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는 중1 아들, 실소가 나왔다
논란의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인터넷 서핑을 하다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나다움 어린이책' 중 일부 성 관련 도서의 내용이 '자극적'이라는 기사였다. 흥미를 가지고 관련 기사들을 서핑하며 댓글들을 읽어보았다. 찬반 여론이 뜨거웠지만 '자극적'이라는 여론이 강세였다.
관련 책들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을 검색해 보니 전체 내용을 소개해주는 동영상이 있었다. 그림들을 보며 내용을 집중하여 들어 보았다. "재미있거든"이나 "신나고 멋진 일"이라고 표현된 일부 문장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문제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성교가 멋진 일이나 단순 놀이처럼 미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도 바로 이련 표현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여가부가 이 책을 포함해 논란이 된 도서 7종 전량을 회수한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책이 '선정적'이라 초등 성 관련 도서로 부적합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모두 '어른들'이란 것이다.
이 책은 1971년 출판되었다. 내가 초, 중, 고를 졸업하는 동안 성교육 시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성교나 아기 탄생 그림들을 이미 다른 나라에선 이처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장면으로 알려주었다니... 우리는 성교육을 법정 수업시간에 배웠지만 내용은 현실감 없는 음지에 가까웠다.
성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면
문제는 이런 성교육이 기성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중학생인 큰아이와 같이 본 뒤에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상세히 잘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학교 성교육 시간에 받는 수업보다 현실성 있다는 말을 하였다. 다만 일부 그림이 좀 자극적으로 표현된 듯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아이가 말하는 그 부분은 부부가 성교하는 그림이었다.
조심스럽게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말로 표현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질문을 바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느냐"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금세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지"라는 말을 하였다.
"그럼 정자와 난자는 어떻게 만나는데?"라고 물으니, "키스를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실소가 나왔다. 20세기에 태어난 엄마와 21세기에 태어난 아이 사이의 성교육 괴리는 1도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성교육은 답보 상태인 것이다.
초등 저학년인 막내에게도 이 책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막내는 흥미로운 듯 보며 남자 성기를 고추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성교 그림을 보면서 "뭐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등 호기심을 보였다. 큰아이와 막내와의 차이점은 성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와 모르느냐 정도다.
이 책은 초등학생 성교육 책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느끼는 감정이 진정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감정일까?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심어줄 여지가 다분하다.
이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하는 질문에 어른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몹쓸 표현을 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질문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이 경험은 성장하는 동안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일부 표현이 문제라고 생각해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막는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음지의 성교육으로 올바른 성인지를 키워나갈 수 없다. 그리고 이건 현실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의 큰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첫째는 우리 큰 아이와 동갑. 둘 다 남자 아이지만 지인의 아이는 남자 중학교에 다니고, 내 아이는 남녀공학에 다닌다. 어느 날 지인의 큰아이가 학교에서 '야동을 봤다'라고 한다. 그것도 교실에서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지인은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봤을 텐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였다.
나도 걱정이 되었다. 남자 아이들만 있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보는 동영상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무분별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잘못된 방식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는 왜곡된 성인식을 갖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실을 계속 두고만 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에 대한 질문,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르쳐줄 의무
둘째, 이 책은 성교를 가르치는 그림책이 아니라는 거다. 이른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관한 과정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다. 사랑하는 부부가 '신나고 멋진 일'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임신이 되어 출산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많은 아이들이 흔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물을 때, 언제까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것인지.
이 책이 이처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슈가 된 것은 우리나라 성교육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책 <늘 그랬듯 길을 찾을 것이다>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중요한 건 일반화 자체가 아니라 성급함에 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책 전체의 내용보다 한두 페이지에 나와있는 문구에 비중을 두어 선정적인 책이라 하는 것은 어른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성급함의 오류이지 않을까.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기면 질문한다. 그 호기심을 잘못된 것이라 꾸짖기 전에 올바른 답을 해줄 의무가 어른들에겐 있다. 기성세대는 늦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을 통한 올바른 성인지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부터 자연스럽게 성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관련 책들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을 검색해 보니 전체 내용을 소개해주는 동영상이 있었다. 그림들을 보며 내용을 집중하여 들어 보았다. "재미있거든"이나 "신나고 멋진 일"이라고 표현된 일부 문장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문제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보였다. 성교가 멋진 일이나 단순 놀이처럼 미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도 바로 이련 표현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책 표지 ⓒ 담푸스
그렇다고 여가부가 이 책을 포함해 논란이 된 도서 7종 전량을 회수한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책이 '선정적'이라 초등 성 관련 도서로 부적합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모두 '어른들'이란 것이다.
성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면
문제는 이런 성교육이 기성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중학생인 큰아이와 같이 본 뒤에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상세히 잘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학교 성교육 시간에 받는 수업보다 현실성 있다는 말을 하였다. 다만 일부 그림이 좀 자극적으로 표현된 듯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아이가 말하는 그 부분은 부부가 성교하는 그림이었다.
조심스럽게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말로 표현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질문을 바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느냐"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금세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지"라는 말을 하였다.
"그럼 정자와 난자는 어떻게 만나는데?"라고 물으니, "키스를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실소가 나왔다. 20세기에 태어난 엄마와 21세기에 태어난 아이 사이의 성교육 괴리는 1도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성교육은 답보 상태인 것이다.
초등 저학년인 막내에게도 이 책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막내는 흥미로운 듯 보며 남자 성기를 고추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성교 그림을 보면서 "뭐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등 호기심을 보였다. 큰아이와 막내와의 차이점은 성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와 모르느냐 정도다.
이 책은 초등학생 성교육 책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느끼는 감정이 진정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감정일까?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심어줄 여지가 다분하다.
▲ 없음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한다. 그 호기심에 어른들은 올바른 답을해줄 의무가 있다. ⓒ pixabay
이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하는 질문에 어른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몹쓸 표현을 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질문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이 경험은 성장하는 동안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일부 표현이 문제라고 생각해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막는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음지의 성교육으로 올바른 성인지를 키워나갈 수 없다. 그리고 이건 현실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인의 큰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첫째는 우리 큰 아이와 동갑. 둘 다 남자 아이지만 지인의 아이는 남자 중학교에 다니고, 내 아이는 남녀공학에 다닌다. 어느 날 지인의 큰아이가 학교에서 '야동을 봤다'라고 한다. 그것도 교실에서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지인은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봤을 텐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였다.
나도 걱정이 되었다. 남자 아이들만 있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보는 동영상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무분별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잘못된 방식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는 왜곡된 성인식을 갖게 되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실을 계속 두고만 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에 대한 질문,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르쳐줄 의무
둘째, 이 책은 성교를 가르치는 그림책이 아니라는 거다. 이른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관한 과정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다. 사랑하는 부부가 '신나고 멋진 일'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임신이 되어 출산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많은 아이들이 흔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물을 때, 언제까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것인지.
이 책이 이처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슈가 된 것은 우리나라 성교육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책 <늘 그랬듯 길을 찾을 것이다>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중요한 건 일반화 자체가 아니라 성급함에 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책 전체의 내용보다 한두 페이지에 나와있는 문구에 비중을 두어 선정적인 책이라 하는 것은 어른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성급함의 오류이지 않을까.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기면 질문한다. 그 호기심을 잘못된 것이라 꾸짖기 전에 올바른 답을 해줄 의무가 어른들에겐 있다. 기성세대는 늦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을 통한 올바른 성인지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부터 자연스럽게 성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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