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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 감옥'에 갇힌 아이들이 시간 때우는 '비결'

부루마블, 할리갈리...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드게임,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등록|2020.08.26 16:08 수정|2020.08.26 16:08

보드게임집회발 코로나2차 대유행으로 우리 아이들은 집콕하며 보드게임을 한다. ⓒ pixabay

그는 수십억 자산가이다. 그의 옆에는 항상 두 명의 그녀들이 있다. 한 명의 그녀는 다른 한 명의 그녀보다 3살이 더 많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쟁 중이다.

"오빠, 빨리 돈 줘.  준다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야?"

3살 많은 그녀가 수십억 자산가인 그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빚이 있나 보다.

"알았어, 좀만 기다려봐. 아직... 이것만 해결되면 바로 줄게."

"아니, 준다고 말만 하고 안 주잖아. 빨리 내 돈 주~라~고."

3살 많은 그녀와 그는 서로 실랑이 중이다. 수십억 자산가가 돈 몇 푼 때문에 쩔쩔매다니...

"언니, 좀 기다려, 기다리라고. 준다잖아"

어린 그녀가 3살 많은 이에게 면박을 주며 자산가를 옹호해준다.

"오빠, 언니 돈은 좀 있다가 주고 나 이거 사주면 안 돼?"
"어떤 거?"
"이거... 나 이거 갖고 싶단 말이야!"


어린 그녀가 갖고 싶어 하는 건 빌딩이었다.

"이거, 알았어, 얼마 짜리야?"
"오빠 최고!"


수십억 자산가인 그와 어린 그녀가 사이좋은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3살 많은 그녀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

"야, 나 안 해, 안 한다고 내 돈 빨리 주고, 그만 할 거야.  빨리 내놔 , 내 도~오~온"

3살 많은 그녀는 너무 억울한지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를 박차고 돌아 앉는다.

그리고 수십억 자산가인 그는 돌아앉은 그녀에게 미처 주지 못한 돈을 던지듯 주며 말한다.

"자, 됐지. 치사하긴, 야 누가 그 돈 떼어먹냐?"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린 그녀는 오빠라고 부르는 수십억 자산가인 그에게 다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달라 조른다.

그와 그녀들은 서로 합이 맞지 않아 자리에서 해체되고 만다. 그 광경을 조용히 목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수십억 자산가인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우리 부루마블 그만하고 다빈치 하기로 했어. 큭큭"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집콕 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의 보드게임 현장을 새롭게 해석해 보았다.

코로나가 바꾼 우리 집 풍경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대화를 하며 게임을 하다, 한 사람이 게임을 파투 낸다. 끝맺음이 없는 게임이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어정쩡하게 끝난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던 것도 잊고 새로운 게임에 집중한다. 단순하고 집중력 좋기란 쉽지 않은데, 이 어려운걸 매번 해낸다. 기특한 녀석들.

집회 발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예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 끝나고 대면 수업 중이었다. 그러다 다시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병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아이들은 다시 가정에서 학업과 일상을 겸하게 되었다.

가라앉을 틈도 없이, 또 혼란이 시작됐다. 어쩌면 우린 흙탕물의 맑은 부분만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닥에 가라 앉은 부유물은 간과한 채 안심한 사이, 다시 떠오른 부유물이 일으킨 파장에 현실이 금세 혼탁해졌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1차로 대유행하던 그때, 집콕하던 이들 사이에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이었다. 내 주변에서도 달고나 커피 만들기를 시도한 이들이 있었다. 커피와 설탕을 넣고 수백, 수천 번 저었단다. 팔 저림의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완성된 달고나 커피는 '달았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온 정신을 집중해 완성한 결과물은 인고의 시간이 있기에 쓴맛이 나더라도 달다.

또 다른 이들은 그 시도를 '할일 없이 보내는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도 그때는 그 표현에 한 표를 던진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코로나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콕' 하는 그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야말로 '일상의 멈춤'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다. 집 안이 형틀 없는 감옥 같다. 여름 휴가는 고사하고, 집 근처 가까운 영화관이나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들도 언제 갔다 왔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멈춘 사이, 집과 가까운 슈퍼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왔다 갔다 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노력했던 그 시간들이 무의미해지자 무력감이 밀려든다.

목이 타는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달달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날 때 달고나 커피도 덩달아 떠오른다. 무력감을 떨치기 위해 무한 반복했던 노동과 시간의 가치를 그때는 하찮은 일이라 여긴 나를 반성한다. 때론 지식보다, 일상의 무력감을 이겨내는 소소한 행동이 팬데믹 시대를 사는 시민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듯하다. '함께, 같이'라는 연대의 힘은 강력하다. '당신은 지금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인이므로.

어른들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도 장기간 이어지는 집콕 생활은 힘들다.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3명의 아이들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은 최상의 놀이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원으로 각자 게임의 룰만 잘 지킨다면 큰 대립 없이 즐겁고 슬기롭게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명 이상이 모이면 꼭 편 나누기가 있기 마련이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똑같다.

우리 집에선 큰아이가 막내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항상 둘째만 아웃사이더가 된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둘째 탓에 게임이 종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 둘째는 항상 게임의 룰이 자기에게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하게 적용된다고 이야기하며 큰소리치기 때문이다.

이번 게임도 큰아이가 건물을 사며 돈을 줘야 하는데 주지 않고 미적거려 생긴 불화였다. 그렇게 종결된 게임은 뒤로 미뤄지고 새로운 보드게임으로 갈아탔다. 우리 아이들은 부루마블부터 다빈치, 다이아몬드 게임, 할리갈리, 루미큐브, 쿼리도 등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란 게임은 모두 섭렵하며 하루를 보낸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 큰아이는 친구들과 외출 약속을 잡았다. 그때도 안전문자가 수시로 울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밖은 안전하진 않았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외출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며, 약속을 취소할 것을 종용했다.

아이는 밖을 돌아다니지 않고 최대한 PC방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밀폐된 장소들이 더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잠시 멈추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는 투덜거리며 불만을 표했지만 미성년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로서 최선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나 또한 가까운 지인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소소한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매달 한 번씩 만났던 모임이었지만 올해 초 코로나 팬데믹이 한참이던 그때 우리는 좀 잠잠해지고 일상이 평온을 찾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자고 말했다. 그렇게 한 달, 한 달 그리고 두 달, 석 달 미루다 보니 못 본 지 한참이다.

그 사이 간간이 서로에게 전해준 소식들 속엔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던 지인의 이야기도 있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 가족 간 격리일 경우 단절 그 이상의 죄책감이 생긴다고 한다. 나로 인해 가족들에게 병이 전염이 될까 걱정되어 한시도 마음 편한 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최근 다시 모임 약속을 잡았지만 또다시 확산된 코로나로 모임을 연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이 시기, 우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다 같이 모여 일상을 나눌 수 있을까. 기약 없는 나날, 모든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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