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또 졌다... '불법파견' 판결만 벌써 10번째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창원공장 비정규직 104명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서 '원고 승소'
▲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월 11일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앞에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함께 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GM) 회사가 또 패소했다.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이 원청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한국지엠이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10번째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11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104명(3차 소송단)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에서 패했던 한국지엠이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기각'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한국지엠이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한국지엠(창원‧부평‧군산공장)은 2005년 4월 이후 이번 판결까지 모두 10번의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형사사건 2차례와 민사소송 8차례로 모두 한국지엠이 패소했다.
닉 라일리 전 한국지엠 사장과 창원공장 6개 하청업체 사장들은 2009년 6월 불법파견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형사)를 선고받았다가, 2010년 12월 23일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받은 바 있다. 닉 라일리 전 사장과 하청업체 사장들은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돼, 모두 유죄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후 민사소송(근로자지위확인)이 이어졌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가 주도해, 2013년 6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5명(1차 소송단)이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이들은 2014년 12월 1심, 2016년 1월 항소심에 이어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승소했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지엠 창원‧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78명(2차 소송단)이 2015년 1월 같은 소송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진행과정에서 창원공장과 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들로 분리됐다.
2차 소송단의 부평‧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8년 2월 1심,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2019년 2월 1심 모두 승소했다. 이들은 지난 6월 5일 항소심에서 전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와 별개로 한국지엠 창원공장 하청업체가 주도한 근로자자위확인소송(3차 소송단)이 창원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즉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비정규직들을 변론했던 이환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는 2016년 대법원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한국지엠의 상고를 기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어 이미 확정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지엠은 그 해결을 계속 미루면서 무익한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지엠은 소송 과정에서 2016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생산라인 재배치(이른바 블록화)를 실시해 사내협력업체의 업무를 분리하고 장소적 혼재를 해소했다고 주장했는데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심 법원 또한 한국지엠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지엠은 2심 과정에서 노동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고, 현재 경영상 위기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러한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노동비용 증가나 경영상 위기 등을 근거로 한 원청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패소한 한국지엠에 "즉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3차 소송의 항소심 선고에 대해, 이들은 "4년 동안의 길어지는 재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우선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운을 뗏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는 2018년 1월에 100여 명, 2019년 12월에는 600여 명이 해고된 바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불법파견 문제를 덮으려 했다"며 "재판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해고하면서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도록 유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지엠과 법률대리인 김앤장의 이런 행태를 법원은 용인해선 안 될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불의일 뿐임을 한국지엠 불법파견 문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지회는 "2005년 처음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한 지 5708일이다. 15년이 지났다. 15년 동안 지회에서 제기한 소송만 10차례 승소했다"며 "그러나 한국지엠은 불법행위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지엠은 그동안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해고된 비정규직 모두를 현장에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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