는 분야의 경력인 경우, 행정청(교육부, 인사혁신처)이 100%까지의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 2012년 7월 1일자 교육부가 개정한 '교육공무원 호봉 획정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의 재개정이유'에 나와 있는 안내사항. 동일분야 동일업무 경력을 상통직 경력으로 인정하면서 8할에서 최대 10할까지 인정하도록 하는 근거다. ⓒ 법제처

2012년 개정된 공무원보수규정의 개정취지에는 비정규직과 상통직의 경력 인정비율이 들어가 있고, 이에 따라 교육부가 개정한 2012년 예규에도 학교비정규직과 상통직에 관한 경력상향 인정 내용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뒤늦게 당시 개정된 상위법과 예규를 모두 부인하는 해석을 내리면서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6개 시도교육청에서 환수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는 환수조치와 호봉정정을 철회하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 함께 선전전을 펼쳤다. 지난 18일부터 기간제교사노조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임금환수 조치 철회
를 요구하며 농성과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 지난 21일 오후 5시 반경,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교원임금환수조치 철회를 촉구하면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교사들 ⓒ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제공

 
박영진 전교조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교육부가 예규를 잘못 적용한 것도 문제이지만, 애초부터 학교 내 상통경력직을 100%가 아닌 50%로 인정한 것도 문제다. 일반 직종이 대부분 상통경력직을 100% 인정하는 것에 비해 학교에서의 경력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경력환산율이 낮다. 또한 교육부가 해석을 잘못해 놓고 그 교사 개인에게 지게 하는 것도 부당하다. 책임은 예규 해석을 잘못하고 수많은 교사들의 임금을 뺏어가면서 고통으로 몰아넣은 교육부 행정가가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행정이 있을 수 있느냐"며 "교육부가 잘못된 행정을 곧바로 철회하지 않는 것도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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