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의 명산 '거류산'을 올랐습니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65] 거류 산성 가는 길
▲ 이상옥 ⓒ 이상옥
꽃길 따라
두 천 년을 간다
-이상옥 디카시 <거류산성 가는 길>
초여름 거류산 등산을 갔던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 가을 초입이다. 걷쓰유 클럽 회원들과 산행을 했다. 걷쓰유 클럽은 '걷고 쓰고 유튜브하자'는 친구 셋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산행하고 점심도 같이 하며 커피도 마시는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이 즐겁다.
거류산은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남해안의 절경과 고성읍 시가지와 고성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산이다. 거류산은 지명과 관련된 신비로운 전설을 머금고 있다. 여염집 규수가 부엌에서 밥을 짓다 밖을 보니 산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산이 걸어간다". 산은 누가 보면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만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거류산은 걸어가던 산이라는 뜻으로 '걸어산'으로 불린 데서 연유한다.
거류산은 스위스 알프스에 깎아지른 듯 삼각형 모양으로 서 있는 산인 '마터호른(해발 4477m)'과 형상이 닮아 고성의 마터호른으로 불린다. 고성에서 걸출한 인물이 많이 나는 까닭은 이 거류산의 정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류산 산행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엄홍길 전시관에서부터 출발한다. 고성 영현면 출신의 산악인 엄홍길이 해발 8000m 이상의 세계 고산 16좌를 완등한 것을 기리기 위해 엄홍길 전시관을 2007년 개관했다. 엄홍길 전시관은 '산사나이 엄홍길', '신의 영역 히말라야', '16좌 완등의 신화', '함께 가는 히말라야', '고성의 10대 명산을 알리는 코너' 등 5곳으로 구성돼 있다.
그날 거류산을 오르는데 산길에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꽃잎을 밟고 소가야 유적인 거류산성으로 가는 길이 2000년의 역사를 거슬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길을 밟으며 정서적으로는 2000년 전 소가야 마지막 왕조의 슬픈 그 날을 만나는 것이다. 왕궁을 버리고 거류산성으로 피난 가야 했던 폐망한 왕의 슬픈 눈동자도 어른거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길어야 백 년의 생이 한나절 꿈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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