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의 간절한 호소에 문체부 '수취 거절'로 응답
[호소문 전문] 보낸 지 일주일 만에 돌아온 답장, '없음'
▲ 호소문과 관련 도서가 담긴 우편을 문체부서 수취거절로 반송함 ⓒ Jin Seok Cho
한국서점인협의회(아래 '한서협')에서는 2020년 8월과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총 19통)과 청와대 비서실장 및 일자리 수석, 사회문화 수석, 경제수석(총 41통)과 문화체육관광부 유관부처인 미디어정책국 미디어정책과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총 26통)로 지역 동네서점이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호소문을 보냈다.
국회의원에게 보낸 우편물과 청와대로 송부한 모든 우편물의 수령이 확인돼 절실한 목소리가 전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23일 문체부로 보낸 우편물 26통 중 12건이 '수취거절'로 반송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문체부로 보낸 것은 소리 작은 이들의 가냘픈 소리를 담은 것이기에, 살펴야 하고 들어야 할 소리이다. 또 거친 세상에서 몸 낮춰 살아야 할 이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자처한 정부에서 공무는 마땅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단호하게 그 소리를 차단했다. 반송은 그런 의미로 읽힌다"라고 올렸다.
한서협은 개별 서점이 아니라 한서협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문체부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며, 들어야 할 목소리로 판단해서 추석 연휴가 지난 후 반송시킨 공무원에게 재차 우편을 보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 '수취거절'로 응답한 문체부 담당자들에게 경위를 물어보고자 25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
'합의안 반려'와 '개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고하게 지키겠다는 담당 공무원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에게 확신이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꼼꼼하게 살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공무일 텐데 민관의 합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마련한 기준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오만을 공무라 여기는 듯하니 큰 걱정입니다. '소비자 후생'이란 말을 핑계로 책임이나 면해보려는 '조삼모사'의 정책이라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미안합니다.
할인 정책은 가격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유통의 불합리를 바로 잡아야 적절한 책값을 유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당장의 할인이 더 반가운 일일 텐데. 그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려야 하니 미안합니다. 하지만, 할인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넓어지거나 보장될 일이 결코 아니며, 할인 정책으로는 독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조삼모사의 정책으로 독자를 현혹하려고 하니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왜곡되고 비뚤어진 유통의 구조를 바로 잡아야 '소비자 후생'이 늘어납니다.
동네서점과 대형 및 온라인의 공급률 격차는 시장의 상식을 훌쩍 넘는 상황입니다. 동네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지극히 미미한 상태에서 공급률을 낮춰 받는 이들의 할인 정책을 지원하기보다는 할인을 하겠다는 측의 공급률을 적정하게 조정하여 책의 정가를 낮추는 일이 정의로운 것 아닐까요? 출판사에서 각 서점에 출고하는 공급률의 기준을 마련하여 동일한 출고를 유지한다면 현재의 책값은 충분히 안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조정된 도서 시장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완전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완전정가제와 함께 공급률 정가제가 동시에 시행되어야 합니다.
서점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책은 공간의 역할에 따라 의미를 확장하는 매력적인 텍스트입니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큐레이션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노력을 통해 독자의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서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나마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면서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완전정가제가 된다면 책의 선택이 값에 좌우되지 않고, 작은 출판사들도 오래 묶어 깊어진 생각을 책으로 만들어낼 기회가 넓어지겠지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 지요.
문화정책은 시민에게 위로와 문화적 안전지대를 마련해주는 일이어야 합니다.
문화정책은 지친 시민의 일상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거친 경쟁의 속도와는 조금 다른 리듬과 박자로 일상 너머를 상상하는 자유와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서점입니다. 문화적 안전지대를 확보하지 못한 시민의 삶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골목골목에 문화적 안전지대로서 동네 서점을 마련해두지 못하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문화정책이 지켜야 할 항목에 동네 서점도 있음을 깊이 헤아려주시길 호소합니다.
한국서점인협의회 일동
덧붙이는 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