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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투쟁' 강조한 주호영, 추미애 때리고 이낙연 띄우고

정부에 각 세우기는 여전했지만... 이낙연에 "협치 기대한다"며 협력 물꼬 모색도

등록|2020.09.08 16:45 수정|2020.09.08 17:47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권과 각을 세웠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같았다. 하지만 장외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점에서는 과거와 달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을 향해 날 선 말들을 쏟아냈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욕적인 언사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던 과거 대표 연설과는 사뭇 달랐다. 주 원내대표는 문 정부를 공격하려는 용도로 가짜뉴스를 제시하거나, 장외투쟁을 무기 삼지 않았다. 대신 "국민의 힘으로 우리 모두의 내일을 함께 준비하자"라며 '상생과 협치'를 강조했다. 여당을 향해 대승적으로 태도를 바꿔 달라고 촉구하며, '원내 투쟁'에 방점을 찍었다.

"과연 지금 나라답게, 정의롭게 하고 있는가?" - "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다. ⓒ 공동취재사진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다 파괴했다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로 추미애 장관을 거론했다.

주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태는 기가 막힌다"라며 "중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의 당적을 가진 전 대표를 임명한 것부터가 대단히 잘못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 사건은 추 장관 이야기대로 간단한 사건"이라며 "그런데 왜 서울 동부지검은 8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 사건 당사자가 인사와 수사 지휘 라인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아무도 자기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고대 로마법 이래의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추 장관은 '소설 쓰네'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의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라며 "못 하겠다면 사임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재차 특임검사와 특별검사 혹은 자진 사퇴를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역대 이런 정권이 어디 있었느냐"라고 정권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176석 거대 여당은 행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거수기를 넘어 전위대 노릇까지 하고 있다"라며 "전임 대통령을 '불통'으로 몰아붙인 문재인 대통령, 지금까지 기자회견 몇 번이나 하셨느냐?"라고 민주당과 문 대통령 모두를 비난했다.

그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라며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아들들과 형님을 구하기 위해 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거나 검찰 수사팀을 해체시키지 않았다"라며 "이 정권은 우리가 지난 30여 년간 쌓은 법치주의를 일거에 무너트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장관,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시느냐"라는 질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의실 문재인 대통령의 뒤편에는 '나라답게 정의롭게'라는 문구가 보인다"라는 점을 지적하며 "과연 지금 (정부·여당이) 나라답게 하고 있느냐? 정의롭게 하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여당 의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누군가 "네!"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이낙연 연설 언급한 주호영... "진정한 협치 기대"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며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주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19 및 연이은 태풍‧수해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지적하는 한편 의사들의 최근 집단 휴진, 부동산 정책 및 정부 재정 문제, 에너지 전환 정책 등 여러 문제를 광범위하게 꼬집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달라진 기조는 이날 연설문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당의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새로운 정강·정책을 만들었다"라며 "이제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고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책임 정당, '국민의힘'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차별을 시정하는 선도적인 사회 개혁정당, 코로나와 소득주도성장이 야기하고 있는 경제실패를 바로잡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을 천명하며 "성장과 분배가 공정한 세상" "약자와 동행하는 경제민주화" "나라 재정의 여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절대빈곤을 타파하고 국민의 삶의 안정을 도모하는 사회적 기본 장치" 등을 연설 말미에서 언급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를 위한 '협치'의 물꼬를 위해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호명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내가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회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이 된다" "국민과 여야가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우분투)" 등 주 원내대표는 이낙연 대표의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내용을 재차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는 "참으로 옳으신 말씀", "참으로 의미가 있는 제안"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정치권은 국민을 통합하고 협치해야 한다"라며 "이제는 남 탓과 국민 편 가르기를 중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생과 협치는 힘 있는 자의 양보와 타협에서 시작된다"라며 "그런데 정부·여당은 늘 말로는 협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를 해왔다"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협치와 소통은 국가 위기 극복에 필수요소"라며 "지금은 협치가 요구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말로만 끝나지 말고 진정한 협치, 진정한 상생의 정치가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이낙연 대표 취임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과 대화에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난 직후,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삶을 지키고 국민의 힘으로 내일을 함께 준비하자"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은 코로나19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민생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여당 대표가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라고 하셨다"라며 "협치에는 전제가 있다. 신뢰와 법치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함께하며 굳건히 설 땅부터 다져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정치는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라며 "지금은 협치가 요구되는 시간이다. 국민의 힘으로 내일을 함께 준비하자"라고 주 원내대표의 메시지를 반복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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