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움직일 만한 뭔가를..." 조 기자가 사랑 받는 이유
[이영광의 '온에어' 57] '소비더머니' 만드는 조현용 MBC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 '소비더머니'의 한장면 ⓒ MBC
"기자님 솔직히 14층에 가둬놓고 소비더머니 계속 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 14F >의 콘텐츠인 '소비더머니'에 달린 댓글이다. 조현용 MBC 디지털콘텐츠팀 기자가 진행하는 '소비더머니'는 12분 정도 되는 기사에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 많은 누리꾼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 유튜브 채널 < 14F >의 코너인 '소비더머니'가 인기인 것 같아요. 조 기자님 때문에 구독한다는 댓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런 반응 예상했나요?
"진짜 전혀 예상 못 했고요. 생각보다 되게 많이 보시고 좋아해 주셔서 되게 감사한 마음이 들고 사실 너무 많이 보셔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요?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텔레비전 뉴스 같은 경우는 우리가 방송하고 시청률 같은 걸 본다고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이걸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잖아요. 물론 정파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편중된 뉴스, 이 정파는 이걸 좋아하고 저 정파는 저 뉴스를 좋아하는 그런 건 있을 수 있는데 이 콘텐츠는 또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 조현용 MBC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 조현용 제공
- 디지털 부서에 자원해서 2년째 일해오신 걸로 알아요. 특별한 지원 이유가 있나요?
"원래 디지털이나 유튜브 등을 하고 싶었던 건 2011년 말이에요. 국회 출입할 때인데, 옆자리에 있던 선배가 구글이 하는 동영상을 보여 줬어요. 한 해를 정리하는 영상을 자기네 콘텐츠를 가지고 편집해서 만들어 주는 거였거든요. 근데 그걸 보고 약간의 충격 감동 재미 이런 걸 느낀 거예요. 그런 게 되게 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 당시는 사측과 노측이 싸울 때였거든요. 그때 해직자 선배 하나가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살아 있어라'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역량을 보존하고 있어야 나중에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하고 싶어서, 영상을 만들어서 파업 집회할 때 중간에 내보내기도 했었고요. 나중에 한 해를 정리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는데, 윗분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방송 못 내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사장이 바뀌고 그걸 다시 시도했어요. 그래서 2017년 12월 31일에는 제가 만든 한 해 정리 영상이 방송에 나갔어요. 당시에 그걸 제작하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요즘에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보는 건 디지털 쪽이니까요. 물론 제가 뉴스에 나와서 리포트를 하고 제 얼굴을 내고 'MBC 뉴스 조현용입니다'라고 하는 것도 제게는 중요한 일이었지만요. 옛날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돌아오기도 했고, 사람들은 미래가 디지털에 있다고 하는데 다들 그걸 하지는 않는 분위기니까 더 나이 들기 전에 내가 해 보자 해서 도전을 한 거죠."
- '소비더머니'는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제가 디지털 부문에 처음 자원했을 때 엠빅뉴스라는 데 갔거든요. 그때 나름대로 목표가 있었어요. MBC가 디지털에 많이 뒤져 있으니까 이걸 좀 키워 보자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리고 그게 다행스럽게도 많이 성장했어요. 원래 구독자 50만을 보고 나오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50만 조금 못 됐을 때 나왔어요. 그리고 처음에 디지털을 같이해 보자고 했던 선배랑 의기투합해서 채널을 옮겼고요. 지금 부장인 그 선배가 기회를 줘서 코너를 기획하고 만들게 됐죠.
정치부에도 있었고 사회부에도 있었지만, 경제부에 제일 오래 있었고요. 사실 정치 뉴스가 한국에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정치란 게 기대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많거든요.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정치 뉴스 과잉의 시대에 그런 거 말고 그냥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는 거, 경제나 돈 얘기를 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원래 관심이 많았던 돈, 브랜드 등의 껍질을 빌려서 사람 이야기와 경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던 거죠."
- 원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나요?
"처음에 입사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기사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콘텐츠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당연히 이야기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 '소비더머니'의 한장면 ⓒ MBC
- 남에게 설명해 주려면 완벽히 이해해야잖아요. 그리고 그걸 요약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해요. 사실 인간 세상이라는 게 이런 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는데 그날그날 취재해서 바로 뉴스를 내보내다 보면 이걸 종합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죠. 그렇지만 이건 시간이 좀 더 있으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런저런 면을 고려해서 이야기 한편을 만들려고 해요."
-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드나요.
"일주일 내내 준비해요. 일주일 내내 자료를 읽고 보고 쓰고요. 주말에도 계속 생각하고 그냥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보고 자다가 일어나서 보고 쓰고요. 이번 주에도 밤 12시까지 회사에서 계속 쓰는데 이야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면도 있어요. 제가 십 몇 분 정도 길이의 이야기를 만들거든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한 거잖아요. 물론 재미로 심심풀이로 볼 수는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을 붙잡아 놓는 것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계속 그런 생각을 하죠.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더 할 게 없느냐...' 일주일 내내 그냥 그 주어진 시간 내서 최선을 다하죠. 그러나 많이 부족하죠."
- 지금까지 했던 것 중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뭐예요?
"사실 유튜브에서 3백만 이상, 이렇게 조회 수 많이 나오는 아이템도 좋지만 조회 수로만 따지기 어렵고요.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저 혼자 자료를 찾으면서 자극받는 게 많아요. 되게 열심히 살고 치열하게 산 사람들 이야기들이 많으니까요. 다만 읽을 때마다 저 스스로 나는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나... 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요. 애착보다는 아쉬움이 오히려 더 많이 있죠."
-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보니 호평이 주를 이루더라고요. 조 기자님 때문에 < 14F > 구독했다는 글도 있고 매일 올려달라는 글도 봤습니다.
"사실 매일매일은 못 하고요. 저랑 편집하는 PD가 일주일 내내 달라붙어요. 또 조연출 한 명이 일주일 중 이틀을 도와주거든요. 그러니까 2.4명이 만드는 셈이죠. 다만 스핀오프처럼 다른 기획은 좀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자가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그냥 결과물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그냥 그걸로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처음에 제 이름도 쓰지 않았고요. 왜 기사 중에 '○○기자의 ○○이야기' 같은 거 있잖아요. 물론 기사가 좋고 좋은 콘텐츠가 계속 나와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인식을 하려고 할 때는 기자 이름이 중요하겠죠. '아 이 사람이 쓴 거니까 좋겠다'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는 사람들이 보기에 똑같은 것 아닐까요? 누가 만들었든 재밌고 좋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기자가 했으니까 좋고 그런 건... 감사하긴 하지만 기대하지도 못했던 반응이고요. 아무튼 제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 '소비더머니'의 한장면 ⓒ MBC
- 아이템 잡는 기준이 있을까요?
"일주일 내내 고민해서 정해요. 그렇잖아요. MBC KBS SBS, 어디든 지상파 방송사는 특히 더 그런 거 같은데... 보통은 자기네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아이템으로 잡아서 내보내잖아요. 취재하고 핵심 내용도 잡고... 그러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실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사람들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게 중요하죠. 제가 쓰고 보고 읽고 말하긴 하지만 아이템도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에 초점을 맞춰서 정하죠. 항상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궁금해요."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더 많은 팩트를 긁어모아서 이야기를 잘 꿰는 게 목표고요. 비싼 상품 얘기하고 기업 얘기하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는 목표 딱 하나예요. 10분 정도 전달을 하는데... 다만 한순간만이라도 사람들이 재미든 의미든 아니면 새로운 사실이든 뭐 하나라도 얻거나 느낄 수 있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것 말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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