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잰걸음 한달... "빨라졌다" vs "정책역량 부족"
당 내 "안정적 관리" 중론 속 엇갈린 평가... '청와대와의 호흡' 부쩍 강조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서울 양천구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한 달, 임기 1/6을 보내면서 당 내에선 '당이 기민해졌다'는 긍정 평가와 '정책역량이 부족하다'는 부정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A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 체제의 임기 초반 이슈는 크게 코로나 긴급 재난지원금 결정과 이상직·김홍걸 의원 건 두 가지였는데, 논란을 조속하고 무난하게 정리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A의원은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기조를 잡은 추미애 장관 정국도 이번 검찰 불기소 결정으로 잘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 강경일변도였던 의사 집단휴진 사태 중재(9월 4일) ▲ '포털 압력 문자'로 문제된 윤영찬 의원에게 하루 만에 공개 경고(9월 9일) ▲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논쟁 마무리 및 4차 추경안 역대 최단 기간 합의 처리(9월 22일) 등도 당의 움직임이 기민해진 사례들로 회자된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방송토론에서 "당의 대응이 굉장히 빨라졌을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 지도부 경험이 있는 C 의원도 "특히 김홍걸 의원을 제명 처리하고 이상직 의원이 탈당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라며 "지도부라고 해도 현역의원을 그렇게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C 의원은 "그 외에도 24세 여성 박성민 최고위원과 금융노조위원장인 박홍배 최고위원 인선도 절묘했다"면서 "박광온 사무총장과 한정애 정책위의장 임명도 무난해 인사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김부겸 전 의원을 국민통합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권 경쟁자를 끌어안는 모습을 통해 선거 후유증을 예방했다는 점도 후한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했다.
"빨라졌다? 여론 의식하는 것… 의제 선정능력은 '글쎄'"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시청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관 간담회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로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단순 '관리'를 넘어 이슈를 선점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C 의원은 "이 대표 본인 스타일의 문제긴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로서 보다 공격적으로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라며 "곧 대선 주자로서의 정책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 의원은 "특히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던지고 있는 기본소득 이슈 등에 비해 이 대표가 꺼내든 '전국민 통신비 2만원'은 주요 이슈로 갈 만한 사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론과 야당의 반발을 동시에 샀고, 결국 철회될 수밖에 없었다"라며 "오는 정기국회에서 얼마나 자신의 비전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중진 D 의원도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위기적 상황에서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지만, 안정감이란 건 현상 유지일 뿐 아닌가"라며 "국정감사·예산국회 등 기본적으로 야당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말 정기국회에서 이 대표가 어떤 의제를 선정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D 의원은 또 "당 대응이 빨라졌다는 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다"라며 "대선주자로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게다가 짧은 임기 중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D 의원은 "특히 추미애 장관 정국에서 국회를 무시한 추 장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보다 빠르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모멘텀이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라며 "이상직 의원 건 또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탈당이 아닌 제명 조치를 내리는 등 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다.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친문' 전략에 도움될까… 이낙연 측 "당청 관계 주력할 것"
▲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 ⓒ 연합뉴스
향후 대권 가도에서 친문 지지층을 흡수해야 하는 이 대표가 취임 뒤 부쩍 청와대와의 호흡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 E 의원은 "추석 전 4차 추경 처리나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논쟁을 정리하는 데 당·청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라며 "앞으로도 당·청 협력 시스템을 이끌고 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한 달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을 세 차례 회동하는 등 문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 취임 이후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민주당 지지층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라며 "당대표 출마 전까진 그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대표를 맡은 게 현재까진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김부겸(21.37%)·박주민(17.85%)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 대표가 오는 2021년 3월엔 당대표직을 사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의 1/6 가량이 지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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