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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NO마스크 교장', 50여 명 회의 강행... "마스크 벗으라" 지시

'NO마스크' 연설에 신규 교사에 "마스크 벗고 발언" 지시·교사 축가도 불러

등록|2020.09.02 17:40 수정|2020.10.05 11:12

▲ 1일, 경기 광명 K초 교장이 교직원회의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말을 하고 있다. ⓒ 제보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기도 광명시 한 공립 초등학교 교장이 50여 명이 참석한 전체 교직원 회의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세균 총리가 지난 8월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실내 50명 집합 금지' 지침의 취지와 상반된 행위란 지적도 나온다. 이 학교 전체 교직원은 69명이다. 이 자리에서 교장은 마스크를 벗고 연설하는 한편, 신규 교사에게도 "마스크를 벗고 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장은 교문 앞 아침 학생 맞이 인사 과정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학부모 항의를 받는 등 'NO마스크' 행동을 이어가고 있어 이 학교 교직원들이 "교장으로부터 감염될까 두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공립 K초 교직원 회의 현장 사진과 증언 살펴보니...

2일, 경기 광명 K초등학교 교직원들과 A교장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시 40분 이 학교 교직원 50여 명이 과학실에 모여 회의에 참여했다. A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신규교사 축하 모임을 겸한 이날 회의를 주재한 A교장은 50분가량 진행된 회의 내내 참석자 중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하거나 앉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이날 회의 사진을 여러 장 입수해 살펴봤더니, A교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하는 모습이 나와 있었다.

또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신규교사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마이크를 건네준 A교장은 목소리가 작게 들리자 "마스크를 벗고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실을 가득 채운 채 회의에 참석한 교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교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한 마이크를 돌려쓰는 모습을 보며 감염 공포를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교직원은 "50여 명이 한 교실에 모이는 것도 두려운 일인데, 이날 회의에서 한 교사가 나와 5분가량 노래 2곡을 부르기도 했다"면서 "평상시 교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책임하고 무서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교장이 신규교사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방역 당국과 경기도의 행정명령이 '우리 학교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시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직원들에 따르면 A교장은 지난 6월 1~2학년 등교 당시 아침 교문맞이를 진행하면서도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부 학부모들의 항의 소식을 듣고 나서야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육부와 경기교육청은 교직원들에겐 마스크를 공짜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A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사실을 시인했다.

A교장은 "신규교사 취임식을 안 해줄 수가 없어서 회의를 소집한 것이며, 마스크 끈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냥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규교사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신규교사가 무엇을 읽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장은 '지난 6월 교문맞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게 맞느냐'는 물음에 대해 "항상 쓰지만 마스크를 안 쓴 적은 있었다"면서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교장은 '1일 회의에서 축가를 부르도록 지시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부장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래까지 부른 회의 강행에 교직원들 "방역지침 속수무책"

교육부와 방역 당국은 이미 몇 달 전 등교수업 시작 때부터 '교직원 마스크 착용' 지침을 학교에 보낸 바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8월 18일 도 거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내 마스크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관련 기사 : 이재명 경기지사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 발동" http://omn.kr/1on0q)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A교장은 방역 당국 지침을 잇달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의 한 교직원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고 회의하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교장 선생님만 마스크를 안 쓰니 이분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까봐 두렵다"면서도 "이런 마음을 가진 교직원들이 상당수인데 학교가 권위적인 분위기여서 교장에게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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