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날 수 있는 티베트, 스피티 밸리로 향하다
[스물셋의 인도] 비포장도로로 100km를 달린 끝에 만난 티베트
▲ 세 갈래 길이 마주한 중간거점 그램푸(Gramphu)에 자리한 간이 휴게소 ⓒ 이원재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문이라도 열려있을까 했던 걱정과 달리 안에는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몇 있었다. 추측이지만, 수도 델리와 같은 도심지에서 스피티 밸리나 라다크로 오가는 트럭 기사들의 숙박시설로도 이용되는 게 아닐까. 인도의 국민차와도 같은 밀크티 짜이 한잔을 마시니 새벽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야 했던 긴장은 사라지고 금세 노곤함만이 남았다.
▲ 목적지로 향하는 길, 쿤줌 패스에 정차한 버스 ⓒ 이원재
하지만 설령 버스가 온다고 해서 탈 수 있긴 한 걸까. 이전에 라다크에서 내려올 때에는 티켓을 예약하기 위해 하루 전에 찾아가 기다리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었는데, 티켓이 없는 데다 예약도 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과연 카자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버스는 예상대로 현지인과 여행자, 이들의 커다란 배낭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지만, 다행히 앉을 자리는 남아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5명이 앉아갈 맨 뒷자리에 7명이 앉는 등 사람을 욱여넣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못해도 저녁에나 도착할 목적지까지 최소한 앉아서는 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카자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들렀던 작은 마을 ⓒ 이원재
한 시간에 10km도 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지쳐만 갔고, 그나마 개울을 건너다 타이어가 빠져버린 버스가 몇 번의 시도 끝에 탈출하는 일도 있어, 안도감에 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목적지가 가까이 있음에도 전혀 가까워지지 않는 길, 천신만고 끝에 도착했더니 이번엔 예약해놓은 숙소가 없어서 시내 이곳저곳을 다녀야만 했다.
일단 불교사원에 가면 잠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큰 오판이었던 것. 불교사원에 가면 숙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사원을 찾아갔지만, 단체 손님이 들어와 자리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었다. 다행히 숙소 여러 곳을 돌며 발품을 판 끝에 제법 저렴한 가격대의 숙소를 구할 수 있었고, 이곳에서 나는 이틀 정도 머물기로 했다.
▲ 스피티 밸리의 중심도시, 카자(Kaza) ⓒ 이원재
거기에 인터넷이 거의 되지 않아 숙소나 식당, 카페를 포함해 와이파이가 되는 곳은 오직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도 메시지를 하나 보내는 데 10분 가까이 걸리는 수준이었고, 콜카타나 델리 같은 인도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던 유심 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다. 오직 이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통신사가 따로 있을 정도니 여행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오지, 티베트의 이미지와 좀 더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다음날부터는 카자를 벗어나 당카르나 키베르와 같은 주변 마을들을 돌아볼 계획이다. 그곳에도 과연 티베트의 색채가 남아 있을까. 중국 정부에 의해 가로막혀 지금은 갈 수 없는 티베트를 멀리 타국에서나마 가까이하고픈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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