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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바꾼 코로나... 들어는봤나, '방구석 세계여행'

연극 생중계, 줌 통한 예술체험... "온라인이라 더 재밌게 할 순 없을까"

등록|2020.08.30 15:41 수정|2020.09.11 09:28
'연극'이라고 하면 대부분 화려한 조명과 무대, 열연하는 배우들이 떠오른다. '교육연극'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연극을 통한 교육'은 단순히 연기를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체험함으로서 참여자들이 다양한 자질(언어능력, 사회성,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협동능력, 미적 감각 등)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연극이 많이 위축됐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한 교육연극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집에서 참여하는 온라인 예술학교,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교육연극 전문극단 드라마라운지는 2018년부터 매년 국립극장에서 어린이예술학교를 진행해왔다. 올해 2월에도 예술학교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프로그램이 취소됐다. 이미 기획부터 홍보까지 다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다행히 8월 온라인 소통이 강화되면서 어린이예술학교를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올해 예술학교는 8월 12일~15일까지 '우리 자연의 이야기'를 주제로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안전한 집에서 재미있는 예술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표다. 수업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한 반에 20명씩 참여하게 했다.
   

어린이예술학교 교재 및 교구온라인 수업을 위해 수업교재 및 교구를 미리 집으로 보내준다 ⓒ 국립극장

  

어린이예술학교 온라인수업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어린이예술학교 수업을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 국립극장


이소희 드라마라운지 대표는 강사들과 함께 온라인수업 방식을 의논하고 교구를 준비했다. 수업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작년엔 한 차시당 2시간 넘게 했던 수업을 1시간 반으로 축소했다. 참여 인원도 3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중간 중간 사전에 녹화한 연극수업 영상을 틀었다. 악기나 워크북, 대본 등 수업 교재 및 교구를 집으로 보내 아이들이 집에서 재료를 가지고 소품을 만드는 등 각종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화상서비스인 줌(Zoom) 활용이 익숙하지 않아, 여기에 친숙해져야 한다는 데 있었다. 장소에 따른 인터넷 연결도 문제였다. 첫 온라인 수업 때 극장 와이파이 환경이 좋지 않아 중간에 수업이 끊긴 적도 있다. 개개인 환경에 따라 인터넷 여건이 달라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영상이 멈추기도 한다. 대면 수업의 장점은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인데, 비대면 수업에서는 그런 면이 제한된다.

물론, 온라인 수업의 순기능도 있다. 줌으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며 더 밀도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에 살고 있어 국립극장 프로그램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이번이 좋은 케이스가 되면 앞으로도 온라인 수업을 도입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질병이나 바이러스로 대면 수업이 제한되면 줌으로 수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함께 떠나요! 방구석에서 떠나는 해외여행

극단 드라마라운지는 그간 '아시테지 여름 축제'에서 세계의 여러 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드라마워크숍을 진행했다.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아시테지'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국내 최대 아동극축제를 10년 이상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름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2020아시테지국제여름축제] 극단 드라마라운지의 예술놀이 #드라마워크숍 - 독일, 캐나다편 ⓒ 아시테지


드라마워크숍은 체코, 캐나다, 스웨덴 등 각 나라의 문화를 연극놀이를 통해 체험하게 한다. 해당 워크숍은 이미 7월 1일과 7월 8일 대면으로 실시했다. 사전에 지원자를 모집해 수업 현장을 영상으로 남겼다. 아시테지 축제에서 20분짜리 수업 축약 영상이 무료로 제공됐다.

영상은 실제 대면 교육을 촬영한 것에 편집을 가미해 아동들이 더 쉽고 재밌게 보도록 했다. 보기 쉽게 자막도 넣어주고 꾸며주고 요약했다. 집에서 영상을 보면서 참여하는 아이들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요즘 여러 교육 콘텐츠들이 유튜브,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나오는데, 예술놀이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수업 축약 영상을 보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나중에 대면 수업도 오고 싶으시겠죠."
 

이 대표는 이어 이번 드라마워크숍을 영상으로 송출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드라마라운지 워크숍이 너무 빨리 마감돼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두 번째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 방구석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토론연극 생중계... 온라인으로도 '지금, 여기'를 시도하다

아동극 극단 마실은 2011년부터 학교폭력 토론 연극을 했다. 올해는 9월 중순에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 팀에 10~20명 정도로 분배해 10일 동안 10팀이 참여하도록 한다. 참여 대상은 초중고 학생, 대안학교 학생, 비폭력 대화 교사 모임, 학교 상담 교사 등이다.
 

극단 마실 학교폭력 토론연극작년에 진행한 극단 마실의 학교폭력 토론연극, 올해는 줌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 손혜정


학교폭력 내용을 담은 공연을 보여준 후, 학생들과 공연 내용을 두고 토론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참여자들은 누가 최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서로 의견을 나눈다. '내가 등장인물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자신이 직접 연기하며 이야기 흐름을 바꾼다. 극단 마실은 "토론 연극이 학교폭력 문제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피해를 주는지, 사회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극단 마실의 손혜정 대표는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 연극을 보면 인물에 공감하기 쉬운데,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면 너무 먼 이야기가 되니까 온라인에서도 어떻게 '지금, 여기'를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게 토론을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그의 설명이다.

"오프라인에서 토론 연극을 하면 자기 의견을 말해달라고 할 때 아이들이 당황스러워 해요. 용기 있는 소수의 학생만 나서서 발표하죠.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을 보장해줘서 (성격이 다소) 소심한 아이, 나서길 싫어하는 아이들까지도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하려고요."
 

"온라인이라서 더 재밌는 연출은 뭘까"... '문화 빈곤' 처하는 아이들

비대면 수업 중 느끼는 한계 중 하나는 바로 소통이 어렵다는 데 있다. 기기나 환경의 변수에 따라 사용자 간의 인터넷 속도가 달라 실시간 수업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단체로 '박수 도미노'를 하려고 해도 각자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서 엇박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온라인이라서 더 재밌는 연출이 뭔가"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움직임을 나타낼 때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떤 사람은 온몸이 나오게 하지만 어떤 사람은 화면에 일부러 손이나 발만 보이게 한다. 각 화면에 보이는 손, 몸통, 표정이 어우러진 영상은, 오히려 대면수업 때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하다.

한편, 코로나19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문화 향유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유튜브에 무료 공연이 넘쳐나지만 아이들은 더 재밌는 먹방이나 유머 영상을 보기를 원한다. 때로는 교육적인 영상을 보기를 원하는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손혜정 대표는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 건 문화를 극히 일부만 향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공연만 보는 게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다른 사람도 구경하고, 서로 공연을 본 소감을 나누는 등의 모든 과정이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손준형 연구원도 코로나19 때문에 문화 향유 권리가 제한된 아동청소년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학생들이 만나거나 신체 활동을 하기 어렵고, 연극을 관람하거나 예술 활동에 참여하기는 더 어렵다. 유년기를 이렇게 보내는 게 과연 괜찮을까"란 지적이다. 손 연구원의 말이다.

"아동청소년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연극은 특정한 공간에서 같이 무언가 실제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거잖아요. 특히 아동청소년극엔 아이들 고민, 즉 자기를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 연극에 나오죠.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아동청소년 시기에 기억과 자원으로 남게 되잖아요. 그러한 경험의 기회나 다양성이 제한되는 게 아쉽죠."

최근 들어 몇몇 단체와 극단에서 온라인 예술교육을 시도하면서 그나마 아이들이 예술교육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온라인 연극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연극놀이, 연기레슨, 교육연극 워크숍 등을 한다. 주말 프로그램, 썸머 캠프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미국 브루클린에 있는 스펠바운드 씨어터(Spellbound Theatre)는 집에서도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캣베어라는 캐릭터 인형을 통해 소개한다. 예술가들은 캣베어의 말에 따라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한 영상을 매주 새롭게 게시한다. 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집에서도 각종 연극놀이를 따라할 수 있다.
  

▲ 스펠바운드 씨어터에서는 집에서도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캣베어'라는 캐릭터 인형(왼쪽)을 통해 소개한다. 한장면. ⓒ 스펠바운드 씨어터 페이스북


또 다른 뉴 빅토리 씨어터(The new victory theater)는 2-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여름 댄스 캠프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무료로 참여 가능하며 수업 영상과 프로그램 가이드북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홈페이지에 영상자료를 업로드 해 아이들이 집에서도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대면 혹은 비대면, 코로나19 시대 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 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드라마라운지 이 대표는 대면과 비대면을 둘 다 준비하는 게 좋은 방향일 것 같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면으로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며 뛰어노는 게 익숙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장기화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에 와서) 뛰어 놀라고 할 수는 없죠."

그는 또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방식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며 "비대면에 맞는 또 다른 재미 요소를 연구하고, 방향성을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정부 차원에서 콘텐츠에 대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으로 공연이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면 아이들이 집에서라도 보고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콘텐츠가 유출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민간 극장이나 단체들도 고려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테지 여름 축제도 (관객들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했지만, 공연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공연비가 주어진 다음에 해요. 이런 식으로 관리가 되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한 민간단체나 작은 단체들은 어려울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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