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NC, '학교폭력' 논란 김유성 지명철회... 키움과는 달랐다

[KBO리그] NC의 지명 철회 발표, 학교 폭력 가해 이력 드러난 김유성

등록|2020.08.28 09:44 수정|2020.08.28 09:44
NC 다이노스가 '학교폭력' 가해자를 1차 지명 철회했다.

27일 NC는 김유성(김해고등학교)에 대한 1차 지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발표문에는 해당 선수가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유를 짧게 명시했다. 이와 함께 피해를 입었던 학생과 가족들에 대한 사과를 덧붙였다. 지명 과정에서 사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향후 신인 선수의 선발 과정에서 재발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KBO리그에서 구단이 1차 지명 선수와 계약하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명 철회로 인하여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1차 지명권은 소멸되었다. 1차 지명 선수와 계약하지 않았다고 해서 2차 지명에서 1명을 추가 선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해 출신의 파워 피처 김유성
 

▲ 김해고 김유성 ⓒ 연합뉴스


KBO리그의 2021 신인 드래프트 일정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 시즌이 늦게 개막하면서 예년보다 늦게 진행됐다. 24일 8팀이 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지난해 9위였던 한화 이글스와 10위였던 롯데 자이언츠는 아직 지명 선수를 발표하지 않았으며 오는 31일 전까지 발표해야 한다. 경상남도 창원시를 연고지로 하는 NC는 경상남도 지역 출신의 선수들 중에서 1명을 선발한다.

이에 김해고등학교 출신의 김유성이 NC의 1차 지명을 받을 것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유성은 김해고등학교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20년 시즌 김유성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김해고등학교가 전국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개인 성적도 뛰어나 황금사자기 대회의 최우수투수상까지 수상했다. 연고지 구단인 NC의 김종문 단장까지 직접 야구장을 찾아 김유성의 투구를 지켜 봤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수면 위로 떠오른 김유성의 학교 폭력 이력

이 쯤 되면 김유성이 NC의 1차 지명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나 다름 없었다. NC에는 그의 경쟁자가 많지 않아 지명을 받을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었다. 예상대로 김유성은 24일 NC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직후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NC 다이노스의 공식 SNS 페이지에 김유성으로부터 학교 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글을 남긴 것이 발단이었다. 이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김유성에게 폭행을 당했던 피해 학생은 이후 트라우마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까지 했을 정도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으나 김유성이 피해 학생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다소 불편했던 NC의 대응 과정

그런데 NC 구단 측에서는 첫 대응 과정이 미숙했다. 지명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히며 김유성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선수에 대한 징계 의사는 보이지 않았고, 선수를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태도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NC의 이동욱 감독도 처음에는 김유성이 후배 선수와 잘 화해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전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리고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다이노스 홈페이지에 다시 글을 올리면서 사건의 대응과 관련한 구단 측의 대응이 또 논란이 됐다.

NC가 김유성을 지명하기 전,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 김유성을 품은 김해고등학교 역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유성은 중학교 시절의 학교 폭력으로 인하여 법적 처분을 받았다. 생활기록부에 징계 이력이 있으니 학생 선발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텐데 김해고등학교는 김유성의 입학과 야구부 입단을 허가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야구부 감독이 선수를 스카우트하여 입학하는 데 관여를 하는 만큼 학교 입학 행정 관리 담당자와 감독에 대한 책임도 제기됐다.

결국 이 사건은 학교 폭력에 대한 인지 부족, 사건 발생 후 이에 대한 무시와 솜방망이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터진 것이다. 대학 진학이나 프로 팀 입단 등 입시 실적에만 매달리는 학교 교육의 폐해도 문제다.

'학교폭력' 논란에도 선수생활 유지 중인 안우진

결국 NC는 숱한 논란을 남긴 채 김유성의 지명 철회를 발표했다. NC의 이번 시즌 드래프트 1차 지명권은 소멸되었기 때문에 대체 선수를 다시 지명할 수 없다. 1차 지명 교섭에 실패한 선수는 9월 21일에 열릴 2차 지명에 다시 나올 수 있다. 2차 지명에서 계약이 결렬되더라도 다음 해 드래프트에 다시 나와서 다른 팀의 지명을 받을 수 있다. 만일 김유성이 해외 진출을 선택할 경우 김유성은 해외 구단과의 계약이 해지된 시점으로부터 2년 동안 KBO리그 드래프트에 나올 수 없다.

그러나 김유성이 2차 지명에서 다른 팀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차 지명 철회 사유가 대학 진학이나 해외 리그 진출이 아니라 다른 부적절한 사유였던 만큼 김유성을 지명하는 순간부터 팬들로부터 질타를 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야구 팬들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안우진은 2018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지만 휘문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나 많은 비난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는 안우진에게 3년의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안우진은 대한체육회가 관여하는 주요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발이 불가능하다.

다만 KBO리그 지명을 받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 KBO리그 차원의 징계는 없었고 히어로즈에서는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만 내린 뒤 바로 1군으로 콜업했다. 1차 지명을 철회한 NC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청소년 시절 조카를 성추행했던 루크 하임리히가 끝내 지명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후 하임리히는 대만의 라미고 몽키스와의 계약이 파기됐다. 김유성과 안우진의 사례는 입시 성과에만 사력을 걸고 있는 엘리트 스포츠 교육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 신인 선수들에게 부정방지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야구 외적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선수가 되기 전 올바른 인성 및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