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반대한다" 52.4%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찬성"은 32.3% 그쳐... 모든 지역·연령에서 '반대' 높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맞서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의사 파업이 남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약 절반은 구제책 마련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부터 제85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시작됐지만, 응시 대상 3172명 중 446명(약 14%)만 시험 접수를 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8일(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총 통화 5786명, 응답률 8.6%)을 대상으로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의사 국가고시 접수 기한을 두차례 연장했지만 의대 졸업생들의 응시율은 14%로 낮은 상황입니다. 의사단체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항의표시'인 만큼 의대생 보호를 위해 구제책 마련을 요구하는데요, 이에 정부는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 및 법과 원칙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자 구제책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보기 1~2번 로테이션)
1번. 찬성한다
2번. 반대한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구제책 마련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4%로 나타나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32.3%에 그쳤다. 두 응답의 격차는 20.1%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크게 벗어났다. '잘 모름'은 15.3%였다.
진보-보수 엇갈리는 가운데 중도층 "반대" 57.2%
거의 모든 지역, 연령, 성별에서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높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주·전라(반대 65.6% vs. 찬성 20.3%)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가장 높았다. 경기·인천(54.3% vs. 38.1%), 대구·경북(52.7% vs. 34.7%), 서울(51.2% vs. 31.8%), 대전·세종·충청(50.3% vs. 29.8%) 지역에서도 반대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 부산·울산·경남(48.0% vs. 25.6%)에서도 반대 응답이 많았지만, '잘 모름' 응답이 26.4%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57.4%), 30대(56.7%), 50대(56.6%)는 구제 반대 입장이 절반 이상이었다. 20대는 반대 49.6% - 찬성 34.7%였다. 60대는 반대 43.2% - 찬성 37.6%로 비등했다. 70세 이상은 반대 47.8% - 찬성 26.4%로 반대가 높았지만, '잘모름' 응답이 25.8%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과 남성의 구제 반대 응답이 각각 54.7%, 50.1%을 기록했다.
정치적 진영별로는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74.3%로 반대가 압도적이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반대 35.9% - 찬성 48.8%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층은 75.3%가 구제책 마련을 반대했고, 부정 평가층은 반대 32.4% - 찬성 52.3%로 찬성이 우세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은 반대 응답이 66.5%로 압도적이었지만, 보수층은 반대 35.5% - 찬성 49.6%로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가장 표집수가 많은 중도층에서는 반대 57.2% - 찬성 33.5%로 반대가 우세했다.
의대생들 '동요'... 국시원 "일단 시험 응시한다는 의사 밝혀야"
▲ 의사시험 응시생 보호작전(?) ⓒ 연합뉴스
▲ 의사시험 응시생 보호작전(?)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응시생과 관계자들이 섞여 들어가고 있다. 국시원측은 응시생들의 신원노출을 우려해 시험장 주변에 대기한 관계자들과 응시생을 섞어서 함께 입장시켰다. ⓒ 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4일 의협과 정부·여당과의 합의 이후에도 지속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집단행동이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8월 2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청원은 8일 밤 11시 현재 참여자가 47만5천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구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한차례 연기됐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8일 예정대로 실시되자 의대생들은 동요하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대학교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학생회 내부조사에서 본과 4학년의 81%가 '국시 거부 등 단체행동을 지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4학년의 80%가 참여했다.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끝까지 국시에 응시하지 못할 경우, 의사 면허를 받는 것이 1년 뒤로 미뤄지게 된다. 이로 인한 의료계 공백도 불가피하다. 특히 종합병원·대학병원 등 수련병원들의 경우 수련의(인턴)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생들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정부 여당과 맺은 합의안을 파기하고 다시 집단휴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구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응시 학생들의 구제는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은 중재에 나섰다. 이 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대생들이 시험을 치르기로 결정을 한다면 복지부에 건의해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대협 등 학생 측은 지난 6일 '국가고시 거부 계속' 입장을 밝힌 이후 아직 변화된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은 통상 9월~10월에 걸쳐 실시한다. 실기시험은 물론 내년 1월로 예정된 필기시험까지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발급받게 된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됐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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