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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 한잔' 어때요

경남 사천 향촌동 '바다마실 Cafe온'... 카페수익으로 어르신 일자리 창출이 목표

등록|2020.09.15 17:54 수정|2020.09.15 17:55

▲ 김경자 바리스타가 ‘바다마실 Cafe온’을 찾은 손님들에게 카페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사천


경남 사천 향촌동 숲뫼공원 옆 작은 골목에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바로 '바다마실 Cafe온(아래 바다마실)'이다. 삼천포에서 문을 열어 바다마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부터 바다향이 나는 이곳에서는 시니어 바리스타로 불리는 어르신들이 직접 내린 커피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바다마실은 사천시니어클럽(관장 김종권)이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꾸려낸 가게다. 바다마실은 9월 10일 개소식을 가졌다. 이곳은 작년 4월에 문을 연 'Cafe온' 1호점에 뒤이어 1년여 만에 문을 열었다. 사천의 두 번째 실버카페이기도 하다. 당초 4~5월에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개점이 연기됐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은 20명이다. 어르신들 중 3분의 2 이상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한 번에 3~4명이 5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있는 김경자 바리스타. ⓒ 뉴스사천



<뉴스사천>이 방문한 11일 오전, 바다마실은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카페에서 만난 김경자(64) 어르신은 일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50대 때 욕지도에 놀러 가서 할매 바리스타를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매들이 커피를 내리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나도 나이 들면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딱 기회를 잡게 된 거죠."

카페에서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김 어르신은 "한 몇년 간은 일을 안 했어요. 마땅한 일자리를 찾고 있었지. 우리가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나이도 아닌데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라며 "젊을 때처럼 생업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놀기도 어중간하고. 주변에 뭘 할지 몰라 허송세월을 보내는 분들도 많아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나이도 비슷한 또래끼리 일해서 재밌다"고 보탰다. 바다마실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다. 대부분 60대 초반의 어르신들이다. 카페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눈빛은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여는 설렘으로 반짝거렸다.
 

▲ 바다마실 카페는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문화형 공간이다. 어르신들이 앉아서 쉴수도 있고, 무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 뉴스사천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있는 바다마실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문화형 공간이라는 점이다. 어르신들은 이 카페에서 간편한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영화감상, 공연, 전시, 바둑, 장기, 독서, 보드게임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다.

60평 규모의 제법 너른 카페는 크게 4곳의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음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방 공간이다. 주방은 어르신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일이 익숙하지 않아 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널찍하게 설계됐다.

두 번째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카페 공간이다. 세 번째는 단체 손님이 방문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 겸 큰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다. 네 번째는 좌식 공간이다. 어르신들은 좌식 공간에서 차를 마시거나 바둑‧장기를 둘 수 있다. 또한 좌식 공간은 사천시니어클럽, 평생교육센터의 프로그램과 연계해 무대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카페 내부 벽에는 사천의 대표시인인 박재삼 시인의 시가 걸려있었다. 카페 내부 곳곳에 어르신들을 위한 센스가 묻어났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다마실의 카페 공간, 회의공간, 바마다실 카페 전경,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책이 구비된 책장.. ⓒ 뉴스사천


카페의 대표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커피를 안 먹는 어르신들을 위해 바리스타들이 직접 제조한 단호박 식혜가 맛이 좋단다. 직접 담은 수제 레몬청 등도 판매한다. 또한 어르신들이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누룽지탕과 계절별 죽이 바다마실 만의 특별한 메뉴다. 죽은 여름을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 겨울 순으로 단호박죽, 단팥죽, 빼때기죽을 판매한다.
 

▲ 바다마실 카페에서 만난 청년매니저 박상은 씨. 그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드리고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단다.  ⓒ 뉴스사천


그렇다고 어르신들만을 위한 카페도 아니다. 어르신들을 든든하게 보조하는 젊은 청년매니저가 있고, 어떤 연령대의 손님이 와도 만족할 수 있도록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이고 제일 비싼 메뉴가 4000원 정도니,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다. 커피를 내리고 메뉴를 만드는 어르신들의 손길에 정성이 담겨 있었다. 카페에선 정 많고 구수한 어르신들의 입담도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데 특별한 점이나 고충은 없을까? 사천시니어클럽 홍상용 팀장은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방식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나 레시피를 익힐 때 시간이 걸린다"며 "또래 어르신들이 모여 일하다 보면 성격적으로 부딪힐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 커피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는 한 어르신. ⓒ 뉴스사천


바다마실 카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 가운데 시장형 사업에 해당한다. 청소, 공원 관리 등 단순노동 위주의 사업과 달리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금은 수익으로만 급여를 지급하긴 쉽지 않아 보조금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소식에 경남은행, 경남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여러 곳에서 힘을 보탰다.

바다마실 카페의 현재 목표는 일반 카페와 견주어도 뒤지거나 손색없는 카페로 자리 잡는 것이다. 열정적인 어르신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바다마실 Cafe온'은 사천시 서향안길 19에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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