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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모두 쥔 민주당... '이래도 공수처 협조 안할래'

[분석] 국민의힘 제안 수용하면서도 개별의원 개정안 발의로 압박... 주호영 "특별감찰관부터"

등록|2020.09.09 12:11 수정|2020.09.09 12:56
한없이 미뤄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여당이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내밀었다. 하지만 야당의 받아치기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법은 7월 15일부터 시행됐지만 공수처는 아직 실체가 없다. 총책임자인 공수처장이 없고,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2명의 추천위원 인선을 마쳤지만, 국민의힘이 '헌재의 공수처법 위헌 여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며 추천위원을 정하지 않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달 2번째 공문을 보내 '8월 말까지 추천위원을 추천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꽉 막힌 공수처 문제... 지도부는 협상, 의원들은 법안으로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런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즉각 추천하고, 공수처의 정상적인 출범을 약속한다면 대통령 특별감찰관 후보자 등의 국회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직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은 왜 북한인권대사와 북한인권재단 이사,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냐"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내는 답변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다시 한번 야당에 '공수처-특별감찰관 임명 등 동시 추진, 일괄 타결'을 제안했다.

이 '당근'을 든 민주당의 다른 손에는 '채찍'이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이다.

8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방식을 바꾸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냈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에 후보추천위 구성을 요청하고, 기간을 넘겨도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 법원조직법상 대법관후보 추천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야당 몫 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라고 밝혔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4명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 추천'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꾼 김용민 의원안도 있다. 지난달 24일 대표발의 당시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법을 악용해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협상으로 공수처가 출범한다고 해도 3년마다 (여야 줄다리기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렇게 출구가 없는 법은 설계 자체가 잘못됐으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법안이 나왔다고 곧바로 처리되진 않는다. 또 두 의원의 법안들이 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는 '야당의 공수처 발목잡기를 마냥 기다려줄 순 없다'는 공감대가 있다. 법사위원들은 8월 말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법 개정 의지를 내비쳤다. 이낙연 대표도 이미 연내 개혁입법 완수를 얘기하며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강조했다. 군불은 지필 만큼 지펴졌다. 그리고 민주당에게는 176석이 있다.

"민주당 제안은 함정"... 주호영, '특별감찰관부터'로 반격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여전히 강경하다. 9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제안에는 함정이 있다"며 '동시 추진, 일괄 타결'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은 추천하면 끝이지만, 특별감찰관은 여당이 자기 사람만 고집하거나 협조 안 하면 절차 시작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정으로 두 개를 다 하고 싶으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저희는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특별대사 등을 3~4년째 임명하지 않고 직무유기한 것에 대해 먼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민주당은 또 다른 당근을 내밀지, 채찍을 들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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